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정당에 맞선 여성구청장 후보
거대정당에 맞선 여성구청장 후보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5.25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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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청장 후보 연쇄인터뷰] 영등포 진보신당 정호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노회찬 후보(당 대표)의 소속 정당인 진보신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 25개 구청장 선거 가운데 ‘고작’ 2곳에 후보를 내보냈다.

그런데 비록 적은 수지만, 눈길을 끄는 사실 하나가 있다. 이 2명 모두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구청장 선거 전체 출마자 93명 중 여성은 10명에 불과하고, 한나라당이 25명 가운데 3명, 민주당(25명)·민주노동당(2명)이 단 1명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주인공들은 각각 영등포·관악 구청장에 도전하는 정호진 후보(37)와 이봉화 후보(38)다. 거의 동년배인데, 1살 아래인 정 후보는 최연소 서울 구청장 후보로도 화제를 모았다.

▲ 5월 23일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맨 오른쪽)와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는 정호진 진보신당 영등포구청장 후보(오른쪽에서 두번째).


여성 후보 100%, 진보신당만의 독특한 문화 작용

먼저 가장 궁금하면서도, 가장 단순무식한 질문. 왜 진보신당 구청장 후보는 다 여성일까? 정 후보는 이에 대해 “진보신당만의 독특한 제도나 당내 문화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창당 때부터 공직·당직 선거와 임명직에 여성 30% 이상 할당제도를 정착시켰다. 그러다 보니 여성의 공직 선거 출마 등이 타 정당과 달리 활발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제도뿐만 아니라 성평등 문화 등 진보적인 당 문화 또한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한양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정 후보는 분당 전 민주노동당 시절엔 부대변인 등을 지냈고 지금은 진보신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영등포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진보신당은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 후보의 경우 다른 정당과 합의를 통해 선출된 어엿한 ‘야권 단일후보’라는 사실이다. 지난 5월 10일 영등포지역 진보신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야 3당 관계자들은 정호진 후보를 영등포구청장 단일후보로 내세우기로 결의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대로, 당선권에 있는 유력한 야권 주자인 민주당 조길형 후보는 빠진 상태였다. 정 후보는 이와 관련 “조길형 후보는 4선 구의원에, 김형수 구청장(현 구청장 후보 무소속 출마자) 재임 기간 동안 두 차례 구의회 의장을 지내며 구정을 책임졌던 당사자로, 김 구청장과 별다른 의견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서로 협력하는 관계였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김 구청장과 금품을 주고받은 행위는 그런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켜준다”며 “야 3당은 영등포의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다를 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꼼꼼하게 잘 할 것” 여성 후보로서 좋은 점 많아

하지만 비록 야 3당이 그렇게 힘을 모았다 하나, 열악한 조직력은 쉬이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요 정당의 구청장 후보들은 한번 거리엔 나서면 수십여 명이 뒤를 따르지만, 정 후보는 겨우 4~5명이 전부다.

결국 이런 현실에서 정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차별화된 정책·공약’밖에는 없다. 정 후보는 “그간 영등포구청장들은 치적 쌓기 좋은 여의도 같은 곳에는 공을 들이고 보통의 서민들이 사는 지역에는 소홀했다”며 지역 격차와 양극화 해소를 가장 중심에 내걸었다.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한 중소상인 보호, 구청 등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래동 산업단지와 재래시장 활성화, 대형 할인마트·기업형 슈퍼마켓 입점 규제 등이 그 핵심 내용이다.

물론 정책 경쟁 역시 뜻한 대로 되기는 쉽지 않다. 정 후보는 “모든 후보가 정책 경쟁은 없이 오로지 조직 가동에만 집중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조직력 열세는 애초부터 각오한 것이지만, 지역 토호세력의 발호 등으로 정책선거가 완전 실종되었다”는 우려다.

다만 위안이 되는 게 있다면 “그동안 영등포구청장 선거에 여성이 출마한 적이 없었던지라 여성 후보, 저의 출마에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정 후보는 “지방선거의 특성 때문인지 연 3,23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영등포구청장 일을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꼼꼼하게 잘할 것이라고 먼저 말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며 여성 후보로서 오히려 좋은 점이 많다고 전했다.

복지 영등포 시대 열어나가겠다

진보신당 입장에서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노회찬·심상정 두 대표 선수의 ‘선전’ 여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후보는 여전히 3~5%대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 후보에게 그 원인과 극복 방안을 물어봤다. 그는 “선거 분위기가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으로 완전히 고착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 가능성 있는 후보를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노회찬 후보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한 후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 후보는 ‘외부 요인’에서만 원인을 찾지 않았다. “새로운 대안과 비전 제시를 통해 이런 선거구도를 타파해냈어야 하는데 진보신당도 부족했다”는 고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 후보는 “TV 토론에서 한명숙 후보에 비해 노 후보의 준비성이 돋보였다”는 점 등을 들며 “남은 기간 동안 다른 당과 차별되는, 정말로 삶의 질을 올려줄 수 있는 정책으로 접근한다면 유권자들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정호진 후보 자신도 영등포구민들에게 끝으로 이런 각오를 남겼다.

“저도 영등포에서 구민 여러분께 정책으로 다가서서 공감을 얻을 것이다. 절망스러운 한나라당과 실망스러운 민주당을 대신해 구민들의 삶 구석구석을 챙기겠다는 생각으로 복지 영등포 시대를 열어가겠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 영등포구청장 후보자 정보 조회 시스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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