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의 불명예, 이젠 씻어야 할 때”
“서대문의 불명예, 이젠 씻어야 할 때”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5.12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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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초’ 기초단체장 야권 단일후보 서대문 문석진 인터뷰

서울 서대문구에서 기초자치단체장 야권 단일후보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서울시의원 등을 지낸 회계사 출신의 민주당 문석진 후보(54)가 그 주인공이다.

문 후보는 지난 5월 8일과 9일 이틀 동안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참여당 손영훈 후보, 민주노동당 이상훈 후보를 꺾고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었다. 손영훈·이상훈 후보는 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력 지원에 나서게 된다.

<서울타임스>는 10일 단일후보 확정 기자회견 직후 문석진 후보를 만나 단일화의 의미, 선거 전략, 상대 후보에 대한 평가, 서대문의 현안 등을 놓고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 일답.

-야권 단일 후보에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 이번 단일화의 의미와 각오 같은 게 있다면.
무엇보다 새로운 변화와 함께 단일화에 동참해준 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 예비 후보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단일화는 단순한 3당의 협조 체제가 아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단일화고, 공동의 정책목표를 수렴해 서민을 위한 진정한 행정을 실현하자는 의미의 단일화다. 보수 집권세력의 부패를 심판하고 서대문에서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거가 될 것이다.

-지난 8년여 동안 현동훈 구청장이 이끌어온 서대문 구정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마디로 현재의 서대문구는 “구청이 구민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일을 당연히 해야 함에도 오히려 구민이 구청을 걱정하고 염려해야 하는” 참담한 현실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그동안 구청장은 어디에 있었고, 또 무슨 일을 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누구보다 청렴하고,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수장과 그의 부하 직원들이 뇌물수수로 구속되면서 서대문 전체에 씻지 못할 불명예를 안겨주지 않았는가? 졸속 개발로 만들어진 홍제천변은 엄청난 비용을 들였음에도 비가 내리면 토사와 풀이 쓸려 내려가는 ‘전시행정’의 표본이 되었고, 뉴타운 개발지역은 전쟁터처럼 황폐화되어 2년 동안 방치되어 있다. 주민들 간의 분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지역 구민들은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문 후보 외에 서대문구에 출마한 유력 후보 중에는 이해돈 한나라당 후보(전 서대문구청장 권한대행)가 있다. 이 후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와 비교해 문 후보의 강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상대 후보로서 존중의 마음을 갖고 있다. 다만 이 후보가 현동훈 전 구청장과 함께 재직(서대문 부구청장)하는 동안 서대문구청의 비리와 매관매직을 방지하는 데 왜 좀 더 노력하지 않았는지 그 점이 좀 아쉬운 게 사실이다. 저의 강점이라면, 전문성과 투명성을 들고 싶다. 서울시의원 활동을 통한 행정 경험뿐만 아니라, 도시개발공사 이사, 공인회계사로서 전문성도 쌓아왔다. 또한 세종문화회관 감사, 시정개발연구원 감사, 시민사회단체 활동 등을 통해서 업무 투명성에 대해 남다른 강한 신념과 경험을 갖춰왔다고 본다. 지난 3월 납세자의 날에는 동대문세무서에서 ‘모범 납세자 상’까지 수상했다. 이런 전문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행정적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서대문구의 위기와 산적한 난제를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이해돈 후보 측은 “행정엔 연습이 없다”며 서대문구 등에서 쌓아온 오랜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 부분은 문 후보가 좀 취약해 보이는 게 사실인데.
물론 행정 경험은 중요하다. 하지만 숲속에만 있는 사람은 나무만 보이지 숲 전체를 잘 볼 수 없는 법이다. 현재의 서대문구는, 구청장의 덕목 중 그 무엇보다 “숲과 나무를 잘 볼 수 있는” 행정적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이러한 리더십의 근간은 원칙이다. 누가 더 원칙을 준수하는 행정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저는 서울시의회에서 재무경제위원장을 역임했을 당시 많은 선배 의원과 함께 시 사업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또한 공인회계사로서 각 지방행정연수원에서 강의를 하며, 공무원들로부터 다양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키워왔다. 이러한 활동의 근간에는 바로 원칙이 있었고, 그것이 바로 제가 일선 현장에서 확인한 행정적 리더십에 대한 답이었다.

