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가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
프랑스 요리가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
  • 백연주
  • 승인 2010.12.10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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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요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적인 패션 중심지이자 예술의 나라인 프랑스가 또 하나의 영광을 얻게 되었다. 지난 11월, 유네스코는 프랑스 요리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프랑스 요리는 명실공히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공식적인 세계 최고의 요리임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잘못된 타이밍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프랑스 요리가 문화재로 선정, 발표된 지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은 평일 저녁, 프랑스 2채널의 다큐르포 프로그램 Envoye Spécial은 파리 레스토랑의 실망스러운 현실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유네스코의 문화유산 지정에 설레던 국민들의 마음을 단번에 잠재웠다.

수익에 눈 먼 요식업자들

프랑스를 찾는 전세계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수도인 파리로 향하기 마련이다. 에펠탑과 베르사이유 궁전의 낭만에 젖은 그들의 다음 일정은 관광안내책자에 소개된 유명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세계 최고라는 프랑스 음식을 맛보는 것.

그러나 현지 언어와 문화에 서툰 관광객들은 대부분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 방송국 측의 주장.
이 날 방송은 기자가 여행객들 사이에 유명하다는 파리 시내의 한 전통 레스토랑에서 촬영한 몰래 카메라였다. 방송이 나가자 파리의 요식업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레스토랑의 단골메뉴라는 마늘소스가 곁들여진 육회를 주문하며 “직접 썰은 신선한 고기냐”라는 질문에, 종업원은 “그렇다, 오늘 아침에 들어온 고기”라고 자신했지만 정작 육회를 맛 본 기자는 의문을 떨치지 못한다.

다음 날 새벽, 해당 레스토랑 앞에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조사한 결과 기자는 식품회사에서 기업용으로 대량 배달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늘이 곁들여진 육회’ 박스를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이 레스토랑의 요리 대부분은 특정 식품회사의 제품이었다. 미리 만들어져 배달된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 진품요리인 것처럼 장식하여 팔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시간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요리하지 않고, 주문배달에 의존하는 레스토랑은 파리 지역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통 살리기에 앞장 서는 톱 셰프들

부끄러운 다수의 파리 레스토랑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요리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전통적인 요리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유명 셰프들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요리사 중 활발한 미디어 활동으로 유명한 시릴 리니악(Cyril Lignac)셰프는 올해 서른셋의 젊은 나이로, 파리 번화가에 두 개의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요리계의 젊은 피다.

그는 약 3년 전부터 ‘슬로푸드’에 관한 중요성을 프랑스 국민들에게 일깨워주고자, 밥차를 끌고 전국을 돌며 각 지방에서 거둬들인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손쉬운 프랑스 요리 레시피를 전파하고 있다.

그렇다면 온갖 인스턴트 식품이 난무하는 대도시, 파리의 중심에 자리잡은 그의 레스토랑은 과연 어떨까?

매일 새벽, 이 레스토랑의 주방에는 파리 근교의 텃밭에서 배달되는 갖가지 제철과일과 채소, 시골 초원에서 건강하게 자란 소와 돼지, 양고기의 최고급 부위들이 배달된다. 갓 공급된 자연재료들은 그와 함께 일하는 6~7명의 요리사들에 의해 완벽하게 손질된다.

“모두 직접 만든다”는 부주방장의 말대로 시릴 리니악의 주방에서는 간단한 샐러드부터 주요리와 디저트까지 100% 요리사의 손을 거쳐 완성되고 있다.

“생활리듬이 빨라지면서 적당한 가격에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프랑스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죠. 하지만 사람의 건강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의 재료가 무엇인지, 어디서 생산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대량생산된 ‘일분 요리’를 먹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죠” (M6채널의 vive la cantine 인터뷰)

시릴은 그릇된 프랑스 요식업의 현실을 바꾸려면 국민들도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간도 두 배, 인력도 두 배로 들지만 사람은 모름지기 집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근접하기 어려울 것만 같은 프랑스의 정통 고급요리들을 현대적인 테크닉과 접목시켜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저서를 집필 중이다.

세계 최고의 요리로 인정받으며 유네스코 문화재까지 등극한 프랑스 요리.

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와 발전을 통해 건강하고 자연적인 음식을 세계에 내놓는 것이 아닐까 싶다. 
 

◆ 프랑스 레스토랑, 알고 가자
프랑스를 방문하는 수많은 한국 여행객들을 위해 보다 안전하게 프랑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1. 여행 가이드 책자를 조심하라
편리한 여행을 위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이드북에 소개된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스폰서를 체결했거나, 일정금액을 지불한 광고인 경우가 다반사다.
프랑스에서 실제로 맛과 질로 인정받은 정통 레스토랑들에 관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미슐랑(Guide Michelin)을 읽는 것이 좋다.
권위를 자랑하는 미슐랑은 프랑스 각지의 레스토랑을 별1개~3개까지로 평점을 매기고, 매년 정기적으로 전문가를 파견해 선정된 레스토랑의 음식과 서비스를 점검하기에 진정한 프랑스 음식을 맛보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2. 파리를 벗어나라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프랑스에 오는 이유는 수도인 파리를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진정한 낭만과 문화는 파리가 아닌 지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해주는 손 맛 가득한 프랑스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프랑스 동부나 남부지방의 자그마한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3. 셰프를 찾아라
쉽고 안전하게 최상의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유명 셰프가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가라.
- Le Quinzième: Chef 시릴 리니악 ( 주소: 14 rue Cauchy 75010 Paris )
- Maison Troisgros: Chef 미쉘 트르와그로 ( 주소: place de la gare 42300 Roanne)

4. 메종의 표기여부를 확인하라
해당 레스토랑에 관한 정보가 없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면, 메뉴판에 소개된 요리의 이름 뒤에 Maison 혹은 Fait maison이라 표기가 되어있는가 확인하라. 이 단어들은 직접 만든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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