옻칠과 옻닭의 재료로 쓰는 옻나무
옻칠과 옻닭의 재료로 쓰는 옻나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11.11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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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48]

옻나무는 옻나무과에 속하는 갈잎나무이다. 한반도에서는 전 지역에 심어 기르거나 저절로 난다.

흔히 옻칠과 옻닭의 재료로 쓰는 옻나무는 2종류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참옻나무이고, 다른 하나는 개옻나무이다. 참옻나무는 흔히 옻나무라 부르며, 옻칠을 채취하기 위해 중국에서 도입해 심고 있는 나무이다. 개옻나무는 한반도의 산야에 자라며, 주로 옻닭의 재료로 이용하는 나무이다.

▲ 개옻나무. ⓒ송홍선

옻나무는 뒷동산이나 밭가에도 있어서 아이들은 이 나무를 만졌다가 피부병을 옮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옻칠을 할 때에 손이나 얼굴에 닿으면 우루시올(urushiol) 성분의 작용으로 옻이 오른다.

옻이 오르는 것을 ‘옻탄다’라고 하는데 옻을 잘 타는 아이들은 옻나무 근처만 지나가도 옻이 올랐다. 그러나 전혀 옻을 타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아이들은 옻나무 가지를 분질러서 살갗에다 문질러도 옻이 오르지 않았다.

옻도 면역이 생기므로 한 번 옻이 크게 올랐던 사람은 다시는 옻이 안 오른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옻나무 비슷한 나무만 보아도 겁이 나서 도망치곤 했다. 옛날에는 옻이 오르면 낫 가는 숯돌가루를 발랐다. 그것이 가장 흔한 민간요법이었다. 또한 옻칠을 하기 전에 식용유를 바르고, 작업 후에는 온수와 비누로 잘 씻었다.

옻나무는 식품으로도 이용했는데, 지금도 옻닭이라고 하여 옻나무 껍질과 함께 닭을 삶아 먹고 있다. 몸이 허약한 사람이 보신으로 먹고 있으나, 옛날에는 옻이 올랐을 때 치료하는 민간요법의 하나로 옻닭을 먹었다. 그리고 그 국물은 온몸에 바르기도 했다.

옻나무는 껍질에 상처를 내면 상처로부터 유회백색의 수지가 흘러나오는데, 이 진을 옻 또는 생칠이라 하고, 이 옻으로 만든 도료를 칠 또는 옻칠이라 한다. 즉 옻칠은 옻나무에서 얻는 천연수지의 도료이다.

생칠을 그대로 도료로서 칠하면 광택이 나쁘고 또한 산화효소 라카아제(laccase)의 작용으로 건조가 너무 빠르므로 각각의 용도에 맞추어 가공할 필요가 있다. 생칠은 채취 후에 공기에 접하면 흑갈색으로 변한다.

한반도에서는 낙랑시대의 고대부터 병기나 관(棺), 그리고 가구 등에 옻을 사용한 흔적이 보이는데 고분에서 발굴되는 유물 중에 아직도 광택을 잃지 않은 칠기가 있다니 옻의 방부성이 얼마나 좋은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옻나무. ⓒ송홍선

특히 신라 때에는 관영 공방의 하나로 칠전을 두어서 그곳에서 칠기들이 만들어졌고, 고려 때에는 중상서에서 전문적인 장인들이 칠기를 만들었는데, 옻칠이 밑바탕이 된 나전칠기가 최고로 발전했다.

옻칠은 목공 도장용으로 가장 소중히 여겨왔던 도료로서 자개를 장식한 칠기류에 많이 썼다. 일단 굳은 칠은 산이나 알칼리 등의 약품에 침해되지 않고 열이나 직사광선에 강해 예로부터 고급제품에 애용됐다. 식기, 가구, 건축, 불구(佛具), 미술공예품, 선박, 차량, 항공기 등에 응용됐다.

또한 도료용 방부제, 염료, 약재로도 썼다. 최근에는 생산량이 적고 비싸기 때문에 주로 미술공예품 등에 사용된다.

게다가 동네에서 제법 부자이거나 벼슬을 지내다가 주검으로 귀향한 이들의 관은 대부분 옻칠을 칠한 것이었다. 드물게는 살림살이가 가난한 노인들도 손수 관을 짜고 옻칠을 했다.

그리고는 그 관 속에 누워 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동네 아이들은 누구네 할아버지가 돌아갔다고 거짓 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렇게 이용이 많다보니 한때는 옻나무를 베어다가 짐으로 파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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