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발 대북 초강경에 길 잃은 민주당
MB발 대북 초강경에 길 잃은 민주당
  • 백병규 시사평론가
  • 승인 2010.05.27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병규의 시사돋보기]

이럴 줄 미처 몰랐던 것일까?

민ㆍ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방침 천명, 이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반발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 전개에 대해 민주당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예상은 했을 것이다. 6ㆍ2지방선거 10여일 남기고 조사결과를 발표한다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의 ‘북풍몰이’는 예견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전면 단절과 자위권 발동 선언 등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랬다면, 그렇게 무대응으로 마냥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을 터이다.

꽃놀이패 즐기다 독박 쓴 민주당?

민주당으로는 ‘북풍’을 걱정하면서도 그리 밑질 게 없다고 판단했음 직하다. 설사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안보에 구멍 뚫린 무능한 보수정권’으로 공격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사고로 결론난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일종의 ‘꽃놀이패’였다.

민주당이 별말 없이 민ㆍ군 합동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지켜봤던 것도 이런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북풍몰이? 해볼 테면 해봐라. 46명의 젊은 장병들이 죽은 것이 누구 책임인데? 북한 소행이라고? 그렇다면 눈 뻔히 뜨고 당했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책임질 건데? 이런 식으로 추궁하면 ‘북풍’ 쯤은 한 방에 진압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음 직하다.

그러니,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이 조사방식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실상 조사 참여를 포기해도, 이 조사위원이 조사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군 당국과 정면 충돌해 논란이 되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던 것이다.

또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17일 그 결정적인 시기에 이례적으로 민주당을 찾아 정세균 대표에게 “아직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검토할 여지가 많다”고 구체적인 메시지까지 던졌건만, 언론에 장 대사가 이런 말도 했다고 한 마디 소개하는 정도로 넘어갔던 것도 그런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였다. 상황이 이리 전개될 줄 알았더라도 과연 그랬을까?

민주당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들의 생각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이명박 대통령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국민담화에서 보수들이 그동안 요구해 왔던 대북 강경책을 100% 반영했다. 군사적 조치만 유예했을 뿐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담았다. 지난 두 정권이 쌓아온 남북관계를 확실하게 끝장냈다. 남북관계에서도 이명박표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것이다. 민주당이 뒤늦게 ‘전쟁이냐, 평화냐’고 묻고 있지만, 제동을 걸기엔 이미 늦었다.

치밀하고 공세적인 ‘남북관계 끝장 카드’

어쨌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6ㆍ2지방선거의 한복판에는 ‘MB’가 서 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와 ‘4대강’에 이어 선거 막판에 ‘전면적인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결정적인 카드를 던졌다. 이번 6ㆍ2지방선거는 그런 점에서 ‘MB정책’과 ‘MB정권’에 대한 평가로 치러질 것만은 분명하다. 민주당 등 야권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의 구도와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그것이 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하는 심판론이 아니라, MB 주도의 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천안함 사건만 해도 그렇다. 구멍 뚫린 안보와 정부의 대북 강경 대응이 몰고올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시원찮을 국면이지만, 사정은 그 반대다. 되레 정부가 미ㆍ일 등 국제적인 공조를 앞세워 대북 강경 대응의 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안보무능정권’이라는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국제무대에서의 ‘북한심판론’으로 잠재우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대북강경조처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등 전쟁 위기감에 따른 불안 심리를 역으로 파고들고 있지만, 선거일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태여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천안함 사건은 뜻하지 않게 여야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해주는 계기가 됐다.

5ㆍ24 대국민선언을 통해 이 대통령은 기존의 남북관계를 확실하게 끝장내고,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완강한 태도다. 한ㆍ미ㆍ일 동맹을 축으로 하되 북한을 감싸고 있는 중국까지도 견인해보겠다는 식이다. 치밀하고, 공세적이다.

반면 천안함 사고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은 과거 집권세력일까 싶을 정도로 정치적ㆍ외교적 무능을 드러냈다.

천안함 진상조사를 사실상 군 당국의 손에 넘겨주고 이를 방치한 것은 물론 천안함 사태에 대해 국제정세의 흐름에 대해서도 이처럼 손을 놓고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야당으로서의 정체성 또한 도대체 확인할 길이 없다.

6ㆍ2지방선거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만약 수도권에서 야당이 패배한다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야권의 미온적이며 근시안적인 대응도 그 주된 요인의 하나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