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의 ‘음식동시 한 편’]
곰취나물
깊은 산속에 아기 곰이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었대
땅바닥에 아기 곰 발자국이 찍혔대
너무너무 예쁜 발자국이었대
얼마나 예쁜가 보자고
얼마나 예쁜가 보자고
숲속의 식물들이 너도나도 구경을 왔대
그때 아기 곰 발자국에 반한 식물 하나가
아기 곰의 뒤를 따라가 보기로 마음을 먹었대
그런데 발자국을 따라 숲속을 가도 가도
사랑하는 아기 곰을 만날 수 없었대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자 그 식물은 자취를 감췄대
그 이듬해 그 식물이 사라진 자리에
아기 곰 발바닥처럼 생긴 취나물이 돋아 올랐대
이 나물을 사람들은 곰취나물이라고 불렀대
저작권자 © 서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