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연어’, 다시 바다로 떠나다
우리 곁의 ‘연어’, 다시 바다로 떠나다
  • 김성배 기자
  • 승인 2010.05.10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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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 <연어> 후속편 <연어 이야기> 출간

문학동네 / 160쪽, 값 7,500원.

연어의 삶은 아름답지만 슬프다. 회귀성 어류인 연어는 산란기가 다가오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곳에서 짝짓기를 마친 후 암컷과 수컷은 죽고, 사랑의 결실체인 알에서 부화한 새끼는 이듬해에 바다로 떠난다.

지난 1996년, 안도현 시인은 연어의 생을 배경으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를 펴낸 바 있다. <연어>는 모천회귀라는 존재 방식에 따른 성장의 고통과 아프고 간절한 사랑을 그린 작품.

<연어>에서 안 시인은 은빛연어 한 마리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으로 회귀하며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진 채 폭포를 거슬러오르며 성장해가는 내용으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후로 15년 동안 114쇄를 찍어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현재까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연어>의 후속편인 <연어 이야기>가 서점가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전작에서 등장했던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딸인 ‘나’는 어느 날 알을 찢고 세상으로 나온다. 알을 찢고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육십 일이라는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그 동안 ‘나’의 머릿속은 두려움과 기쁨으로 뒤엉켜 터져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두려움을 빨아먹으며 버티고 버텼다. 그것은 공포였다. 공포가 스스로를 키워준 셈이다. 알에서 빠져나가는 날, 누군가 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작정이었다. 알이란, 두려움을 동그랗게 빚어 만든 말랑말랑한 구슬이라고.

두려움이라는 작은 구슬을 뚫고 나온 ‘나’의 앞엔, 다시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경험했던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폭포 위에서 태어난 ‘나’는 어두운 돌 틈에 애처롭게 끼어 있다가 물살에 휩쓸려 아래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물고기연구소에서 인공 수정을 통해 태어난 ‘너’를 만난다. ‘너’는 답답한 제도권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서로 다른 ‘나’와 ‘너’는 사랑을 느끼지만 쉽게 속마음을 내색하진 못한다. 그래도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존재한다.

“물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단다.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구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81쪽)

안 시인은 연어의 회귀가 결국 끊임없이 이어지는 우리네 삶의 연결성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그 속에서 태어난 생명이 하나의 사회인으로 성장하며 사랑을 깨닫는 과정처럼, 연어는 회귀해서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해 강으로 떠나보낸다. 우리가 연어의 삶에 가슴 아프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수정 씨는 <연어 이야기>에는 죽음으로 자유를 얻고 벽을 뛰어넘으며 사랑의 바다에 스며든 한 은빛연어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그 연어는 알고 있었을까,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고 강은 다시 물소리를 들려주고 물소리는 다시 흰 새떼들을 날려 보내는 이 어쩔 수 없는 사랑의 순환을, 이 끊이지 않는 사랑의 이어짐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사랑의 기술임을.

안 시인 특유의 감성과 삶에 대한 깊은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연어 이야기’는 벌써부터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국내에 확고히 자리잡은 연어 연작은 앞으로 계속 메마른 현대인의 감성을 건드리며 헤엄쳐갈 전망이다. 

※ 작가 소개
▶ 안도현(글) :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 9권의 시집이 있으며, 동화와 동시 창작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는 그의 동화 <연어>는 1996년에 출간된 이후 100쇄를 발행하는 기록을 남겼으며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태국, 대만 등에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이수문학상, 윤동주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  유기훈(그림) : 홍익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했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에 매력을 느껴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린 책으로 <내 친구 타라>, <미안해 미안해>, <플루토 비밀결사대 1, 2>, <펄루, 세상을 바꾸다>, <비밀의 동굴>, <사라진 고래들의 비밀>, <새틴 강가에서>, <송이의 노란 우산>,  <푸른 빛으로 사라진 아이> 등이 있다.

※ 초판발행 | 2010년 5월 10일
※ 153×214 | 160쪽 | 값 7,500원
※ 자료 제공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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