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에 얽힌 이야기들
대나무에 얽힌 이야기들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12.27 0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61]

고사성어의 대나무 이야기이다. 죽마(竹馬)는 왕대를 잘라 만든 말이다. 아이들이 말놀음할 때에 두 다리로 걸터타는 왕대 막대기이다.

‘후한서(後漢書)’에는 아동 수백 명이 죽마를 타고 길가에서 환영했다라고 했으며, 당나라 두목(杜牧)의 시에 ‘잠포죽마지희(暫抱竹馬之戱)’라고 하여 죽마가 전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설신화(世說新話)’ 품조편과 ‘진서(晉書)’ 은호전에는 죽마지호(竹馬之好)라는 말이 있는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 대나무 줄기. [송홍선 제공]

젊어서부터 평판이 높았던 진(晉)나라의 은호(殷浩)는 10년 동안 조상의 무덤가에서 지내다가 간문제(簡文帝)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 건무장군 양주자사(建武將軍 陽州刺史)가 된다.

이는 당시 촉(蜀)나라를 평정한 환온(桓溫)의 기세가 대단했으므로, 간문제가 내외에 명성이 있는 은호를 수하에 두어 환혼에 대항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런 까닭으로 은호와 환혼은 서로 의심을 품은 눈으로 보게 됐다.

그 후 은호가 요양(姚襄)에게 패하자, 환온은 이를 구실로 삼아 은호를 서인(庶人)으로 강등시켜 귀양을 보낸다. 그리고 환온은 사람들에게 “나는 어릴 때 은호와 함께 죽마를 타고 놀았는데, 내가 죽마를 버리면 은호는 언제나 그것을 가졌다. 그러므로 내 밑으로 도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얼마 후 환온은 상서령을 삼기 위해 유배지의 은호에게 편지를 보냈다. 은호는 이를 승낙하고 답장을 썼으나 봉투에 넣는 것을 잊고 빈 봉투만 보냈다. 환온은 화를 내고 그 후로는 은호와의 관계를 아주 끊어 버렸다.

이와 비슷한 고사성어는 죽마고우(竹馬故友), 죽마지우(竹馬之友), 죽마구우(竹馬舊友) 등이 있다.

다음은 대나무 관련의 설화이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유리왕 때 이서국(伊西國)이 금성을 침입했는데, 신라군이 당해 내지 못하자, 이때 귀에 왕대 잎을 꽂은 군사들이 나타나 신라군을 도와 적을 물리쳤다.

그래서 미추왕의 능호를 죽현릉(竹現陵)이라 했다. 또한 ‘삼국유사’에는 동해에 부산(浮山)이 나타나는데, 거기의 왕대가 낮에는 둘이 되고 밤에는 하나로 합하니, 천지가 진동하고 풍우가 일었다.

신문왕이 부산에 들어가 이를 용에게 물으니, “이는 왕께서 천하를 다스릴 서징(瑞徵)으로, 이 왕대를 취해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화평할 것이다”고 했다.

▲ 대나무 꽃. [송홍선 제공]
또한, 김유신과 대통 속에 미녀를 넣고 다니는 나그네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설화는 왕대가 신령의 집이듯이 인간 생명의 집으로도 생각되었음을 보여준다.

민속에 나타나는 대나무는 다음과 같다. 정월대보름의 볏가리 세시 풍속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입간(立竿)이 등장하며, 또한 정초 새벽에 문밖에서 왕대를 태워 잡귀를 쫓는 풍습이 있다.

굿의 제차(第次) 중에 ‘대내림’의 행위가 있으며, 이때 사용하는 대는 신이 강림하는 곳으로 신간(神竿)이라 한다. 동해안 별신굿에서는 굿이 시작되기 전에 별신대를 세운다.

우리의 솟대는 마을을 수호하는 신간(神竿)으로 흔히 대나무로 만든다. 또한 무속 신화인 제석 본풀이에는 부모의 상을 당했을 때 대나무를 상주 막대로 사용한다.

중국 한나라 때의 유석은 계모가 주는 밥을 먹지 못해 근처의 왕대 밑에 두었다. 거기에 빗물이 스며들어가서 겨 섞인 밥이 좋은 술로 변했다. 그 후 유석은 밥에 댓잎을 덮어 많은 술을 만들고 부자가 됐다.

중국에는 음력 설 등 명절에 폭죽(爆竹)을 터뜨려 귀신을 쫓는 풍습이 있다. 베네수엘라 남부의 마키리타 부족은 왕대를 제의의 신성한 악기로 사용한다.

대나무의 상징은 영생, 불변, 절개 등이다. 고려말의 충신 정몽주가 피살된 다리를 선죽교(善竹橋)라고 명명한 것이나 을사조약 때에 민영환이 자결한 곳에서 혈죽(血竹)이 돋았다는 이야기는 절개를 나타내고 있다. 사군자(四君子)의 하나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