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쉽고, 졸업은 ‘하늘의 별 따기’, 프랑스 대학
입학 쉽고, 졸업은 ‘하늘의 별 따기’, 프랑스 대학
  • 백연주
  • 승인 2010.11.26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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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열 없고, 학비도 저렴…졸업 어려워 중도 포기자 급증

지난 11월18일(목), 프랑스 채널 Canal plus에서는 한국의 수학능력시험 현장을 ‘아주 특별한 날’로 잠시 소개했다.

 고사장 주변을 가득 메운 응원단들, 경찰 오토바이로 급히 도착하는 지각생, 전국 각지의 교회와 절에서 자식의 성공을 기원하는 수만명의 학부형. 한국에서 매년 볼 수 있는 이 장면이 먼나라 프랑스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공통과목, 전문계열 시험 별도로 치러
프랑스의 수학능력시험인 BAC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준비한다. 모든 학생이 공통과목 수업을 듣는 1학년 생활을 거쳐, 2학년에 올라감과 동시에 각자 자신이 향후 공부해나갈 분야를 결정한다.

한국의 자연계에 해당하는 S계와 인문계에 해당하는 L계로 나뉜 학생들은 수능시험 전 자신의 전문계열과 관계가 없는 과목들의 시험을 미리 치르게 된다.

예를 들어 자연계를 선택한 학생의 경우는 인문계 과목에 해당하는 문학이나 국어, 철학 등의 과목을 고등학교 2학년 때 먼저 시험을 치러 수능시험까지 남은 1년여의 시간을 자신의 전문계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프랑스의 수능은 약 1주일에 걸쳐 치른다.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종일 시험을 치르고 해가 질 때 즈음에야 귀가하는 한국 수험생들과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며칠에 걸쳐 적으면 하루에 한 과목 많게는 세 과목정도의 시험을 보게 된다.

이런 제도로 인해 프랑스의 수험생들은 한국수험생들에 비해 안정되고 보다 장기적으로 자신의 계획에 따라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

서열 없는 프랑스 대학, 입학은 쉬워
수능전쟁의 목적은 대학진학. 그렇다면 프랑스의 대학 입학은 어떻게 이뤄질까.

프랑스 대학입학은 상당히 쉬운 편이다. 수능점수에 따라 대학에 지원해야 하는 한국의 입학제도와는 많이 다르다. 프랑스 대학은 서열이 없고, 모두 동등하다.

프랑스 수험생들은 수능 총점인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을 획득했는가에 따라 통과와 탈락이 결정된다. 따라서 10점 이상을 획득하지 못한 학생은 자기 의지에 따라 그 다음해 시험을 준비하거나 전문기능기술 교육기관인 CAP에 입학지원을 하기도 하고, 빠른 취업을 위해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한다.

한편 10점 이상을 얻어 수능을 통과한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해 진학한다. 하지만 프랑스 대학 진학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바로 쉬운 입학, 어려운 졸업이다.

철저한 개인주의, 낭만 없는 대학생활
프랑스의 대학은 일반적으로 철저한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한국 캠퍼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끼리의 잡담이나, 화기애애한 교수와 제자의 관계 등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같은 과에서 몇 년씩 함께 공부하고도 서로의 이름을 잘 모르는가 하면, 교수들 또한 학업진행이나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적극 지원하지는 않는 편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대학에서는 고학년 학생들이 저학년 학생들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지극한 독립적인 프랑스 학생들은 남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꺼린다.

지난해 발표된 한 통계에 따르면 대학의 특정학과에 입학, 등록한 학생이 360명이었으나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유급 없이’ 진학한 학생은 고작 130명이었고,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학한 학생은 80여 명뿐이다.프랑스의 3년제 학사 시스템 최종단계인 3학년까지 올라오고도, 그 해에 졸업한 학생은 고작 40여 명으로 프랑스에서의 대학졸업이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렇듯 프랑스의 대학 시스템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수능시험 전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의 수험생들에 비해 프랑스 수험생들의 여유로움은 매우 싼 등록금 때문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대학등록금은 연350유로 정도로 우리 돈 60만원 남짓이다. 이에 더해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에게는 프랑스 정부가 전액 지원하고 있어, 등록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학진학을 미루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졸업 어려워 포기하는 학생 늘어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3년 안에 학업을 마치기가 힘들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또한 너무 쉬운 입학제도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 후 딱히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는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대학으로 진학하기도 한다. 이들은 수업 분위기를 흐린다던지 혹은 입학을 하고도 출석을 하지 않은 채 학자금 혜택을 받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프랑스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학 졸업이 어려워지자 대학에 입학을 해놓고도 곧바로 쉽게 취직이 가능한 전문대학이나 아카데미로 옮겨가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 낭시 2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중인 신입생 티보는 자신이 경험한 대학생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에서는 의대나 법대가 아니더라도 졸업이 매우 어렵죠. 지인들 중에 수능을 보고나서 딱히 맘에 드는 과를 결정하지 못해서 그냥 친구따라 철학과에 들어가 2학년에 올라가는 데에만 무려 3번이나 유급하는 경우도 봤어요. 1학년만 4년을 다닌 셈이죠. 그렇게 대학생활에 질려버린 그는 결국 포기하고 자퇴했죠.”

그러나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현재 수능을 준비중인 마린(18세)은 미래를 위해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한다. “지금 당장은 목표가 없어도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을 나오는 게 아무래도 낫죠. 졸업이 힘들어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지는 몰라도 훗날을 생각했을 땐 아카데미나 사립시설 졸업장을 받은 사람들 보다 월급을 두배는 더 받게 될테니 자신과 맞지 않아도 참는거에요.”

수능점수에 인생을 건 한국 수험생들의 모습이 아직은 낯선 프랑스인들. 그러나 막연한 미래설계에 관한 고민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이나 프랑스의 젊은이들 모두에게 주어진 끝나지 않는 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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