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관과 달 속의 나무로 유명한 월계수
월계관과 달 속의 나무로 유명한 월계수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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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72]

▲ 월계수. [송홍선]

월계수는 한자로 월계수(月桂樹) 또는 계수(桂樹)라 쓴다. 서울 등에서는 온실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서양의 나무이다. 그렇지만 이 나무와 관련한 전설은 동양에서도 재매있게 전하고 있다.

옛날 오강(吳剛)이라는 사람이 영원토록 달 속의 월계수를 끊어야 하는 형벌을 받고 있다는 전설이다. 달 속의 월계수가 죽지 않고 계속 자라나는 이유는 오강에게 형벌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달 속의 월계수는 높이가 오백장(五百丈)인데, 그 나무 아래에서 오강이 항상 이 나무를 끊고 있으나 나무의 상처가 금방 아무는 까닭에 끊어도 끊어도 한없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오강은 선술(仙術)을 배우고 있던 무거운 죄를 지어서 그 벌로 달 속의 월계수를 끊는 일을 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오강은 그 일로서 중노동의 형벌을 끝없이 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월계수. [송홍선]

또한 궁중의 조경수로서 월계수가 한 몫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옛날 성씨가 진(陳)인 교지의 임금은 어느 날 여계리라는 중국 사람의 방문을 받았다. 여계리는 나라에 도착해서 며칠을 돌아다니다가 모래위에 ‘광한궁(廣寒宮) 안에 일지매(一枝梅)가 있다’는 글이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외워두었다.

그 후 여계리는 나라에서 과거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있었다. 과거시험에서 임금이 낸 문제는 ‘청서전 앞에 천 그루의 월계수(淸署殿前千桂樹)’라는 것이었다. 많은 신하들은 문제의 뜻을 몰랐으나, 여계리는 모래 위의 글이 생각나 ‘광한궁리일지매(廣寒宮裏一枝梅)’하고 대를 맞추었다.

이를 읽어 본 임금은 깜짝 놀라면서 ‘그대는 내 딸 일지매가 궁 안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은 뒤, 이를 보통의 인연이 아니고 하늘이 맺어준 일로 여겨 일지매를 여계리에게 시집보내고 여계리에게는 높은 벼슬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를 비웃은 아폴론은 그 죄로 황금의 화살을 맞아 님프의 다프네(Daphnae)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폴론이 사랑을 거절하는 여신 다프네를 페네이오스(Peneus) 강가에서 따라잡았을 때, 다프네는 월계수로 변신하여 순결을 지켰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아폴론은 이 나무의 잎을 항상 푸르게 하고 그녀를 추억하기 위해 항시 월계관을 몸에 지니게 되었다. 그 후부터 다프네는 월계수의 뜻으로 부르게 되었고, 아폴론의 영수(靈樹)가 되어 그가 음악, 궁술, 시가(詩歌)의 신으로 있었을 때부터 이것으로 화살통을 꾸미고, 그 잎으로 만든 월계관을 시인의 머리에 장식하는 명예의 상징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델포이 제전 때에 푸디어 경기의 승자를 시초로 하여 로마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이나 대시인에게 월계관이 씌워졌다. 로마 시대에는 수습 의사의 머리에 만능약의 월계수를 장식했으며, 중세에는 수사학과 시학의 전공자에게 월계관이 주어졌다. 영국의 계관시인도 이 전통에 따른 것이다.

또한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벼락의 위험을 제거하고 안전을 지켜준다고 하여 거주지 주변에 즐겨 심었으며, 로마 황제 네로는 역병을 피해 월계수의 숲으로 이주 하여 살았고 이 나무의 공기를 마셔 건강을 지켰다. 한편 데루페이의 무녀들은 이 나무의 잎을 씹어 예언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아폴론의 영수(靈樹)인 월계수는 승리, 영예, 명예, 축복 등을 상징한다. 잎은 옛 시에서 아름다운 눈썹의 상징으로 되어 있다. 달 속의 나무로도 잘 알려져 있다. 꽃말은 영예, 승리, 행운, 자부심, 신선(神仙), 윤곽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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