-서울 내에서, 그리고 다른 구와 비교해 서대문구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장점과 단점 중심으로 설명해본다면.
우리 서대문구는 지형상 안산을 그 중심에 두고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이런 이유로 각 동별로 본다면 오히려 다른 구와 더 인접해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서대문구 내부에서 유기적 연계와 발전이 저해될 수 밖에 없는 단점을 가진다. 하지만 안산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구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러한 녹색 환경자원을 잘 가꾸어 자연과 어우러진 서대문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의무가 될 것이다.

-주민들이 절실하게 생각하는, 서대문구의 주요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해결 대안까지 함께 말해달라.
첫번째 가장 중요한 현안은 바로 뉴타운 개발과 관련된 문제다. 이 사업으로 인해 시작된 주민 간의 불신과 불화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지개벽’이라는 미명 아래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난립했는데, 구청의 관망하는 태도로 사업이 지연되고 비리가 발생했다. 주민 간 불화도 바로 그 때문에 생긴 것이다. 공공관리제도가 도입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체제라고 할 수 없다. 서대문구에서 공공관리제도의 모범적 사례를 제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두번째는 바로 행정시스템의 개선이다. 구청장이 된다면 구청의 수동적 행정 편의주의로 인한 구민들의 불편을 개선할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공무원들이 바로 그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는 바탕은 원칙에 입각한 인사인데, 능력과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는 시스템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상급자가 아니라 구민을 위해 실천하는 공무원이 제대로 평가받는 서대문구를 만들어야 한다.

-뉴타운·재개발과 관련한 모범 사례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이제는 조합 집행부가 정비업체와 시공사 등을 선정하기에 앞서, 사업의 인허가를 담당하는 구청이 먼저 공사 단가와 퀄리티 등에 관한 문제를 협상하고 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래서 사업의 진행을 돕는 동시에, 감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또한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구청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사업 동의 여부를 다시 파악해볼 계획이다. 그래야 다름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서대문구에는 인왕시장, 영천시장 등 재래시장이 많다. 이와 관련해 여러 지역에서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입점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저는 우리 서민들의 생계 터전인 재래시장과 골목 상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동시에 구청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재원을 동원해 재래시장의 환경 개선과 경쟁력 확보에 힘쓸 것이다. 이들이 버젓이 살아 있는 지역에서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입점은 절대로 불가하다고 말할 수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재건축 연한 완화에 대한 입장은.
이 문제는 절대로 도시미관 중심의 재건축이 되어서는 안된다. 서민의 주거안정과 삶의 질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재건축을 원하는 지역에서는 완화가 필요하겠지만, 연한에 급급해 성급한 재건축이 시행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또 다시 서민의 삶에 고통과 갈등이 따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갖고 있다. 지난 2년3개월여 동안 국정운영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해본다면.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70년대식 수출지향적 고환율 정책과 대기업 우선 정책으로 우리 경제·사회의 양극화를 계속 심화시켜 왔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정과 기업에 가속화되어 중산층이 줄고 서민의 삶이 계속 힘들어져 IMF사태 때보다 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여전히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자신들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하는 세력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정의가 힘이 아니라 힘이 정의가 되어버리는 정치적 퇴보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 안보에 구멍이 뚫려 아까운 젊은이들이 희생되어도, 이를 한나라당과 정부 인사들의 망신스런 행태를 감추는 데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일부 보수 세력의 재결집에 활용하는 정권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늘 현명하고 더 지혜로웠다. 많은 순수 종교계 인사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해도 굳이 우리의 강토를 건설현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정권에 대해 우리 국민은 스스로 진정한 뜻을 제대로 알려주리라 믿는다.

-최근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대한 입장과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어가는 현실에서, 적어도 우리의 아이들은 교육공간인 학교에서 급식 문제와 관련해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2009년 서대문구의 재정 자립도 41.9%에서 알 수 있듯이 재원 확보가 선결 과제다. 예산 확보를 위해 서울시의 지원을 반드시 끌어내 조속히 무상급식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재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 서대문구청장 후보자 정보 조회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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