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④] 민속과 생활 속의 동백나무 이야기
[동백나무④] 민속과 생활 속의 동백나무 이야기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1.1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66]
▲ 동백나무 꽃. [송홍선]

전하는 동백나무 이야기이다.

먼저 탄생화의 전설은 이렇다. 충남 서천군 서면 마양리 동백나무 숲의 전설에는 300년 전에 마양첨사(馬梁僉事)가 꿈에 꽃다발이 바닷물에 떠 있는 것을 보고 이 꽃을 증식시키면 이 마을에 웃음꽃이 필 것이라는 영감을 받았다.
 
마양첨사는 꿈이 너무도 이상해서 아침에 바닷가에 가보았더니 동백나무 꽃이 둥실둥실 물위에 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여수의 오동도 전설에는 아낙네가 도둑에 쫓겨 물에 빠져 죽은 뒤 그녀의 무덤가에서 동백나무가 자라났단다.

다음은 노랫말에 나타난 동백나무 이야기이다.
동백타령은 전라도의 신민요이다. 짧은 4절로 짜인 둥글고 경쾌한 선율을 가지는데, ‘동백타령’의 이름은 이 노래의 후렴에서 온 것이다. 동백타령은 바닷가 처녀들의 형편을 노래한 것으로, 가사의 일부를 살펴보면 ‘물새울고 파도치는데 섬새악씨 노랫소리. (후렴) 가세 가세 동백따러 가세’ 등과 같다.

동백타령은 전라도 지방에서 채록된 것이 많고, ‘동백따는 처녀 노래’는 대구 지방에서 채록된 것이 많이 알려져 있다. 또한 동백나무의 꽃을 따는 처자(處子)들을 노래한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절) 저 멀리 바다에는/ 아낙네들이 조개를 줍고/ 우리 고장 뭍에서는/ 큰 애기들이 동백을 따네. (제2절) 노란 노란 동백따다/ 기름짜서 호롱등에 불을 밝혀 놓고/ 큰애기 시집갈 혼수만드네/ 살기좋은 내고장일세. (제3절) 빨간 동백 따다가는/ 임 계신 방 꽂아주고/ 하얀 동백따다가는/ 부모님 방에 꽂아 놓세. (제4절) 십오야 둥근달이 온 천하 비쳤을 때/ 우리 꽃잎은 수줍다고/ 얼굴을 돌리네/ 고개를 숙이네.

또한 동백나무의 꽃은 우리의 대중가요에도 나타나는데, 한때 대중의 금선을 울렸던 노랫말의 일부분은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그 이름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이다.

문학에 나타난 동백의 아름다움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이다. 이른 봄의 눈 속에서도 불타는 듯 붉게 피는 동백꽃은 묵화와 시 등에 자주 소재로 등장한다.

우리 4대 선사(禪師)중의 한 사람이며 전원시인의 선봉자인 신석정은 ‘오동도엘 가서/ 동백꽃보다 진하게 피맺힌/ 가슴을 열어 볼거나’라고 읊었다. 그리고 조선 전기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成三問)은 ‘설중동백(雪中冬栢)’과 ‘반개산다(半開山茶)’의 시를 통해 눈 속에 피는 동백꽃은 매화보다 아름답고 특히 반 정도 핀 동백꽃이 더욱 아름답다고 했다.

[설중동백] 高潔梅兄行(고결매형행, 높고 깨끗함은 매화보다 좋고)/ 嬋娟或過哉(선연혹과재, 혹시 아름다움은 지나친 표현일까?)/ 此花多我國(차화다아국, 이 꽃이 우리 나라에 많으니), 宜是號蓬萊(의시호봉래, 봉래라는 나라 이름이 마땅하도다.)
[반개산다] 我愛歲寒姿(아애세한자, 내가 세한에의 모습을 사랑하니)/ 半開最好時(반개최호시, 반개가 가장 좋은 때라.)/ 末開如有畏(말개여유외, 말개에는 두려움이 있는 듯 하고)/ 已開還欲萎(이개환욕위, 기개에는 도리어 시들고자 함이라.)

▲ 동백나무 열매. [송홍선]

한편 민속과 풍속에 나타난 속신으로 옛 사람들은 꽃을 불전에 바치거나 동백나무 망치를 만들어 주술에 이용하거나 병마를 막았는데, 이것을 마루에 놓으면 영계(靈界)와의 교류가 끊어지는 것으로 믿었다.

일설에는 전염병이나 재난을 막기 위해 이 망치를 허리에 차는 풍속도 전한다.

동백나무 이야기는 너무도 많지만 이 정도에서 마칠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