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자리 재료와 꿰미풀로 이용한 ‘골풀’
돗자리 재료와 꿰미풀로 이용한 ‘골풀’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12.0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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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55]
▲ 골풀. [송홍선]

골풀은 골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줄기가 땅 위로 곧게 솟구친다. 가닥가닥 곧바르게 모여서 자라난 골풀은 보기에도 좋다 보통 1m 이상 크는 것도 있으며, 잘 끊어지지 않는다.

줄기 위쪽에는 볼품없는 꽃이삭이 뭉쳐있다. 물기가 많은 논두렁이나 늪가 주변에서 무리지어 자란다.

골풀의 줄기 속을 꺼내어 말린 것을 등심초(燈心草)라 하는데, 등심초는 생약명으로 즐겨 쓰는 이름이다. 별칭으로는 야석초. 용수초. 철등심. 수등초. 호수초. 벽옥초 등으로도 부른다.

‘향약채취월령’에도 등심초라는 약초명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우리의 향명으로 고을심이라 했다.

옛날 농촌에서는 개구리나 물고기를 잡고 난 후에 꿴다고 하여 꿰미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옛날 아이들은 개구리를 잡으러 다닐 때에 마땅한 노끈이 없으면 으레 이 풀을 들고 다녔다. 개구리를 잡으면 그 콧구멍에다 골풀을 꿰었다. 또한 붕어 등 물고기를 잡았을 때도 이 풀로 꿰었다.

골풀은 줄기 위쪽에 꽃이삭이 뭉쳐있는데, 이것이 매듭 구실을 한다. 그래서 물고기를 꿰어도 빠지지 않았으며, 개구리처럼 무게 나가는 것을 꿸라치면 매듭을 크게 한다. 게다가 계집아이들은 골풀로 머리를 묶기도 했다.

특히 골풀로는 방석, 돗자리, 화문석을 만들기도 했다. 돗자리 등은 예부터 부들이나 왕골 또는 골풀로 짜는 일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꽃돗자리는 여러 가지 무늬 때문에 화문석이라 부른다. 그래서 똑같이 화문석의 일종으로 불리는 등메와 혼동하기 쉽다.

‘규합총서’에는 강화도의 교동과 경상도 의성의 꽃돗자리가 우수한 것으로 나오는데, 골풀로 만든 등메는 강화도의 특산물이었고 생산이 정해져 있었다.

등메의 원료인 골풀은 여름에 베어 내고 가마솥에 끓여 삶아 낸 다음 햇볕에 말려 묶어 두었다가 초가을 이슬이 내릴 때에 다시 우물에 축여 내어 이슬을 맞히고 볕에 말리면 흰 빛깔로 변한다. 이것을 재료로 하여 민간에서는 등메를 만들었던 것이다.

등메나 돗자리를 만들 때는 가늘고 복잡한 골과 골 사이를 무늬에 따라 버르집어 가면서 끼워 나가는데, 이때 청색.홍색․황색․남색․주황색․흑색 등을 섞고 무늬를 만드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무늬를 넣은 다음에는 그 뒷면에 별도의 부들로 짠 것을 받쳐대고 사방의 벽에 남색 모단으로 선을 둘러 꾸며서 끝낸다.

▲ 골풀 줄기(왼쪽)과 속심. [송홍선]
‘경도잡지’ 제택조에는 ‘방안에 기름 먹인 누런 종이로 장판에 기름이 엉긴 것같이 매끄럽게 하고 그 위에 등메(골풀자리)를 깔았는데 수복문자가 새겨져 있다’라고 했다.

이 기록에서 보면 등메가 사대부 집안에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를 알 수 있다. 민간에서는 왕골이나 부들 등으로 만든 돗자리를 썼고, 상류층에서는 골풀로 엮은 등메를 썼던 것이다. 등메는 고급 돗자리인 만큼 만들기도 까다로웠다.

이밖에 골풀로는 복조리를 만들기도 했으며, 줄기속심은 등잔불의 심지로도 이용했다. 또한 예전에는 과수원의 열매봉지를 싸매는 끈의 대용으로 쓰거나 미투리 삼는 데 쓰곤 했다. 일본에서는 다다미 겉을 싸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널리 심기도 했다.

특히 골풀의 뿌리와 줄기속심은 오줌을 잘 나오게 하는 이뇨제, 피를 멎게 하는 지혈제,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를 때 치료하는 약재로 많이 이용했다. 속살은 한방에서 맛이 달다고 한다. 성질은 차거나 평하여 폐열을 사(瀉)하고 심화(心火)를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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