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프랑스 대통령 전용기
‘아주 특별한(?)’ 프랑스 대통령 전용기
  • 백연주
  • 승인 2010.11.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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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들은 '못마땅'…사르코지는 ‘만족’
지난 10월 27일에 파리–뉴칼레도니아 왕복으로 마지막 시험 비행을 마친 프랑스 대통령의 새 전용기는 11월 11일, 사르코지 대통령을 태우고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주최국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로 향했다.

다른 나라 대통령이나 수상들에 비해 하루 늦게 도착한 사르코지 대통령의 한국행을 안전하게 보좌한 프랑스의 새 전용기가 프랑스 사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역대 최고 성능의 초호와 전용기
▲ 사르코디 대통령과 부인 부르니가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엘리제궁에서 새로 도입한 대통령 전용기는 A330-200 기종으로 사르코지 대통령을 위해 기내 인테리어 및 성능을 최고로 손보았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빗대어 ‘air sarko one’이라 불리는 이 새 ‘작품’은 G20 정상회의 당시 성공적인 첫 비행을 마쳤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새 전용기는 기존 프랑스 대통령 전용기를 통틀어 단연 독보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에어 카라이브(Air Caraibes)사에서 제작한 총길이 59m의 A330-200기는 시간당 880km의 속도로 12000km를 쉼 없이 비행할 수 있다. 이 전용기는 한 시간 운행에 약 2만유로(한화 3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프랑스의 새 얼굴이라는 슬로건 아래 선보인 전용기의 내부는 과연 어떠할까?

전용기의 앞부분인 조종실 바로 뒤에는 대통령과 가족들을 위한 방이 마련되어 있다. 이 방에는 더블침대와 드레스룸, 욕실 등이 배치되어 있다. 침실에 이어 대통령 전용 사무실과 비서실이 있다.
전용기 중앙에는 12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과 응급상황을 대비한 소형 메디컬 센터, 지상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한 최첨단 시설의 커뮤니케이션 룸이 있다. 비행기의 후반부에는 대통령과 함께 탑승할 정부관계자들을 위해 비즈니스 급의 60석이 마련되어 있다.

새 전용기 도입 못마땅한 프랑스 국민
프랑스 사상 최대의 대통령전용기 도입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사르코지 대통령 본인뿐인 것 같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사르코지와 치열하게 경합했던 사회당의 세골렌 로얄 의원은 “국가권력을 이용한 자기 배 채우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언론에 드러냈다. 이후 정부 대변인은 “장거리 이동에 꼭 필요한 것”이라며, 당연한 관례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욕실가운에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며 업무는 뒷전이라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곤욕을 치루고 있다.

호화 전용기 소식을 접한 프랑스 국민의 원성도 높다. 갑작스런 연금제도 개혁, 최고의 실업률, 치솟는 물가 등으로 특히나 힘에 붙인 한해를 보낸 국민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 전용기를 제작한 대통령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11월부터 담뱃값이 무려 6유로(한화 약 8천원)로 인상됐다. 그 중 80%가 세금으로 정부에게 돌아가니 프랑스 국민이 사르코지에게 전용기 한 대를 선물한 셈이다.”(에릭·38세·회사원)

"연금개혁으로 우리는 2년 더 일해야 하는데, 대통령은 초호화 전용기를 구입했다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소피·57세·은행원)

"그 전에도 전용기가 두 대나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굳이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제시·20세·학생)

▲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용 여객기를 ‘Air Sarko One’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이미 대단한 두 대의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두 대의 비행기는 각각 30명 정도만 탑승할 수 있어, 정부의 주요 관계자들이 함께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주행거리도 현재의 전용기에 비해 확연히 짧아, 대통령과 동승자들의 보다 안전하고 유용한 여행을 위해 새로운 기종을 탄생시키게 되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이다.

두 전용기 중 한 대인 A319 CJ기는 얼마 전 세네갈 정부가 구입했고, 나머지 한 대 또한 여러 나라에서 구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바뀐 것은 대통령 전용기뿐만이 아니다. 서울행 첫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프랑스로 돌아온 사르코지 대통령은 대대적으로 내각을 물갈이 했다. ‘Air Sarko One’의 60개 비즈니스 석 역시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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