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신탁 민들레, “주술적 사랑의 점”
사랑의 신탁 민들레, “주술적 사랑의 점”
  • 송홍선 /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5.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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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8]

얕은 산야에 흔히 자라는 풀이 있다. 아름다운 꽃이기도 하다. 민들레이다. 봄이면 유난히 눈에 띈다. 그늘의 숲에서 살지 못하므로 꼭꼭 숨어 지내지 않는다. 봄볕이 내려앉은 곳에 드러내놓고 살아간다. 보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볼 수밖에 없는 봄의 꽃이다.

민들레의 잎은 누가 갈기갈기 찢어 놓은 듯이 생겼다. 그러나 어린잎은 삶아 나물로 먹을 수 있어 좋다. 뿌리는 기름에 튀겨서 영양 강정식으로 먹었고, 힘을 보충하기 위해 민들레차 또는 민들레술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서양에서도 잎을 뜯어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으며, 뉴질랜드에는 뿌리를 말려 커피 대용으로 만들어 마시는 풍습이 있다. 민들레는 이뇨, 변비, 황달, 천식 등의 약재로도 알려져 있다.

민들레 갓털에 얽힌 전설

▲ 민들레열매. ⓒ송홍선

민들레는 흔하게 볼 수 있어서 하찮은 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전설처럼 얽힌 이야기도 없을 것 같지만 민들레의 탄생화 유래담은 재미있게 전한다. 옛날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였다. 대부분의 생물은 도망을 갔으나 민들레만은 도망가지 못했다. 그래서 민들레는 하나님을 향해 제발 살려달라고 간절히 애원했다. 그러자 민들레 씨는 갑자기 갓털의 날개가 돼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갈 수 있었다. 민들레 씨는 얼마 안 있어 어느 언덕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뿌리를 내렸다. 그 후부터 민들레는 하느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하늘만을 우러러 보며 피어났단다.

또 다른 민들레의 전설도 재미있게 전한다. 옛날 어느 임금은 무슨 일을 하건 간에 평생에 단 한 번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그래서 임금은 언제나 자기의 운명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별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임금은 별을 앙갚음하기로 했다. 그래서 임금은 별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명령을 내렸다.

“하늘에서 떨어져 땅위의 풀이 되어라, 꽃이 되어라. 그러면 나는 너를 밟아 주리라.” 그러자 별은 임금의 명령대로 땅에 떨어져 노란빛의 꽃으로 변했고, 임금은 양치기로 변해 그 꽃을 밟고 다닐 수 있었다. 이 꽃이 바로 민들레였단다.

▲ 민들레꽃. ⓒ송홍선

민들레는 잎이 펼쳐지는 동안 밑동에서 꽃줄기를 나오고 그 끝에 꽃 뭉치가 달려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 후 꽃이 떨어지고 나면 열매가 하얀 솜사탕 모양의 털 뭉치로 변한다. 이때 바람이 불면 둥그스름한 털 뭉치는 각각 떨어져 공중을 날아다닌다. 각각의 털 뭉치는 낙하산을 거꾸로 펼친 모양이다. 맨 밑에 씨가 매달려 있고 위쪽에는 뒤집힌 우산살처럼 생긴 곧은 털이 모여 있다. 이 털이 갓털이다.

민들레 씨는 갓털이 붙어 있어 멀리 퍼질 수 있다. 바람에 쉽게 날리기 때문이다. 몇 천 미터의 높은 하늘에서 민들레의 갓털이 날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비행기 조종사가 있단다. 이렇게 보면 민들레 씨의 흩어지는 정도가 매우 넓은 듯하다. 이는 민들레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강인한 생명력의 표상

옛 사람들은 씨가 달린 민들레의 갓털을 하나씩 따서 날리면서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를 번갈아 외우다가 마지막까지 남은 갓털 이삭으로 주술적인 점을 쳤다. 또한 어린이들은 이 꽃으로 손목시계, 비녀 등을 만드는 놀이를 즐겼다.

민들레는 씨가 달린 갓털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데서 가벼움을 표상한다. 또한 잎은 사자 이빨을 상징하고, 민들레의 강인한 생명력은 억센 사람을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꽃말은 사랑의 신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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