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②] 소설 제목 ‘춘희’와 ‘동백꽃’
[동백나무②] 소설 제목 ‘춘희’와 ‘동백꽃’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1.0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64]

▲ 애기동백.[송홍선]

동백나무와 관련해 널리 알려진 소설이 있다. ‘춘희'와 '동백꽃'이 그것이다.
전자는 1848년에 프랑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가 발표한 소설이며, 후자는 1930년대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였던 우리나라 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이 동백나무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 지는 계속해서 설명으로 이을까 한다.

먼저 뒤마의 소설 '춘희(La Dame Aux Camelias)'는 고급 창녀 마르그리트 고티에(Marguerite Gautier)와 순진한 청년 아르망 듀발(Armand Duval)의 슬픈 연애물이다.

창녀 마르그리트는 화려하게 몸을 치장하고 한 달 중 25일간은 흰 동백꽃, 나머지 5일간은 빨간 동백꽃을 들고 사교계에 나타나며 언제나 귀부인처럼 생활한다. 이는 그녀가 몸을 판 대가였다. 그녀는 청년 아르망을 만나면서부터 참된 사랑을 발견한다. 그러나 아르망의 아버지는 그녀를 싫어한다. 그래서 그녀는 아르망과 헤어지는 것만이 진실로 그를 사랑하는 것이며 그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아르망을 배신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르망은 그녀에게 달려가나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우리나라에서 이 이야기의 제목은 소설이나 오페라 모두 ‘춘희(椿姬)'로 되어 있다. 제목의 풀이로는 동백꽃을 들고 있는 부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춘희의 ‘춘’자가 동백꽃을 뜻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으나, 분명하게도 ‘춘’자는 동백꽃을 뜻하는 말과 약간의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춘’자를 참죽나무의 뜻으로 쓰고 있으며, 동백나무는 동백이라고 적는다. 따라서 ‘춘희'의 이미지는 동백꽃이 아니라 참죽나무 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일본 사람들이 번역한 ‘춘희’의 제목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한 데서 비롯된 잘못이다. 일본에서는 ‘춘희'로 번역됐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일 때는 ‘춘희’ 대신 원명을 살려 ‘동백아가씨’ 정도로 번역됐다면 이러한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대해서 알아본다. 이 소설은 1936년에 발표된 이후 1938년 단편소설집의 제목으로 지정됐으며, 황토색 짙은 농촌배경에서 인생의 봄을 맞이하여 성장해 가는 충동적인 사춘기 소년·소녀의 애정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순박하다 못해 어리숭한 소년으로 자신을 내세웠다. 이에 비해 점순은 활달하고 말괄량이 소녀로, 소년의 아버지가 소작을 든 마름집 딸이다. 소년에게 관심이 많은 점순은 구운 감자를 주면서 접근하지만,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소년은 그것을 거절한다. 어느 날, 점순은 버들피리를 불며 닭싸움을 붙이고 소년이 산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화가 난 소년이 작대기로 점순네 닭을 때려죽였으나, 마름집 위세를 생각하고 당황하여 울게 된다. 이때 점순은 소년에게 자기 말을 들으면 일러바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둘은 부둥켜안은 채 한창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 버린다.

▲ 생강나무(개동백나무).[송홍선]

여기에서의 동백꽃은 남부에서 붉은 꽃이 피는 동백나무 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소설속의 동백꽃은 동백나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노란빛의 생강나무 꽃이다.

이유는 소설의 무대가 동백꽃이 피는 남부지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동백꽃은 중부지방엔 자라지 못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소설의 무대와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동백꽃은 보통 붉은빛으로 피지만 소설에서 묘사한 것처럼 노란빛으로 피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잎보다 먼저 노란 꽃이 피고 중부지역에 자라는 녹나무과의 생강나무는 동백기름의 대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 나무 열매로 기름을 짰으므로 개동백나무 또는 동백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적이 있다. 그래서 소설 제목이 ‘동백꽃’으로 정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