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즐거워야 교육에 희망이 있습니다”
“학교가 즐거워야 교육에 희망이 있습니다”
  • 이태향 객원기자
  • 승인 2010.05.14 14:59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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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만난 사람] 당산초 교사 이현숙

옛말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교사를 임금과 부모의 동격으로 보았다. 스승의 날을 세종대왕 탄신일에 맞춰 기념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2010년 교권은 땅에 떨어졌고, 교사를 향한 불신도 만만치 않다.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을 만났다. <편집자 주> 

▲ 당산초 이현숙 교사. ⓒ이태향
이현숙씨(45세, 양천구 목동)는 22년차 교사다.

1989년부터 서울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왔고, 지금의 영등포구 당산초등학교에 온지는 5년째 접어든다.

5학년과 수업하면 5학년의 마음이 되고 1학년을 맡으면 1학년의 마음이 된다는 그는, 지금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아이들이 너무 예뻐 보고 있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순수한 동심 믿어주는 게 중요

“아이들은 정말 순수합니다. 중요한 건 그 마음을 믿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입학하기도 전에 글 읽고 수 계산을 익힌 아이들이 많지만, 그 학습의 정도와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그저 아이일 뿐이라고 했다.

담임을 맡은 학급의 22명의 아이들 가운데 솔직히 말해 더 예쁘고 더 미운 아이가 없느냐고 짓궂게 물어보았다.

“더 예쁜 애들, 물론 있어요. 잘 배우려고 하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애들을 보면 누구라도 예뻐할 거예요. 그리고 말썽쟁이도 한두 명 있답니다” 라며 ‘하하하’ 웃었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 제 자리에 지긋이 앉아 있지도 못 하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틈틈이 놀이를 하거나 상을 주는 방법을 동원하죠. 아이들은 칭찬받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는 승진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학년부장도 굳이 맡지는 않는다고 한다. 업무가 많아지면 수업지도에 소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난 14년 간 전교조의 분회장을 맡아왔고, 학교운영위원회의 교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었다.

“업무가 하나 더 느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교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예산을 적절하게 집행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학교의 사업이 교사의 동의나 절차를 생략하고 진행되면 효율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비교육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거든요.”

노는 것과 먹는 것도 공부다

‘즐거움이 사라져가는 학교’에 대해 걱정하면서 그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학교들이 시범학교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나고, 다양하게 진행되던 문화체험 학습이 지난 해 하반기부터 학력신장 프로그램으로 대체되는 교육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시정을 요구해도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식의 패배주의에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즐거워야 교육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적어도 의무교육기간에는 무상급식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먹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전체 학생들에게 수업 준비물이 전부 지원되어야 합니다. 현재 극빈층과 차상위 계층의 자녀를 대상으로 지원하다 보니 무상으로 받는 아이들이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되거든요. 교육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매년 학급문집을 발간해 온 게 어느덧 21년이란다.
아이들이 책에서만 배움을 얻는 것은 아니다. 노는 것도 공부고 먹는 것도 공부다. 그 아이가 속한 환경이야말로 배움의 큰 놀이터인 것이다. 배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교사도 부모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1년 동안 아이들이 쓴 글을 모아 학급문집을 발간하는 일을 21년 동안 빠뜨리지 않았다는 그는 매년 5월이면 띠 동갑내기인 첫 제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초대한다는 얘기를 하며 얼굴이 상기됐다.

쪼르르 달려와 때 묻은 작은 손으로 튀밥을 한 주먹 내미는 어린 제자.
“고마와”하며 함께 그 튀밥을 받아먹는 이현숙 교사.
그 교실 풍경이 설명할 길 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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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숲 2010-06-22 08:59:44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그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시는군요^^ 많이 배우고 실천하겠습니다.

아름답게늙어가는친구들 2010-05-18 12:16:39
한결같은 선생님
지켜본지 어언 30여년~!
늘 한결같은 훌륭한 선생님이시랍니다.
수고하시었고, 앞으로도 우리 모두의 곁에서 선생님의 표본이 되시길 바랍니다.

엄대호 2010-05-17 10:23:45
5학년때 처음 선생님을 만나고,,,아직도 이어지는 인연이 참 가슴 뭉클해집니다
근용이가 해외나가있어 이번에는 나영이가 나서서 자리를 만드려 하고있네요,,,다음주면 선생님 뵐수있다고 생각하니 두근두근 ㅎㅎㅎ

송혜정 2010-05-16 19:39:46
교단에서 참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는 이현숙 선생님!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sg0502 2010-05-16 10:51:47
이현숙선생님, 그동안 수고하셨고 참 훌륭하십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사랑이 항상 넘쳐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