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실개천, ‘혈세낭비’ VS ‘쾌적환경’
대학로 실개천, ‘혈세낭비’ VS ‘쾌적환경’
  • 김성배 기자
  • 승인 2010.05.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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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 전기사용료 정보공개…시민 반응 찬반 엇갈려

서울시에서 조성하고 있는 실개천이 논란거리다.

지난 해 5월, 서울시는 2011년까지 서울 시내에 실개천 15개소를 조성하고, 시민 호응도가 높을 경우 2020년까지 모두 50개소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최근까지 종로구 대학로(1,3km), 성동구 뚝섬역 부근(280m), 성북구 국민대 주변(150m), 남산 산책로(2.6km)에 실개천을 완공시켰다. 

지난 해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학로 혜화로터리에서 이화사거리까지의 1.3Km 구간 실개천 준공식에서 실개천을 조성하는 것은 옛 물길을 재현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서울시가 자연의 생태와 문화력을 도시 생활권까지 전달할 친수공간을 만들기 위해 추진 중인 ‘도심 속 실개천 만들기’ 사업의 첫 번째 성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대학로 실개천 1.3km 구간. ⓒ서울시 제공

 

하지만 실개천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 도심 곳곳에 분진이나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열섬현상을 완화시켜 쾌적함을 줄 수 있는 실개천이 생긴다는 점은 좋지만, 막대한 유지 비용이 들고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 

또한, 자연적인 물길을 트지 않고 인공적으로 콘크리트를 발라 만드는 실개천이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환경 전문가들은 현 정권의 특성상 실개천 조성 공사는 청개천이나 4대강 공사의 환경 파괴적 성격과 그 맥이 닿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로 실개천 가동 전기사용료 월 320만원

하루 500여톤이 흐르는 대학로 실개천은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를 여과해 살균한 1급수 수준의 물이 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하수를 사용하는 덕분에 연간 5억원의 물세를 절약하면서 서울 시민에게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아이디 opengirok는 지난 7일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학로 실개천 공사에는 총 36억 6,000여만원이 사용되었다면서 지난 해 12월에 해당 실개천이 가동된 이후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전기사용료만 1,300여만원이란 자료를 공개했다. 

이는 월평균 320여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전기료가 소요되고 있는 셈. 혼잡지역이다 보니 물이 쉽게 오염되고 쓰레기가 쌓일 가능성이 큰 만큼 여타 청소비용까지 합치면 매달 대학로 실개천에 들어가는 비용은 적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로 실개천에 빠져 다치는 보행자가 자주 발생하자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실개천 일부 구간을 강화유리로 덮었다. 이는 혼잡한 혜화로터리부터 대학로약국까지의 40m 구간을 완전히 막아놓은 것으로 처음부터 안전사고에 대비한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샀다.

 

▲ 서울시의 실개천 조성 계획 ⓒ서울시 제공

 

이처럼 실개천 조성 사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서울시는 실개천 조성 사업이 각 자치구별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 예정 지역을 확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실개천을 확대 조성하는 것과 관련해 전문기관에 여론 조사를 의뢰한 상태며 그 결과가 나오는 5월에 추가 정책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인 것.

서울시 물관리국 물관리운영팀의 진명국 주무관은 “서울시의 실개천 조성사업은 버려지는 지하철 유출수나 계곡수를 이용해 시민들에게 수경 공간을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각종 동식물들이 찾아드는 효과도 있고 여름철에는 열섬 효과를 줄이므로 예산 낭비나 인공적인 자연 조성책이라고 몰아세우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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