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은 없다” 물고 물리는 ‘혼전’
“아군은 없다” 물고 물리는 ‘혼전’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5.19 0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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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서울시장 후보들 MBC 초청 토론서 치열한 공방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었다. 한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다가도 잠시나마 ‘더 큰 적’을 향해 협공을 퍼붓기도 했다.

18일 밤 MBC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오세훈(한나라당)·한명숙(민주당)·지상욱(자유선진당)·노회찬(진보신당) 4명의 후보들은 상대 후보 정책의 한계와 모순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무상급식, 이명박·노무현 정부 모두 문제?

먼저 도마 위에 오른 사람은 한명숙 후보였다. 첫번째 순서인 정책토론에서 한 후보가 ‘무상급식’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자, 오세훈·노회찬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은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시를 2002년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당시도 ‘예산 부족’을 탓했는데 이명박 정부와 무엇이 다르냐”(노회찬) “한 후보가 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참여정부는 무상급식과 관련해 저소득층부터 시작해 2011년까지 점진적 확대 방침을 내놓았다. 사실상 폐기한 것 아니냐”(오세훈)고 공격했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 “참여정부는 복지 예산을 전체의 20~28%까지 늘렸다. 한나라당은 분배주의자니, 좌파니 공격했지만 복지비 증가를 위해 애썼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노령연금 등 여러 분야에 복지비를 투입해야 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특히 한 후보는 오 후보가 ‘폐기’란 용어를 쓴 것과 관련 “점진적 확대가 어떻게 폐기인가. 사실과 다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거짓말을 한 데 대해 오 후보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오세훈 후보에 대해서는 예의 다른 모든 후보가 거의 ‘한 목소리’를 냈다. 최근 특혜 논란이 제기된 은평 하나고(자립형 사립고) 문제에 대해 한 후보가 “유례없는 사례다. 재단 이사장이 이명박 대통령 친구고, 여당 실세인 이재오 전 의원이 그 지역 국회의원이며, 총리는 재단 이사다. 자립형 사립고는 원래 국가의 지원·간섭이 없는 학교인데 어떻게 수백억원이나 되는 비싼 땅을 임대해줄 수 있나. 이명박-오세훈-공정택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뭔가 냄새가 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상욱 후보도 “연간 1200만원의 등록금이 들어가는, 오세훈 시장의 대표적인 실정”이라고 비판했고, 노회찬 후보 역시 “강북에 루이비통 명품관을 지으면 격차가 해소되나. 귀족학교 건설로 강남북 부자들 간의 격차만 좀 해소됐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오세훈 “현실성 없는 공약” 주로 비판

오세훈 후보의 이에 대한 반론은 “비강남 지역 학생을 80% 이상 받기로 했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20% 이상 의무화했다. 아예 원천적으로 못들어가는 구조면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리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문호가 개방되고 똑같은 기회가 제공된다면 훌륭한 제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 후보는 그러면서 역으로 한 후보를 겨냥했다. “많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에 특목고 등의 유치를 원한다. 한명숙 후보도 총리 시절 지역구 특목고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적이 있지 않은가”라는 문제제기였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 역시 ‘오세훈 후보의 거짓말’이라며 “도지사와 자치단체장이 이미 추진하고 있던 것이다. 나는 그저 돕겠다고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는 다른 후보자들의 공약을 향해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 “선심성 공약”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주로 던졌다. 노회찬 후보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의 임직원에 휴가비를 지급하겠다고 하자 “돈이 수조원이 들어갈 수 있고 자영업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 것, 지상욱 후보의 자립형 시민건강보험 공약에 대해 “처음엔 50억원~100억원을 이야기하더니 오늘은 수조원 이상 쓴다고 한다. 시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데 현실을 모르는 게 안타깝다”고 쓴소리를 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두 후보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받았다. 노 후보는 “전세계적으로 최고로 긴 노동시간, 가장 짧은 휴식·수면 시간 등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현실을 생각했을 때, 휴식 시간을 얻으면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기에 일자리까지 늘리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욱 후보도 “문제가 될지 안될지는 제가 시장이 돼서 확인시켜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1인당 2만원 정도 더 내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오히려 그동안 서울시가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제대로 예산을 썼는지 되묻고 싶다”고 역공을 가했다.

사교육비·시민단체 보조금도 공방

그외 눈에 띄는 공방으로는 사교육비 문제가 있었다. 한명숙 후보는 오세훈 후보의 ‘공교육 살리기’ 공약에 대해 “0교시 수업, 특목고 확대, 본고사 부활 등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사교육비 조장 정책을 쓰고 있는 판국인데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에도 사교육이 연 12% 정도 증가했다. 기러기 아빠를 양산한 것도 참여정부다. 지금 책임 소재를 따질 때가 아니다. 책임이 어디에 있든 부모들의 허리가 휘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노회찬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총리 시절 한미 FTA 반대 시위에 나섰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의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 사실이 있지 않느냐”는 점을 따졌다. 그러나 한 후보는 “기억에 없다”며 “한미 FTA는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불가피한 하나의 선택이었다. 당시 여러 단체, 여러 분야 사람들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고 협상을 해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명숙 후보는 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 취업자가 4년간 7만명이 감소했는데 74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자랑한다.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향상됐다고 하는데 오 시장 임기 때가 아니다”라며 “오세훈 후보는 ‘허구’를 자기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후보는 이에 대해 “취업자와 일자리 개념은 다르다. 그리고 도시경쟁력은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는데 내가 시장일 때인 2009년에도 상승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반박하면서 “추후 다른 토론회가 열리면 상세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며 다음 토론에서 더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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