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로 재탄생한 생태섬
철새도래지로 재탄생한 생태섬
  • 박상건 섬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0.05.11 17: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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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한강 섬을 걷다’ 8] - 밤섬 ②

밤섬에는 1967년까지 62세대 443명이 살고 있었다. 대부분 고기잡이와 배 만드는 기술자였다. 일부는 뽕나무와 약초(감초) 재배, 염소 방목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밤섬 주민 중 배 만드는 기술자가 52세대를 차질할 정도였으니 가히 밤섬은 한강변의 조선업 중심의 대표 섬이었다.

일제 때는 강제징용수첩을 받은 청년층 조선목수가 17명이었다. 조선업의 형태는 지방에서 주문을 받아 적업하는 것과, 공임을 받고 다른 지방에 고용되는 경우였다. 배 짓는 사업이 번성하던 시절에는 돈벌이가 꽤 괜찮았다.

당시 가장 큰 배는 18m 정도로 사람을 싣거나 자갈과 모래 등을 운반했고, 고깃배는 15m 정도였다. 배 모양은 앞이 뾰족하고 날씬한 것이 특징이었다. <한겨레> 김규원 기자가 2005년 취재한 자료에 따르면, “마포주민 이봉수(83)씨가 재현한 황포돛배는 12m 가량이었고, 주로 충청도 서산 지방의 실치잡이 배로 쓰였다. 사람, 소, 짐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는 9m 정도였으며, 자갈·모래를 싣는 자갈배는 6~7m 정도였는데 나룻배보다 목재가 더 두꺼웠다.”

또한, “밤섬은 현대에 들어서도 전기나 수도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1968년 밤섬을 떠날 때까지 주민들은 등잔불이나 남폿불을 사용했다. 물은 한강 물을 퍼다가 그대로 마셨다”고 밤섬 배목수인 최창선(64)씨는 증언했다. 최씨는 “우물이 있었지만 짠맛이 나서 먹을 수가 없었다”며 “한강 물 떠다가 먼지만 가라앉혀서 마셨는데, 오래 둬도 벌레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직업을 찾아 전전했다.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

▲ 밤섬에 서식하는 여름철새 왜가리. ⓒ박상건 자료(마포구청 제공).

여의도 개발이 시작되면서 어업과 도선업에 종사하던 밤섬 주민들은 마포구 창전동으로 이주했다. 이러한 이주의 역사는 한강변 모든 섬들이 지니고 있는 애증의 역사이기도 하다. 밤섬은 현재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마포구 서강동 15통으로 되어 있다.

여의도를 개발할 때 한강의 흐름을 좋게 하고, 여의도제방을 쌓는 데 필요한 잡석 채취를 위해 밤섬 중심부가 폭파 등으로 파헤쳐졌다. 그 결과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두 개 섬이 되었다. 윗밤섬은 새들의 중요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후 20여 년 동안 한강 퇴적물이 계속 쌓여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새들이 모이면서 도심 속의 철새도래지로 거듭 났다.

▲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 겨울철새 흰뺨검둥오리. 

 

 

 

 

 

 
당시 철새도래지의 명성만큼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성산대교 방향이나 강변북로를 달리다 보면 한가로이 노니는 철새들의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밤섬에는 천연기념물인 원앙 1종과 번식조류인 흰빰검둥오리, 개개비, 해오라기, 꼬마물떼새 등이 살고 있다. 철새 5,000여 마리도 매년 찾아온다. 식물은 버드나무, 갯버들, 용버들, 물억새 등 108종. 어류는 붕어, 잉어, 뱀장어, 누치, 쏘가리 등 28종이 서식하고 있다.

1988년 4월 LG그룹에서 2,970만원을 들여 갈대, 갯버들, 버들강아지, 찔레 등 5만 8,000포기의 식물을 심었다. 1999년 8월 10일에는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섬 출입이 전면 통제되면서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 한강변에 철새 조망을 위한 한강조망대가 설치됐다. 

● 밤섬으로 가는 길
1. 버스 :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 버스정류장에서 도보로 3분(한강변 방면)
2. 시내버스 : 5615, 5618, 5713, 6633, 753
3. 지하철 :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서강대교 방면)

<지난 기사 링크>
밤섬 ①. 수십리 모래 백사장 있던 한강의 해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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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2010-05-13 09:48:19
밤섬에 이런 새들이 사는군요....일반인도 갈 수 있게 하면 안될까요....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