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여! 투표로 세상 바꿀 수 있다”
“88만원 세대여! 투표로 세상 바꿀 수 있다”
  • 서영길 기자
  • 승인 2010.05.28 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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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현장] 고려대ㆍ경희대 부재자투표소에서 만난 청년 4인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27일과 28일 양일간에 걸쳐 전국에서 부재자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전국 522개 설치된 투표소에서는 오전 10부터 오후 4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된 대학은 15곳. 선관위가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학생이 2,000명이 넘는 대학에만 투표소를 설치했는데, 서울에서는 경희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등 3곳이다. 

부재자 투표 첫날인 27일,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나선 젊은이들을  만났다.

▲ 고려대 교내에 설치된 부재자 투표소(사진 왼쪽)와 투표소 밖에서 후보자 팸플릿을 살펴보는 대학생 유권자들(오른쪽). ⓒ서영길

◆ 고려대 교내 ‘성북구 제2부재자 투표소’

점심시간을 막 지난 오후 1시. 부재자 투표소가 있는 고려대 4ㆍ18 기념관은 학생들로 붐볐다. 투표를 하기 위해 나선 학생들은 투표소 밖에 마련된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 후보자 팸플릿을 보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을 만났다. 

- 한송희 씨(28세, 고려대 통계학과 재학)

▲ “‘내 한 표로 정말 정치가 바뀔까?’…그래도 투표는 해야죠” - 한송희씨. ⓒ서영길
충남 부여군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는 한송희 씨(서울 안암동 거주). 한씨는 이번 지방선거에 자신의 의견을 투표로나마 꼭 표현하고 싶어 시간을 쪼개 나왔다고 한다.

“후보들에 대해 일부러 인터넷을 찾아가며 알아봤어요. 하지만 광역ㆍ기초단체장 정보는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었는데 도의원 등 정보는 거의 없더군요”

그래도 인터넷(중앙선관위 선거정보시스템 등)을 뒤져 한씨는 지역에 나온 후보의 과거 이력과 공약까지 면밀히 살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는 정치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개의치 않았어요. 하지만 요즘 정치는 ‘민주주의 후퇴’란 표현을 쓰고 싶을 만큼 실망스럽습니다. 또 국가적 이슈들을 선거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보면서 답답함마저 느꼈어요”

그러면서 그는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에 대해 한 마디 했다.

“‘청년 투표율이 왜 낮을까?’라고 고민하기보다 ‘나부터 투표하자’라고 마음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내 표가 과연 의미가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죠. ‘이 한 표로 정말 바뀔 수 있을까’ 하는…. 하지만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고 믿고 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윤호 씨(27, 고려대 생명과학부 재학)

▲ “주민들 실생활에 자주 보이는 진짜 일꾼이 돼 주었으면…” - 최윤호씨. ⓒ서영길
“선거 때마다 낮은 투표율 이야기가 나오면 안타까웠어요. 투표는 꼭 해야죠”라고 말하는 최윤호 씨는 “부재자 투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웃는다. 최씨의 주소지는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지사 후보 외에 다른 후보자들 정보는 거의 접하질 못했다는 그는 “도지사 후보나 알려진 인물들 몇몇을 빼고 의정부시 광역의원이나 주소지 기초의원 후보자들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하네요”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정치가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투표는 꼬박꼬박 하고 있지만 사실 당선된 분들이 무슨 정책을 펴는지, 지역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키는지 알기 어려워요. 선거 때만 알찬 공약과 반짝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죠”

이어“당선이 되든 안 되든 진정으로 지역에서 일할 사람이라면 주민들이 그 후보의 모습을 실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다음 선거에 다시 나올 때 신뢰가 갈 것 아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최씨는 “정치인들에게 아무리 실망해도 투표권 만큼은 꼭 행사해야 한다”며, “지역 일꾼들이 국민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정치를 해주길 바래요”라고 덧붙였다.

▲ 경희대 교내 설치된 부재자 투표소. ⓒ서영길

◆ 경희대 교내 ‘동대문구 제2부재자 투표소’

고려대에 이어 경희대 청운관에 마련된 동대문구 제2부재자 투표소를 찾았다. 학생식당 한 편에 설치된 투표소엔 꽤 많은 젊은이들이 북적였다. 이곳에서도 투표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모여 앉아 선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정주영 씨(25세, 한국외대 행정학과 재학)

▲ “젊은 층 정치 무관심? 청년들 투표율에 찬물 끼얹지 마시길…” - 정주영씨. ⓒ서영길
정주영 씨의 주소지는 서울 동대문구다. 하지만 6월 2일 투표일에 사정이 있어 투표를 못할 것 같아 부재자 투표를 하게 됐다고 한다. 그에게 이번 부재자 투표는 군 복무 때 이후 2번째다.

“저는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정치를 바꿔야 사회가 변화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정치를 바꾸는 데는 투표가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래 친구들에게도 투표를 독려하기도 하고요”

후보자들 홍보물을 꼼꼼히 챙겨봤다는 정씨는 모자란 정보들은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알아낸 열혈청년이었다.

그런데, 정씨는 선관위의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에 관련해 ‘직무유기’라는 표현을 쓰며 쓴 소리를 냈다.

“항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나오는 얘기 있잖아요. ‘젊은 층 투표율이 저조하다, 정치적 관심이 부족하다’ 같은 말들이요. 하지만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 탓만 하면 안 돼요. 선관위에서 청년들이 투표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고, 독려하는 역할을 해야죠. 이번에 선관위가 부재자 신청인원(2000명 이상)에 따라 투표소를 설치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했어요. 이런 것은 20대 투표율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고 생각해요.”

- 김미성 씨(28세, 취업준비생)  

▲ “취업을 눈앞에 두고 보니 정치에 민감해 지더라고요” - 김미성씨. ⓒ서영길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오래 했다는 김미성 씨. 그녀는 부산 동래구에 주소를 둬 부재자 투표소를 찾았고, 이번 투표가 처음이라고 말한다.

“현 정치에 실망을 느껴 투표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권리를 말하겠다”는 김씨는 “전에는 정치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는데, 취업준비생이 되고 보니 정치에 민감하게 됐다”며 꼭 투표를 하게 된 이유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거는 기대가 커 후보들의 면면을 눈여겨 봤고, 8장의 투표지를 한 장도 기권하지 않고 모두 투표했다”고 당당히 말한다. 

하지만 김씨도 부재자 투표에 불만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제 주위에는 미처 주소지를 못 옮긴 직장인들이 많아요. 이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죠. 현실적으로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투표하라는 건 직장인들에게 투표하지 말란 거예요. 또 부재자 투표소의 지역 배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 같고요.”

“88만원 세대(이십대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에 낀 이십대라 힘든 것이 많다”는 그녀. “이십대들이 정치가 우리 삶에 현실적으로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해요.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내 삶을 조금이나마 낫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방관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같은 또래의 청년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꼭 투표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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