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①] 산림자원으로 이용이 많았던 동백
[동백나무①] 산림자원으로 이용이 많았던 동백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1.03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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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63]

동백나무는 한겨울에도 꽃이 핀다. 원래 봄에 피는 남부수종이지만 지리적이거나 지형적으로 온도가 맞으면 겨울에도 꽃이 핀다. 붉은빛의 꽃빛깔은 짙은 녹색의 잎과 대조를 이루면서 매우 강열하게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동백나무 꽃은 아름답다고 한다.

동백나무는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산림자원으로 손색이 없었다. ‘임업통계연보’에는 1993년까지 동백나무 열매의 생산량과 생산액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2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중요 임산물의 하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 동백나무 씨. [송홍선]

동백나무의 이용은 누가 뭐라고 해도 동백기름이 최고다. 동백기름은 동백나무의 종실(씨열매)을 압착해 얻은 불건성유이다. 맑은 황색을 띠며 그대로 방치해도 증발하지 않는다. 지방산성분은 올레인산(oleic acid) 83.5∼89.4%, 리놀레인산(linoleic acid) 1.3∼5.1%, 팔미트산(palmitic acid) 9.1∼11.6%이며, 전체 종실의 기름함유량은 35.98∼45.27%이다. 응고점은 영하 15.5∼8.5도, 비중은 0.915∼0.916이다. 일반적으로 냄새는 없으나 현재 시판되고 있는 동백기름은 특유의 향기를 포함시키고 있다.

동백기름은 여인들의 목욕 후 영양크림이나 머릿기름으로 많이 사용했다. 청양지방 민요의 ‘동백아 열지 마라 산골에 큰 애기 떼난봉난다’와 강원도 아리랑의 ‘동백(동백 대용의 생강나무열매)아 열지 마라 건너 집 숫처녀 다 놀아난다'라는 구절은 동백기름이 여인들의 머리단장에 사용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모발의 끊김이나 갈라짐 또는 빠짐, 가려움증 등은 물론 피부의 염증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믿었던 동백기름. 이 기름의 사용은 1960년대를 지나면서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이용이 거의 없다.

동백기름은 무릇 우리 선조들만 좋아했던 것이 아니다. 중국 진나라 시황은 불로장생약으로 불로초와 함께 동백기름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제주도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는 임진왜란 때 가져간 동백의 기름을 짜내어 즐겨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동백기름은 화장품의 재료나 올리브기름의 대용으로 썼으며, 민간에서는 등잔의 불을 밝히거나 담백하게 정제해 요리용 식용유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밖에 비누가 없던 시절에는 세제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인주 등에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부분 고급기계의 공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 동백나무 열매. [송홍선]

한편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는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어 물고기를 잡는 약이나 쥐를 잡는 약으로 쓰기도 했다. 잎은 불에 태워 염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도자기의 유약으로 썼다는 기록도 있다. 옛날에는 붉은 빛의 꽃을 술에 담가 동백주를 만들어 먹었다. 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더군다나 전통차를 마실 때 동백꽃잎을 띄우면 향과 꽃빛깔이 어우러져 한층 맛을 더해줬다. 특히 꽃과 잎은 구충제와 모기향으로 유용하게 썼다.

뿐만 아니라 꽃잎은 더운물에 넣어 목욕할 때 이용했다는 동백꽃 목욕의 풍속도 전한다. 전남 거문도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 저녁이면 뜨거운 물에 동백꽃을 우려서 그 물로 목욕을 했다. 동백꽃은 3~4월에 피지만 거문도에서는 섣달에도 꽃이 핀다. 이곳 사람들은 동백꽃을 우린 물로 목욕을 하면 종기에 약이 되고 평소에는 피부병이 생기지 않는 것으로 믿었다. 동백꽃 목욕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흔하게 행해지던 풍속이었다.

이래저래 동백이용이 줄어들고 있다.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동백나무 종실이 계속해서 주요 임산물의 하나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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