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서울시민으로 산다는 것…
[창간기획] 서울시민으로 산다는 것…
  • 서영길 기자
  • 승인 2010.04.10 19: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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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리에서 만난 시민 10人①

‘사람은 나서 서울로 보내라’는 말처럼, 대한민국 인구 4,800만명(2005년 기준) 중 1,000만명이 서울에 살고 있고, 서울은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다. 2010년 오늘을 살아가는 서울시민들은 ‘서울’이란 도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노인요양원 들어가기가 하늘에 별 따기야!”
- 탑골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 김동진씨  

▲ “요양소 들어가기가 쉬워야 말이지...” - 김동진씨 ⓒ서영길

서울에서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종로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동진씨(87세, 상계동). 그는 매일 같이 공원 한 편에서 맨손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난 16세부터 쭉 서울에 살았는데, 요새는 나이가 들어 그런지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어. 젊었을 땐 길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나서 길을 알려줬는데… 서울은 너무 빨리 변하는 것 같아”

20대 때, 가난한 서울살이가 싫어 지방으로 내려가 10여 년을 살았다던 김 노인은 시골생활이 더 힘들어 다시 상경했다고 한다.

“가난 때문에 시골로 내려갔는데 물가도 엇비슷하고, 시설도 불편하더라고. 사람도 많지 않아 지루하고. 난 이제 늙어 그런지 서울 생활에 만족해. 나 같은 노인들도 많고, 젊은 사람도 많아서 좋아. 특히 오랫동안 살던 곳이라 여기가 좋지”

여생도 서울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김 노인은 현재 부인과 두 식구가 살고 있다. 그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앞으로의 거처.

“시에서 ‘노인요양원’ 좀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몇 군데 있긴 한데 들어가기가 하늘에 별 따기야… 마누라와 둘이 사는데, 둘 중 하나라도 (저 세상으로) 떠나면 요양원 같은 곳이 필요하니까”라며 씁쓸히 웃었다.


“자연녹지 많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였으면…”
- 결혼 8년차 주부 박영미씨 

▲ “서울이 자연 친화적인 도시가 아니라는 점이 아쉬워요” - 박영미씨 ⓒ서영길

서울에서 나고 자라 지금껏 살아온 박영미씨(35세, 신당동)는 주부 8년차다. 그렇기에 그녀의 관심은 아이 교육과 자연환경에 있다. 박씨에게 서울이란 도시는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이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도로를 달리며 보는 서울의 밤은 정말 아름다워요. 물론 치안문제 등 무섭기도 하지만요. 가끔 야경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녀가 꼽은 서울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보니 교통체증, 대기오염을 문제로 꼽는다.

“서울은 고층 빌딩과 아파트들로 꽉 차 있어 자연 친화적인 도시가 아니잖아요. 어린 아이들이 자라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갖고 있지도 않고요. 주변에 녹지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또한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교육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강남과 강북 등, 지역별로 교육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점이 걱정이다.

“정부에서 교육정책을 일괄되게 펼치고,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들이 제대로 집행되었으면 해요”라며, 서울이 아이들 키우기 좋은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탁상행정은 이제 그만… 장사하기 힘듭니다”
- 남대문시장 의류매장 사장 임승택씨 

▲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정책을 펴주세요” - 임승택씨 ⓒ서영길

남대문시장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임승택씨(47세, 미아동)는 40년 넘게 살아온 서울을 한 마디로 표현해 ‘치열하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서울은 삭막하고,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경쟁도시이다. 

 “서울은 정보를 빨리 접할 수 있고,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점이 좋죠. 접근성도 좋아 옷의 유행도 빨리 잡아낼 수 있고, 그에 맞게 옷을 생산해 낼 수 있어 타 도시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경쟁력이 있으면 뭐 합니까? ‘밀어붙이기’ 식 정책 때문에 소상인들은 장사하기가 더 힘들어요.”

