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1.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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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69]

▲ 주목. [송홍선]

천년 주목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1980년대 이후 식물과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주목의 수명이 길고 보존이 잘 된다는 의미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회자되었다. 그렇지만 한반도에서 향나무만큼 오래 살고 있는 주목은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 단양군 소백산 서북사면의 주목군락은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되어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다. 이곳에는 15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수령 200~500년, 높이 4~6m의 것이 대부분이다. 태백산의 주목은 높이가 6m, 수령은 200년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한라산의 군락지는 높이 2m, 수령 100년 정도이다.
 
오대산의 주목은 10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미국의 서양주목은 2000년이 넘도록 살아가고 있다. 주목은 늘 푸른 잎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컵 모양의 붉은빛 씨옷(종의)에 둘러싸인 열매가 특히 아름답다.

가지와 잎은 그늘에 말려 약으로 썼는데, 통경, 이뇨, 신장병, 당뇨병,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 구충제로 쓰기도 하였다. 약재는 1회에 3~8g을 200ml의 물로 달여서 먹거나 잎을 생즙으로 내어 먹었다.

▲ 주목. [송홍선]

그렇지만 줄기와 잎에 있는 탁신(taxine)이라는 알칼로이드 물질은 혈압을 낮추고 심장 박동을 정지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탁신 성분이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물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열매는 날 것으로 먹기도 하지만,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기 때문에 주로 기름을 짜는데 썼다. 열매는 진해제로도 사용하였다.

주목(朱木)의 이름은 줄기의 안쪽 껍질과 목재 안쪽의 빛깔이 갈홍색을 띠어 ‘붉은 나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 나무껍질은 백반을 넣고 삶아 염색하면 붉은빛으로 물이 든다. 목재는 재질이 치밀하고 탄력성이 뛰어나 불상이나 불구(佛具)를 만드는데 사용하였고, 상류층 사람들은 관을 만들어 썼다. 그 외에 문구, 가구, 조각용의 재료나 바둑판을 만드는데 썼다.

유럽에서는 서양주목 목재가 활을 만들 때에 중요한 재료가 되었고, 미국의 인디언들도 이 나뭇가지로 만든 활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였다. 일본에서는 신을 모시는 신주(神主)가 주목으로 만든 홀(笏)을 든다고 한다.

전설적인 인물, 로빈 후드(Robin Hood)는 여러 잉글랜드 민담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이다. 그는 초기 민담에서 평민으로 등장하나 후기에는 종종 헌팅턴 백작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그는 부하와 함께 셔우드(Sherwood)의 숲속에 숨어 귀족, 승려 등을 습격하고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12세기의 의적(義賊)인 동시에 리처드(Richard)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덕에 왕의 신뢰를 얻어 대활약한 영웅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로빈 후드는 왕이 죽고 마리아 공주도 잃자 곧바로 토벌을 당하게 되었다. 새로운 왕의 부하들과 싸우다가 부상당한 누이에게 몸을 의탁할 처지에 이르렀다. 그 후 적의 포로가 되어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듣고 가까스로 달려온 리틀존에게 로빈후드는 “이 화살이 떨어진 곳에 나를 묻어 달라”고 유언하였다. 그리고는 마침내 최후의 힘을 내어 화살을 당겼다. 화살은 멀리 날아가 서양주목의 뿌리에 떨어졌다. 리틀존은 서양주목 뿌리에 화살이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그의 유언대로 서양주목 아래에 묻어 주었다고 전한다.

주목은 나무껍질과 재질이 붉은데서 붉은빛을 상징하고, 잎은 깨끗함, 신선, 품위를 표상한다. 일본에서는 나무 중에서 최고라는 뜻으로 이찌이(一位)라고 부른다. 서양에서는 활을 상징한다.

꽃말은 고상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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