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친 찔레꽃, “엄마일 가는 길에 핀 하얀 꽃”
가시 돋친 찔레꽃, “엄마일 가는 길에 핀 하얀 꽃”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6.04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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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2]
찔레나무는 다른 이름으로 흔히 찔레꽃이라 부른다.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목장에 두르는 철선은 소가 가시가 있는 찔레꽃을 피해 지나가는 것에서 유래했단다.

찔레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갈잎 넓은잎 떨기나무이다. 꽃은 5월에 흰빛으로 피며, 열매는 9월에 붉은빛으로 익는다. 꽃은 향기가 매우 짙다. 열매는 영실이라 하여 해독, 신장염, 월경불순, 변비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해 쓰고 있다.

어린 시절 꺾어 먹던 추억의 찔레순

봄이 끝날 무렵이면 찔레나무가 넉넉하게 순을 내밀었다. 찔레순은 매서운 가시가 있지만 여려서 아이들의 손을 찌르지 않았다. 찔레순은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주로 꺾었다. 아이들은 찔레순을 꺾어서 씹어 먹거나 소꿉놀이의 반찬을 만들었다.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이 노래는 어릴 적에 아주 많이 불렀던 정겨운 동요이다. 어른들이 옛 추억을 더듬으며 읊조리는 경우도 있다.

노래의 가사는 찔레꽃을 따먹는 것으로 묘사됐다. 꽃을 먹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흔히 먹었던 것은 찔레순이었다. 이 노래를 접한 도시 아이들은 찔레순이 아니라 찔레꽃을 따먹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 봄에 피는 하얀 찔레꽃. 향기가 짙다. ⓒ송홍선 

이밖에 우리의 귀에 익은 대중가요 중에도 찔레꽃의 노래가 있다.

찔레꽃 붉게 피는 /
남쪽 나라 내 고향 /
언덕 위에 초가삼간 /
그립습니다.

지금도 노래방이나 작은 주점에서 많이 부르는 노래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찔레꽃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준다.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찔레나무의 꽃빛깔은 흰빛이다. 아주 드물게 연한 분홍색으로 꽃이 피는 찔레나무도 볼 수 있지만 그것도 붉은빛과는 약간의 거리가 멀다.

찔레가지 가시 독에 죽은 독일 시인 릴케

▲ 9월에 피는 찔레나무 열매. ⓒ송홍선
찔레나무라고 하면 생각나는 문학작품으로는 김말봉의 소설 <찔레꽃>이 대표적이다. 이 소설은 1937년 3월 31일부터 그해 10월 3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것으로 1955년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서로 얽히고 섞인 연애담이 전개되는 통속소설로서 찔레꽃과 같은 순결을 잘 묘사하고 있다. 또한 표면상 단순한 애욕의 갈등극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갈등이 삶에 내재한 욕망에 의해 빚어지는 근원적 문제를 보여주고 있단다.

독일의 시인 릴케(Rilke, Rainer Maria)는 남성이었음에도 여성보다 더 가냘프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시를 쓰며 살다가 말년에는 찔레나무의 줄기가시에 찔려 죽은 낭만파 시인이다. 그가 찔레나무의 줄기가시에 찔린 것은 이른 어느 봄날이었다. 그해 봄에 찔린 찔레나무 가시의 독으로 병이 깊어진 채 릴케는 아름다운 일화를 남기고 죽었단다.

한편 로마 신화에서, 사랑의 신 큐피드(Cupid)는 아름다운 찔레나무 꽃을 보고 너무도 사랑스러워 키스를 하려고 입술을 내밀었다. 그런데 찔레나무 꽃에 있던 벌이 깜짝 놀라 침으로 큐피드를 꼭 찌르고 말았다.

경작지나 정원을 총괄하는 여신 베누스(Venus, 비너스)가 큐피드를 가엾이 여겨 벌을 잡아 침을 빼내서 찔레나무에 꽂았다. 그 후부터 찔레나무는 가시가 생겼단다. 우리나라의 전설에서는 찔레라는 이름의 소녀가 동생을 찾아 헤매던 골짜기와 개울가에 온통 향기가 짙은 흰빛의 찔레나무 꽃이 피어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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