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윗층 사람들은 괴롭다
[기자칼럼] 윗층 사람들은 괴롭다
  • 김민자 기자
  • 승인 2011.02.07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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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붙은 ‘자녀들이 담배 냄새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 서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금연’ 호소문(?).

미국의 그레이트 넥이라는 도시의 시의회에서는 얼마 전 상점들이 모인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면 최대 1천 달러(한화 약 110만 원)의 벌금을 물리거나 최장 15일 간 유치장에 가둔다는 처벌규정을 의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무실이나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길거리 흡연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작년 12월 서울시장과의 대화에 참석한 박성준씨는 보행 흡연자에 대한 처벌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 뒤에 걸어가면서 담배  냄새를 맡게 되면 보통 역겨운 것이 아니며, 길거리에 걸어다니면서 담배를 피우지 말고 일정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도록 서울시조례로 정하였으면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 11월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서울특별시 간접 흡연피해방지 조례'(제5053호, 2011년 3월 1일)가 제정·공포되었으나, 상위법에서 흡연행위 자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구역(금연구역)을 지정하고, 그 구역 외에서의 흡연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권한만을 시장에게 위임하고 있어 불특정 지역에서의 보행 중 흡연행위 규제를 조례에 포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얼마 전 한 아파트에서 금연을 호소하는 글이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것을 봤다. 아래층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위층으로 올라 온다는 것이다.

흡연자가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집이 아니라 1층 입구나 베란다 등에서 피우는 연기 때문에 오히려 윗층 사람들이 간접흡연을 당하게 된다.

아래층의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흡연 때문에 간접흡연을 하고 있다는 한 피해자는 “우리 아버지도 담배를 끊으셨는데, 새벽부터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를 맡으니 정말 괴롭다”고 했다.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던 ‘자녀들이 담배 냄새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호소문을 보니 담배연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이들과 그 가족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미국의 어느 도시 처럼 아래층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벌금을 왕창 물릴 수는 없겠지만, 아래층에서 흡연하는 사람은 윗층 사람들의 고충도 헤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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