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제각각인 공교육 정상화…말잔치로 끝나면 안 돼”
“해법 제각각인 공교육 정상화…말잔치로 끝나면 안 돼”
  • 이태향 객원기자
  • 승인 2010.05.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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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교육감선거 향한 교육현장 목소리]

6ㆍ2 교육감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교육현장에서는 교육감 선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진보와 보수, 지지후보를 떠나 교육정책과 차기 교육감에 바라는 점 등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채수범 독산고 교사, “경쟁 통한 효율성 강화는 비교육적”

▲ 채수범 독산고 교사. ⓒ이태향
독산고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채수범 교사(47세, 봉천동)는 올해로 23년째 교직에 있다.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기 위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동체 의식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경쟁을 통한 효율성 강화는 교육적이지도 않고,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학생의 건강권을 고려해 2004년부터 8시 이전 등교를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국의 50%가 넘는 학교가 8시 이전에 학생들을 등교시키고 있습니다.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이란 명목으로 밤 10시까지 수업하는 것은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비정상적인 교육환경이란 걸 인정해야 합니다.”

독산고에 발령 받기 전 그는 서초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래서인지 자치구별 교육예산 차이에 따라 학교 교육의 질이 달라지는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했다.

“구별로 교육예산의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교육청 차원에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차등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방과 후 학습만 하더라도 서초구에서는 학생 5명만 있어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지만, 금천구는 15명에서 20명은 있어야 운영이 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채 교사는 교육청과 구청에서 학비와 급식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인원이 학교별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승인 인원을 웃도는 수의 학생이 신청하면 어쩔 수 없이 지원하지 못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교육감 후보들 모두 공교육 정상화를 공약하고 있으나, 해법은 제 각각이더군요. 의무교육을 하면서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남이나 과천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상급식은 예산의 문제라기보다 의지나 의식의 문제입니다.”

■ 김창학 수명중 교사, “교육현장에 정치논리 적용 안 돼”

▲ 김창학 수명중 교사. ⓒ이태향
교직에 선 지 25년째인 김창학 교사(52세, 화곡동)는 현재 수명중 교무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참가 인원수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되는 방과 후 학교에 대해 숫자 채우기 식이라고 지적하면서 교육의 본질과 먼 평가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수학교 지정과 같은 전시행정에 치우치다보니 교육과정에 충실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한 노력이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평가와 관련된 업무들이 과다하게 늘면서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교육정책을 세우는 전문가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서, 김 교사는 교육감 선거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제도나 규정이 합리적이지 못 하고 교육청의 감시 감독이 소홀하게 되면 교사들이 교육청을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비리교원 퇴출 공약 같은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선거공약으로까지 나와야 하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우리 사회의 온정주의가 빚은 문제이겠죠.”

또 쟁점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무상급식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을 급식에만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어요. 교수학습 예산이 위축되면 교육의 본질이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산을 확보한 후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될 문제라고 봅니다.”

교육감의 철학과 가치가 교육일선의 교육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데 대해 일선학교의 교사들은 깊이 공감했다. 그러나 교총에 소속된 교사든 전교조에 소속된 교사든 이념을 내세우거나 이념으로 편 가르기 하는 후보자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논리를 교육현장에 적용하려는 시도와 언론의 선정적이고 작위적인 태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스펙트럼이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이고,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념을 이유로 구성원을 탄압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각자의 이념에 상관없이 모두 열심히들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교사는 교총에 소속되어 있지만 전교조 교사와의 편 가르기를 유도하는 정치논리를 단호히 거부했다.

■ 전상준 영어학원 원장, “서열 교육 틀 바꿀 교육감 기대”

▲ 전상준 영어학원 원장. ⓒ이태향
영어전문학원(등촌동 알키오네)을 운영하고 있는 전상준 원장(47세, 가양동)은 교육감 선거에 대해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을 실행하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세종시 이전을 반대했지만, 당선되기 위해 그렇게 말했던 것이라고 버젓이 말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당선 ‘되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말 자체보다 저의를 읽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교육을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학원 운영에 유리하느냐 불리하냐와 상관없이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다만 10시 이후에 학원 운영을 못 하도록 조례를 만들어 단속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중학생 대상 수업의 경우 5시에 시작해서 10시까지만 하게 하면 하루 5시간만 업무를 보라는 얘긴데, 인위적으로 틀어막는 행정은 정책이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전상준 원장은 학원 문제든, 학교 문제든 현재의 입시제도의 틀 안에서 바라보는 발상에 대해 지적했다.

“공교육이 정상화 되면 학원 수요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테고, 아마도 학원은 다른 방향과 내용으로 변화할 겁니다. 서열 위주 교육의 틀을 바꾸는 교육감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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