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붙어 겨우겨우 살아가는 겨우살이
나무에 붙어 겨우겨우 살아가는 겨우살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2.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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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74]

▲ 겨우살이. [송홍선]

겨우살이는 나무에 붙어사는 기생식물이다. 따라서 더러운 흙에 손과 발을 댈 필요가 없다. 높고 깨끗한 나뭇가지위에서 시원한 공기를 호흡하고 아름다운 숲속의 경치를 구경만 하면 된다.

겨우살이는 스스로 엽록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면서 숙주식물(기생식물의 모체가 되는 식물)의 양분을 흡수하여 생활한다. 놀면서 잘 사는 나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달라붙은 나무는 좋은 입장이 아니다. 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양식을 기생의 겨우살이가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다른 식물의 몸 밖이나 몸 안에 붙어살면서 그 식물이 만든 양분을 가로채어 산다.

옛날 켈트인의 만든 드루이드교는 6세기 말경 로마군의 탄압을 받아 소멸되었지만, 사제자들은 겨우살이를 하느님의 주신 특별한 선물로 여겨 존경했다고 한다. 그들은 참나무에 있는 겨우살이를 대단히 신성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참나무 숲은 곧 그들의 예배당인 동시에 신의 집으로 숭배했다.

또한 켈트인들은 참나무 잎이 떨어지면 참나무에 살고 있던 신이 그 나무에 붙어사는 겨우살이로 옮겨가고, 봄이 오면 다시 참나무로 돌아오는 것으로 믿었다. 섣달이 되면 그 종교의 사제자는 겨우살이를 채집하는 의식을 갖는다. 이때 참나무에 2마리의 황소를 묶고 흰 옷을 입은 사제자가 나무에 올라가 금도끼로 겨우살이를 잘라낸다. 금도끼를 사용한 것은 겨우살이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 태양신을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 뒤 기도를 하고 축복을 기원한다.

▲ 겨우살이. [송홍선]

그리고 겨우살이를 담근 물은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믿어, 이 물의 이름을 옴니아 사난스(Omnia sanans)라 했다. 옴니아는 모든 것을 뜻하고, 사난스는 치료한다는 의미가 있다. 만병통치약이란 뜻이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허리가 아프거나 아기를 낳은 어머니의 몸조리에 썼으며, 동상치료, 강장, 진통, 동맥경화 등에 이용했다. 또한 혈압을 낮추거나 월경불순 등에도 썼다고 한다. 특히 뽕나무에 붙어사는 겨우살이는 삼짇날(3월 3일)에 채집하여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한약으로 귀하게 썼다.

최근에는 불치의 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용이 많아졌다. 한반도의 산간 마을에서는 마을의 안이나 둘레에서 자라는 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마을의 화재를 막아 주는 것으로 알았다.

유럽 사람들은 마귀를 물리쳐 주고, 땅에 닿지 않게 하거나 자신의 발보다 위에 놓아두면 행복과 안전을 가져다주며, 혹심한 추위와 눈으로 고생하는 숲의 정령들의 피난장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믿었다. 또한 서양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때에 겨우살이를 축하 파티가 있는 방의 문간에 매달아 둔다.

손님이 모이면 주민이 손님들을 그 방으로 안내할 때 겨우살이 아래를 지나가면 좋은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 겨우살이 아래에서 누군가를 만나거나 그곳의 아래를 지날 때에는 어느 여성에게나 키스를 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홀스타인 지방에서는 겨우살이를 귀신의 지팡이라 말하고, 그 지팡이를 가지고 있으면 유령을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겨우살이는 겨울에도 시들거나 마르지 않고 대지에 뿌리도 내리지 않는다고 하여 이상한 힘이 있거나 신기한 풀로 여겼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경사를 상징한다. 또한 드루이드교의 전승에서는 신성, 만병통치약을 표상하며, 홀스타인 지방의 풍습에서는 지팡이를 상징한다. 벽사를 표상하기도 한다. 꽃말은 강한 인내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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