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채와 나물 등 먹을거리, 죽순
생채와 나물 등 먹을거리, 죽순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12.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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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62]

▲ 대나무 잎 [송홍선]
우리 먹을거리의 하나인 죽순(竹筍). 죽순은 왕대집단의 땅속줄기에서 돋아나는 어리고 연한 싹이다.

즉 맹종죽을 비롯해 왕대, 솜대, 죽순대 등의 어린 줄기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 죽순이다. 죽순은 마디 사이가 매우 짧으며 그 때문에 각 마디에 1개씩 좌우 교대로 붙어 있는 껍질이 두 줄로 단단하게 감싸여 있다.

죽순의 대표적인 맹종죽의 이름은 다음과 같은 설화에서 유래한다.

옛날 오나라의 맹종(孟宗)은 홀어머니의 병환을 고쳐드리기 위해 추운 겨울에 눈물을 흘리며 죽순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 다녔다. 그때 그가 흘린 눈물은 모두 죽순으로 자라났다고 한다.

죽순은 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중국요리의 중요한 재료이며 일본요리에도 많이 쓰인다. 물론 우리의 요리에도 예부터 많이 쓰였다.

우리의 조선시대 문헌인 ‘증보산림경제’, ‘임원경제지’ 등에는 죽순밥, 죽순정과, 죽순나물 등 다양한 죽순조리법이 수록돼 있다. 또한 1800년대의 문헌인 ‘시의전서(是議全書)’ 잡식편에는 죽순 다루는 법이 정리돼 있으며, ‘요리제법’, ‘간편조선요리제법’,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이조궁정요리통고’ 등에는 생채와 나물로서 죽순채가 중요하게 소개돼 있다.

특히, 우리의 죽순은 외국인들도 익히 알고 있는 먹을거리라 할 수 있는데, 미국 출신의 W. E. 그리피스 교수는 ‘은자의 나라 한국(1882년)’에서 죽순을 일상에서 먹는 음식물로 다루고 있다.

왕대집단의 어린 죽순은 여러 가지 성분이 어울려 독특한 맛과 촉감을 나타내지만 완전히 자란 것은 맛이 거의 없고 대나무를 씹는 듯하다. 죽순을 삶아서 냉각하면 즙이 희게 흐려지는데, 이것은 죽순의 티로신(tyrosine)이 탕에 녹아 나왔다가 냉각에 의해 다시 처음 상태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죽순통조림을 떼어보면 전면에 흰빛 가루가 붙어 있는데, 이것도 티로신이 추출돼 응결한 것이다. 따라서 죽순 자체의 성분이 거의 즙액으로 빠져나갔다고 할 수 있다.

▲ 죽순 [송홍선]
죽순은 자라나는 속도가 다른 식물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빠르고 또 신선도가 쉽게 떨어지므로 채취한 뒤 바로 통조림을 만든다.

1800년대초 서용보(徐龍輔)가 편찬한 ‘식경(食經)’에는 ‘시기가 늦으면 구기와 순이 붉게 되고 생강은 보랏빛, 가지는 청색으로 변한다.

또한 죽순이 누렇게 변한다는 사실을 ‘나의 내자에게만 알려 서둘러 준비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성장이 빠른 만큼 적기에 생산해야만 신선도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말함이다.

죽순은 최근 들어 별식으로 인기가 높지만 옛날에는 대나무의 열매도 희귀한 먹을거리의 재료로 쓰였던 것 같다.

이는 1611년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지리산의 대나무 열매가 식품으로 분류돼 음식에 사용됐다는 기록으로 보아 열매도 먹을거리의 재료로 쓰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옛 서적에는 대나무의 잎을 해열, 거담, 폐렴, 기관지염, 당뇨병 등에 쓰고, 대잎죽을 고혈압이나 노화방지에 이용했다는 내용이 있다. 대나무의 잎도 먹을거리로 이용했음을 말함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대나무의 줄기를 식용과 치약 등의 재료로 쓰이는 소금을 굽는 데 이용하고 있다.

‘꿈에 죽순을 보면 자식이 많다’는 속언이 있다. 이 속언은 죽순이 한꺼번에 많이 나고 잘 자라는 데서 생긴 말이다. 이러한 속언이 있을 정도면 옛날에는 죽순의 생산량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주산지는 경남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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