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에 감춰진 비밀
선물에 감춰진 비밀
  • 백연주
  • 승인 2010.12.3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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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주의 ‘프랑스 엿보기’]

크리스마스, 연말행사 등으로 2010년 한 해의 끝자락을 바쁘게 마무리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다양한 선물들.

기쁜 마음으로 주고 받는 이 선물엔 우리가 미처 생각치 못한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는데….

파리의 정신학 박사이자 ‘선물이 말하는 것’의 저자인 실비 테넌바움이 크리스마스 직후 발표한 분석자료를 통해 선물에 감춰진 진짜 이야기를 알아본다.

▲ 실비 테넌바움.
상대방을 향한 애정의 표현

먼저 선물은 특정인물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부모, 형제간 혹은 친구, 연인 사이처럼 개인적인 관계에서 오가는 선물은 평생 이어갈 운명적인 사랑과 집착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직장이나 거래처 간에 오가는 공식적인 선물은 원활한 사회생활과 동료애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테넌바움 박사는 이러한 선물들은 주로 선물주기, 받기, 되돌려주기라는 일정한 공식에 의해 이루어지는 철저히 계산된 무언의 의무로써, 때론 심각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고 밝혔다.

누군가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기 위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정신적인 의무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

“사람들은 선물을 고를 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할머니는 어떤 스카프 색상을 선호할지, 요즘 아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말이죠. 그러나 늘 이렇게 고심끝에 탄생하는 선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는 테넌바움 박사의 말처럼 이기심만으로 가득찬 선물들도 존재한다.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 바로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한 선물들이 그것이다. 동생은 하늘색 운동화를 좋아하지만 내가 봤을때 동생에겐 검정색이 더 어울리니까 검정색 운동화를 선물한다거나, 휴대폰에 큰 관심이 없는 친구에게 ‘요즘 이런 건 하나쯤 있어야지’라며 스마트폰을 선물하는 등의 경우다.

권력과 부의 상징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는 선물의 참된 의미를 퇴색시키는 경우도 있다.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세상’이라는 말처럼 인간의 진심 대신 오로지 돈으로만 포장된 선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테넌바움 박사는 “매달 변변치 않은 월급을 모아 처음으로 부모님께 고급여행을 시켜드린다거나 아내가 갖고 싶어했던 보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등 따뜻한 경우도 물론 있지만 주로 고가의 선물을 하는 사람들은 ‘나 돈 많아’라는 말을 선물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태도는 남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함을 확인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만약 받는 이가 동등한 가치의 선물을 되돌려줄 수 없을 경우, 불편한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상대방에 보내는 메시지

▲ 실비 테넌바움의 ‘선물이 말하는 것’.


또한, 선물은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내용을 포함하기도 한다.
 
평소 부부싸움이 잦은 커플에게 ‘부부관계개선 지침서’와 같은 책을 선물하거나, 과체중인 친구에게 ‘필라테스 다이어트 비디오’를 선물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테넌바움 박사는 연구결과에서 ‘이는 받는 이의 개인적인 고난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친절이기도 하지만 그것과 다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사는 “인간이 가진 가장 무서운 본능은 바로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식의 마음가짐입니다. 아무리 친한 관계라고 해도 자신보다 잘 되면 배가 아픈 법이고 반대로 어려움이 닥치면 말로는 위로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난 저지경은 아니니까’ 라며 위로를 받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어쩌면 상대방이 드러내기 꺼려하는 문제점을 콕 집은 선물을 통해 ‘당신의 현재 상황이 이렇다’라는 걸 조심스레 확인시키고자 한다. 선물이라는 이름 아래 현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

선물 아닌 선물이 나날이 증가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은 ‘선물 재활용’을 시작했다.

회사원인 로버트는 작년에 한 지인으로부터 거품목욕제품 세트를 받았지만 욕조가 없어 이번 크리스마스에 욕조가 있는 다른 친구에게 선물했다.

또, 가정주부인 나딘은 선물에 얽힌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나단은 “2004년 친구 생일에 철학에 관한 책을 한 권 선물했었죠. 5년 뒤인 2009년 크리스마스에 그 친구가 제게 그 책을 선물하더군요. 내가 줬던 선물이란 걸 잊어버린거죠”라고 말했다.

이렇게 받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들인 무성의한 선물은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의미 없는 선물이 되어 되돌아가며 악순환되고 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고마움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선물. 무작정 구입하기보다는 선물의 참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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