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괴목(槐木)의 탄생 유래
느티나무 괴목(槐木)의 탄생 유래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12.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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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타령' 59]
▲ 느티나무 꽃 [송홍선]

식물의 한자 이름은 문맥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식물이름 중에 음과 뜻이 쉽게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괴(槐)’와 ‘규(槻)’자가 있다.

‘괴’자는 ‘회화나무(홰나무) 괴’이기도 하지만, ‘느티나무 괴’로 쓰거나 읽기도 한다. 예컨대 느티나무는 한자로 괴목(槐木), 규목(槻木), 거(欅) 등이라 쓰고, 회화나무는 괴화(槐花) 또는 괴화목(槐花木) 등으로 쓰고 있다. 또한 ‘규’자도 ‘느티나무 규’와 ‘물푸레나무 규’ 등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식물의 한자 이름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한자 이름은 나름대로 해석하기에 따라 참으로 재미있다.

괴(槐)는 木자와 鬼자가 뭉쳐져서 한 글자를 완성하고 있는데, 이를 자형대로 풀이해 보면, 나무와 귀신이 함께 있다는 뜻이 된다. 즉 ‘나무귀신’이거나 ‘귀신이 붙은 나무’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규(槻)자의 구성을 보자. 木자와 夫자 그리고 見자가 나란히 배열돼 규자를 완성하고 있다. 그대로 직역하면 ‘나무는 아버지를 본다’, ‘아버지는 나무를 본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버지와 나무뿐이다’ 등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규(槻)자가 木자와 規자로 이루어졌다고 할 경우에는 ‘바른 나무’ 혹은 ‘모범 나무’로 그 뜻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아무튼 식물의 한자 이름은 음과 뜻을 나름대로 풀이해서는 안 된다. 분명하게 옳고 그름이 가려지지 않은 이름이 있다면, 그것은 문맥에 따라 타당성 있게 설명돼야 할 것이다. 옛 문헌의 한자 표기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 느티나무_열매 [송홍선]
느티나무 이름 이야기는 좀 더 설명할 내용이 있으나 이 정도에서 마치고, 각도를 달리해 느티나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옛날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스님과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도인(道人)이 어느 한 마을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만났다.

스님이 먼저 도인에게 물었다. 스님이 “가시는 길입니까. 오시는 길입니까”라고 하자, 도인은 “가는 길도 오는 길도 아닙니다”라고 했다. “그럼 쉬려는 것이군요”라고 하자,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
이번에는 도인이 스님에게 물었다. 도인이 “길이 멉니까, 가깝습니까?”라고 하자, 스님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습니다”라고 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

두 사람은 마주 보며 껄껄 웃다가 스님이 봇짐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꺼내니까, 도인도 봇짐에서 나뭇가지를 꺼냈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서로 맞췄더니 작은 가지 하나가 남았다. 이들은 남은 나뭇가지 하나를 그 자리에 기념으로 꽂아 놓고 각각 가던 길을 떠났다. 이 가지는 커다란 느티나무로 자랐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느티나무를 마을 어귀에 정자나무로 심었고, 목재는 불상을 만들거나 건물의 기둥, 가구, 악기 등에 널리 썼다. 옛날 시골에서는 봄에 느티나무의 잎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그 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점쳤다.

중국에는 겨울에 느티나무의 목재를 비벼서 불을 일으키는 풍속이 있는데, 옛날 중국에서는 왕이 직접 겨울에 느티나무, 봄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여름에 대추나무로 불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나눠줬다. 열매를 먹으면 눈이 맑아지고 흰 머리가 검게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강원도 삼척 소달면 도계리의 수령 1000여 년이나 되는 느티나무는 천연기념물 제95호로 지정돼 있다. 이 나무는 성황나무로서 고려 말에 여러 선비가 이곳에 피난했다는 전설에 따라 많은 학부모들이 입시철이 되면 찾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0년 이상 자라는 나무가 70그루 정도인데, 그 중 느티나무가 가장 많다. 꽃말은 믿음, 만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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