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과 식용으로 널리 이용한 솔잎
약용과 식용으로 널리 이용한 솔잎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12.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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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58]
▲ 소나무-잎과 열매 [송홍선]

겨울 들녘의 모진 눈보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라는 나무가 있다. 솔솔 솔나무, 소나무이다.

눈이 내리니 솔잎이 푸르디푸르다. 생각을 바꾸니 먹음직스럽기도 하다. 사실이지 옛날에는 솔잎을 생채로 먹었다. 정신을 맑게 하고 복통을 멈추게 하는 등의 효험이 있기 때문에 솔잎을 그대로 씹어 먹었다.

솔잎을 구워 가루로 만들고 뜨거운 물에 타서 먹으면 위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푸른 솔잎을 계속 먹으면 회충과 십이지장충이 구제된다고 믿었다.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 소나무-송순 [송홍선]
옛 문헌의 ‘증보산림경제’ 섭생편과 ‘죽교편람’의 구황편에도 솔잎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옛날에는 솔잎을 요긴하게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구황촬요’에는 ‘구황에 솔잎이 좋기는 하지만 느릅나무 껍질의 침출액과 함께 먹으면 변비를 막을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솔잎은 겨울에 따는 것이 제일이다. 옛날의 기록에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 사이에 따라고 했으나, 실제는 겨울철 강추위가 지속되는 지금의 솔잎이 가장 좋다.  솔잎은 그늘진 곳의 속잎을 따야 한다. 공기오염이 적은 산 속의 소나무를 찾아야 함은 당연하다. 나무가 허약해지지 않도록 각 그루마다 조금씩 따내는 배려도 필요하다.

따낸 솔잎은 깨끗이 씻은 다음 잘게 썰어 물기를 빼고 말린다. 실내에서 널어 말리면 나쁜 냄새를 없애주는 효과도 있다. 옛날에는 솔잎을 한 묶음씩 방안의 천장 귀퉁이에 매달아 두거나 아예 도배할 때 함께 묻어두었다. 항상 솔내음 속에서 생활하노라면 사람의 기(氣)가 살아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송편에 묻은 솔잎의 향기는 명절 때 가족과 함께 하는 정겨운 마음을 배가시켜 준다.

생솔잎의 일부는 잘게 썰어 소주에 담가 숙성시킨다. 이것을 날마다 조금씩 마시면 팔, 다리, 뼈마디가 아플 때 효험이 있다. 옛 기록에 나타난 솔잎은 술을 담그는 데 쓰인 경우가 많다. 물론 솔잎과 함께 솔방울(鈴), 솔씨(子), 솔순(筍), 솔옹두리(節), 솔꽃(花) 등도 많이 이용됐다. 이는 옛 기록에 잘 나타나 있다.

예컨대 ‘규합총서’의 송순주(松筍酒), 송절주(松節酒), ‘음식디미방’의 송화주(松花酒), ‘요록’의 송절주, 송엽주(松葉酒), ‘주방문’의 송영주, ‘술빚는 법’의 송절주, 송순주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송순주, 송화주, 송자주(松子酒), ‘양주방’의 송순주, 송영주, 송엽주, ‘구황벽곡방’의 장송주, 송액주(松液酒), 송절주 등을 들 수 있다.

솔잎은 비타민 C의 공급원이며 괴혈병과 어린이의 영양실조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솔잎을 짙게 달여 솔잎목욕을 자주 하면 관절염, 신경통, 요통, 중풍, 고혈압에 좋단다. 동상을 입었을 때는 솔잎 삶은 물에 담그면 얼어버린 근육이 풀린다. 어린 솔잎을 달여 마시면 남자의 임질을 고칠 수 있다는 민간요법의 이야기도 있다.

▲ 소나무-수꽃 [송홍선]
구황으로서의 솔잎은 1800년대 초의 ‘식송법’과 1800년대 말의 ‘찬송방’에 잘 나타나 있다. ‘식송법’의 송엽구황설에는 ‘솔잎은 위장에 해가 없고 배고픔을 잊게 하며 수명을 연장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찬송방’에는 ‘어린 솔잎 1두(斗)를 잘게 썰어 항아리에 넣고 온탕 1두를 부어 담근다. 무, 미나리, 파, 된장 등으로 맛을 돋운 후 수시로 그 물을 마시면 금방 배가 부른다’고 기록돼 있다.

최근 들어 솔잎을 이용한 먹을거리가 다양해졌다. 솔잎을 재로로 하는 각종 음료와 아울러 건강보조식품의 시판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선인들의 지혜가 있었기에 이러한 제품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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