임씨는 ‘동대문 쏠림현상’(남대문 상권이 동대문 상권으로 넘어가는 것)과 대기업들이 소상인들의 영역까지 잠식해 오는 점이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시에서 남대문시장을 살리기 위해 많은 정책과 공약을 내놓지만 피부에 와닿는 것은 없습니다. 생업이 걸려있는 저희 입장에서 만든 정책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준으로 생각해 만드니 탁상공론일 뿐이죠.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재래상인들을 보호해줬으면 좋겠어요. 대기업의 대형 슈퍼마켓 때문에 동네의 구멍가게가 죽듯이 저희도 현재 똑같은 상황입니다”

서울시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는 임씨는 “저는 서울에 사는 것엔 미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식들 교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아 있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서울을 떠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서울시민 모두들 비록 몸은 피곤하고 바빠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며 바쁜 걸음을 옮겼다.

 
“서울은 기회의 도시, 그러나 집값이 너무 비싸네요”
- 부동산 컨설팅 회사원 김정현씨 

▲ “저는 투표로 권리를 꼭 행사할 겁니다” - 김정현씨 ⓒ서영길

김정현씨(33세, 화곡동)는 부동산 컨설턴트 관련 일을 하는 직장인이다. 그는 주말이면 가까운 한강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등산을 하며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달랜다고 한다. 

“서울은 지방보다 시스템이나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있죠. 교통문제도 그래요. 요즘은 ‘버스중앙차로제’ 시행 등으로 대중교통 인식도 많이 좋아졌고요. 굳이 평가하라면 그런 점을 꼽고 싶네요”

물론 도로 이곳, 저곳에서 끊이지 않는 공사로 교통체증이 있고, 이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김씨는 그래도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싶단다.

“가끔은 서울보다 지방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서울은 사람도 많고, 기회도 많지만 삭막하죠. 그래도 모든 것이 서울에 있으니 어떻게든 서울에서 자리를 잡아야죠. 하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걱정입니다”

아직 미혼인 김씨는 지금 자신의 월급으로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도 어렵다며 서울시의 집값 안정을 시정책의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김씨는 “이번 선거에 당선되신 분은 집값의 고공비행 좀 멈추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는 투표로써 제 권리를 꼭 행사할 겁니다”라며, 6ㆍ2 지방선거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서울의 문화가 곧 대한민국의 문화 트렌드이죠”
- 초짜 서울시민 대학생 황비씨
 

▲ “서울에는 문화공간이 많잖아요” - 황비씨 ⓒ서영길

‘빌딩숲’이라는 한 마디로 서울의 모습을 표현한 여대생 황비씨(25세, 신림동). 그녀는 용인에서 올라와 서울에 산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초짜 서울시민이다. 그녀에게 서울은 거대함과 동시에 살아가기 편리한 모든 것을 갖춘 도시이다. 

대학생인 황비씨가 보는 서울의 가장 큰 매력은 공연과 놀이문화. 서울의 문화가 곧 대한민국의 문화 트렌드라고 생각한단다.

“서울하면 ‘대한민국의 중심’, ‘대도시’ 이런 것들이 떠올라요. 아직 학생 신분이고 젊기에, 제가 보는 서울은 문화 콘텐츠가 가장 잘 발달한 도시입니다. 특히 공연문화라든지 놀이문화 같은 것들이요. ‘홍대클럽’,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문화’ 같은 문화공간이 서울에는 많잖아요”

그녀는 ‘한강공원’, ‘서울숲’ 같이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편의시설도 서울의 장점으로 꼽았다. 지방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고, 기회도 많지 않은 문화행사들이 서울에선 수시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사진을 전공하고 있는 그녀는, “서울이란 도시는 신구(新舊)가 적절히 모여 있어 사진 찍을거리가 많죠. 또 사람도 많아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제겐 가장 좋은 도시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반면, 서울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외모지상주의, 출신학교를 사람의 판단기준으로 두는 것, 이런 문제점들이 서울에서 시작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가장 안 좋은 모습일거라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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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운 2010-04-15 14:28:56
기획기사가 인상적이네요. 앞으로도 서울의 모습 많이 담아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