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향기’ 은방울꽃, “5월에 행복을 전한다”
‘성스러운 향기’ 은방울꽃, “5월에 행복을 전한다”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5.3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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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1]

▲ 꽃모양이 은빛 방울을 닮은 은방울꽃. ⓒ송홍선

은방울꽃은 그 꽃의 모양이 은빛의 방울과 비슷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꽃의 모양이나 향기에 따라 매혹적인 별명이 붙여진 경우가 많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5월의 작은 종’, 프랑스에서는 ‘천국에 이르는 계단’, 일본에서는 ‘방울란’ 등이다. ‘성모의 눈물’로 부르기도 한다.

‘천국에 이르는 계단’이라 불리기도

그런데 혹자는 이 은방울꽃을 영어의 번역으로 ‘계곡의 백합’이라 이름 하는가 하면, 성서에서도 백합으로 번역한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프랑스의 작가 발자크의 소설 <은방울꽃>(La lys dans La Vallees)도 ‘계곡의 백합’으로 번역돼 소개됐다.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이 소설은 영어로 ‘The Lily of Valley’라 하고 있다. 은방울꽃의 오역은 공교롭게도 영어의 Lily나 불어의 Lys가 우리말로 ‘백합’이라는 뜻이고, 영어의 Valley나 불어의 Vallees 역시 ‘계곡’을 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사실은 그 제목 모두를 가지고 ‘은방울꽃’을 뜻하고 있다. 즉 은방울꽃은 영어로 ‘Lily of Valley’이고, 불어로는 ‘Lys dans Vallees’이다. 낱말 하나하나의 뜻과 구의 뜻이 이렇게 다른 데도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모두 ‘계곡의 백합’으로 소개됐다. 그런데 백합은 영어로 ‘Madonna Lily’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매년 5월 1일에 은방울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친구들에게 보내는 풍습이 행해진다. 그렇게 하면 행복이 찾아드는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이 날이 되면 은방울꽃 다발을 들고 길가는 사람에게 권하거나 가슴에 꽂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단다. 16세기경 유럽에서는 은방울꽃의 재배가 성행했는데, 이는 뇌졸증이나 류머티즘 등에 약재로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 은방울꽃의 꽃말은 행복이 찾아옴이다. ⓒ송홍선

파리에선 친구에게 은방울 꽃다발을

프랑스의 전설에 나오는 레오나르드는 11월 6일을 축일로 한다. 레오나르드는 죄인을 보호하는 성인(聖人)으로 알려져 있는데, 은방울꽃은 559년에 레오나르드가 숲속에서 용을 추격해 죽일 때 흘린 피의 흔적에서 생겨난 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느 날 성인 레오나르드는 깊은 산길을 산책하다가 그만 길을 잃고, 사방을 구별하기 어려운 숲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리저리 길을 찾고 있을 때에 눈이 큰 화룡(火龍)이 나타나 레오나르드가 찾고 있는 길을 막고 혓바닥에서 불을 뿜으며 집어삼킬 듯이 노려보았다.

용감한 레오나르드는 정신을 가다듬고 화룡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이놈, 썩 물러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당장 죽이고 말테다” 그러나 화룡은 오히려 불을 더욱 세게 뿜으며 싸울 태세를 취했다. 레오나르드는 속으로 겁이 났으나 용기를 내어 싸울 준비를 했다.

그 후 레오나르드와 화룡은 밤을 지세며 싸웠다. 싸움은 격렬하게 계속됐으나 3일째까지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4일째가 되자 화룡은 지쳤는지 힘을 쓰지 못했다.

레오나르드는 이 틈을 이용해 마지막 일격을 가하고 화룡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레오나르드의 몸은 상처가 심했고, 상처를 입은 자리에서 피가 흘러 땅에 떨어졌다. 그때 피가 떨어진 땅에서는 아름다운 은방울꽃이 피어났단다.

이 꽃은 연인에게 선사하거나 결혼식 때에 신부에게 주는 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 꽃의 향기는 성스러운 향기라 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뿌리면 자신에게 마음을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행복이 찾아옴, 순결, 섬세함, 감미(甘美)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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