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무·차 문화’는 신라시대부터
‘차나무·차 문화’는 신라시대부터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12.2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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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60]

▲ 차나무 꽃. [송홍선]
차나무는 늘푸른 넓은잎 떨기나무이다. 차나무는 한자로 다수(茶樹), 가다(家茶), 고다(苦茶) 등으로 부른다. 여기서의 ‘茶’는 ‘차’ 또는 ‘다’라고 발음한다.

그 음은 당나라 때까지 ‘다’였다가 송대(宋代)에 이르러 ‘차’로 변했다. 한반도에는 ‘차’라는 말이 구어로서 먼저 들어오고, ‘다’는 후에 들어와 자전(字典)의 음이 됐다.

차나무 잎은 처음에 음료수를 만드는 원료로 쓰다가 그 효능이 입증돼 약용의 재료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차는 차나무의 어린잎을 따서 만든 음료를 일컫는다.

차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중국에서는 2400년 전부터 차를 음료로 마시거나 약으로 써왔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반도에 차나무가 전래된 시기는 신라 선덕여왕 때였지만, 차나무를 직접 재배해 차를 즐기기는 828년(흥덕왕 3년)으로 신라의 사신 대렴(大斂)이 당나라에 갔다가 이 나무의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은 것이 기원이자 차문화발상의 기원이기도 하다.

▲ 차나무 열매. [송홍선]
게다가 정다산(丁茶山)은 경남 하동군의 차나무를 그 당시에 파종한 것이라 쓰고 있으며, 이규보(李奎報)의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에는 전북 부안현 변산의 감천(甘泉)에서 사포(蛇包)가 원효(元曉)에게 차를 점하여 들였다는 기록이 있다.

한반도 차의 성쇠는 불교문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일부 승려와 화랑도들이 수행과 관련해 차를 마셨으며, 고려시대에는 연등회, 팔관회 등의 국가행사와 왕자 왕비의 책봉의식 때 차가 이용됐다.

조선시대에는 차 마시는 습관이 약간 쇠퇴했으나 사원을 중심으로 다도(茶道)의 전통이 계속 이어졌으며, 초의(草衣)는 ‘동다송(東茶頌)’을 지어 다도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차는 농민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많은 민요와 속담에서도 인용되고 있다. “저기 저 낭벼락에 찻잎 따는 저 처녀야, 아득한 산과 들에 야색(夜色)이 깔렸는데”라는 민요에서 어둡도록 찻잎을 따는 처녀의 노동을 그리고 있다.

또한 이 찻잎을 “초엽 따서 상전께 주고, 중엽 따서 부모께 주고, 말엽따서 남편께 주고, 늙은 잎은 차약(茶藥) 찧어 봉지에 담아두고 아이 배 아플 때 차약 먹여 병 고친다”고 했다.

▲ 찻잎따기. [송홍선]
뿐만 아니라 “무름댐이 처녀는 문배장사로 나간다. 우두의 처녀는 참배 장사로 나간다. 동내 구동 처녀는 차약장사로 나간다”라고 하여, 차는 농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무속의 대명부(大明符)에는 ‘차 다’자와 ‘귀신 쫓을 다’자를 쓴다. 차로써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다. 신혼부부는 이 부적을 몸에 지니면 잡귀를 물리치고 재액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

또한 정토부(淨土符)라는 것이 있어, 1월 1일, 2월 3일, 5월 9일에는 서쪽을 향해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한 뒤 주문을 왼다. 그런 후에 이를 태워 찻물에 타서 마시면 현세에는 부귀하고 내세에는 극락세계에 태어난단다.

중국에서는 죽어 간 선인이 모두 신(神)이 되기를 기원하며 차로 제사를 지냈고, 남녀의 혼사에도 차를 올렸다. 일본의 차문화는 차와 예의규범을 같이할 정도로 매우 바르다. 차를 달이는데 정성을 다하고 손님을 대접하는데 있어서 형식과 절차가 엄격해 한 치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다.

티베트나 몽골에서는 차에다 밀가루, 생강, 파와 함께 가축의 피를 섞어 국으로 끓여 먹는 풍습이 있다.

서양에서는 동양의 차 문화가 귀족사회에 침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영국의 세빌은 “차 마시는 것은 더러운 풍습이다”라고 까지 비난했고, 한웨이는 ‘차에 대한 시론’에서 “차의 사용을 통해 남자는 키가 작아지고 귀염성을 잃으며 여자는 아름다움을 잃는다”고 했다.

이처럼 서양에서는 차 마시는 풍습이 동양보다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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