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노무현의 ‘3차 대전’…정권 심판론 거세져
이명박·노무현의 ‘3차 대전’…정권 심판론 거세져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4.11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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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판세 - 오세훈 독주체제 깨지나]

지금까지 서울시장 선거판을 쥐고 흔들어온 주역은 단연 검찰과 사법부였다.

최근 단숨에 판세를 미궁으로 몰아넣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판결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멀게는 지난해 12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삼성 X파일’ 사건과 관련해 무죄 선고를 받은 일이 있었다. 만일 한 전 총리나 노 대표 둘 중 한 사람에게라도 유죄 판결이 떨어졌다면 서울시장 선거는 현재처럼 복잡한 양상을 띠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과 사법부가 주도하는 선거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한나라당은 오세훈ㆍ원희룡ㆍ나경원 누가 나와도 40~50%대 지지율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선거였다. 하지만 한명숙 전 총리 무죄 판결 직후 근소하나마 상황이 역전됐다. 비록 오차범위 내이지만, 한 전 총리(39.2%)가 오세훈 시장(37.6%)을 앞섰다는 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 4월 9일 조사)

물론 이러한 지지세가 투표일까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경선, 보수층의 결집, 검찰의 항소 등 무수한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판결 직후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오 시장이 여전히 한 전 총리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0일 서울 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양자 가상대결에서 오 시장이 52.9%의 지지를 얻어 한 전 총리(32.0%)를 20% 이상 앞섰다.

역시 이전 몇몇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건 바로 ‘야권 후보 단일화’다. ‘단일후보’가 나선다면 한나라당 후보를 꺾을 수 있거나 최소한 접전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조사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는 난항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른바 ‘5+4 논의’ 결렬 이후 민주당 쪽은 물론이고, 최소 7%에서 최대 15%까지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 노회찬 후보 또한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명숙-노회찬 양측 모두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본선 전까지 해법이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고민이 깊어지는 건 노 후보 측도 마찬가지다. 노 후보 측 관계자의 말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단일화 요구와 사표 심리가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후보들. 상단 맨왼쪽부터 오세훈, 원희룡, 나경원, 김충환(이상 한나라당), 한명숙, 이계안(이상 민주당). 하단 맨왼쪽부터 김영주(민주당), 이상규(민주노동당), 노회찬(진보신당), 정재복, 박영진, 박한수(이상 무소속).

한나라당 경선 최후의 승자는

4월 29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오세훈 시장을 비롯한 원희룡ㆍ나경원ㆍ김충환 각 주자들은 저마다 ‘내가 한명숙 전 총리에 맞설 적임자’라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높은 지지율’과 ‘시장 경험’을 내세운다. 반면 원희룡 의원은 “오 시장보다 참신한 후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경원 의원은 예의 ‘여성 대 여성 구도’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충환 의원은 야당의 정치공세에서 자유로운 ‘친박계 후보’는 자신뿐이라고 말한다.

대국민 여론조사에선 오세훈 시장이 다른 후보를 큰 격차로 압도하고 있지만, 경선에서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는 ‘당심’은 원희룡 의원이 앞선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중앙위원회가 발간하는 월간지 <한나라비전>이 지난 3월말 서울의 당 중앙위원 3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원희룡 의원이 43.8%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오세훈(24.1%), 나경원(12.5%), 김충환(5.2%)이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원희룡ㆍ나경원 두 의원 간의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인자’인 원 의원이 훨씬 더 적극적이지만 나 의원도 완전히 문을 닫아 걸진 않는다.

여기에 무시 못할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는 김충환 의원의 행보도 관심사다. 김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원희룡ㆍ나경원 의원이 단일화할 경우 오세훈 시장과 연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ㆍ노무현 정부 평가 동시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정권 심판론’이 주요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선거 자체가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데다, 정권과 검찰의 정치공작 논란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판결 직후 한명숙 전 총리가 법원을 걸어나오면서 던진 일성도 “너무나 사악하고 치졸한 권력이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걱정이다. 국민과 함께 싸워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낙마를 한다면 좀 달라지겠지만 오 시장이 지난 4년 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한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 장기전세주택, 창의시정, 광화문광장 등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른 당 후보는 물론이고, 한나라당 후보들조차 오 시장을 향해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오 시장 역시 애초의 ‘무시 전략’을 버리고 하나하나 정면 대응해 나가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노회찬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향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다. 진보신당 측은 참여정부의 국무총리가 출마하는 만큼,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한 평가도 병행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진보신당은 ‘반MB연대’의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노무현 정부도 대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 외에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주요 후보로는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과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있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출신의 이 전 의원은 ‘유능한 진보’ ‘진짜 경제전문가’를, 이 위원장은 ‘MB 심판’과 ‘사람 중심의 서울’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강남구 일원동 소각장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영주씨, 전 국제녹색당 총재로 개인사업을 하는 정재복씨, 개인택시 운전을 하는 박영진씨, 충청향우중앙회 부총재인 박한수씨도 각각 선관위에 서울시장 예비 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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