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인양과 정치권의 지방선거 주판알
천안함 인양과 정치권의 지방선거 주판알
  • 백병규 시사평론가
  • 승인 2010.04.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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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규의 시사돋보기]

천안함 선미가 침몰 20일 만에 인양됐다. 사고원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인양된 천안함 선미는 이제 그 숱한 미스터리를 풀어줄 수 있을까? 실종자 수색과정과 달리 예상 외로 신속하게 진행된 인양과정에 비춰본다면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도 의외로 속도 있게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안함 정국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천안함 인양 후에 드러날 사고원인에 따라 정국은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군의 미숙한 초기대응 탓 등으로 지금까지는 여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예측불허다. 사고원인이 내부 폭발이나 좌초 등 내부요인으로 드러난다면 정부여당에게 타격이 클 것이다. 그러나 기뢰나 어뢰 등 외부충격으로 인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정반대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어쨌거나 6․2지방선거는 ‘천안함’의 직접 영향권 하에서 치러지게 됐다.

투표영향 조사 1위 ‘4대강 사업’, 2위 ‘천안함’

<경향신문>이 6․2지방선거 50일을 앞두고 지난 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응답자들은 첫째로 ‘4대강 사업’(29.1%)을 들었고, 그 다음으로 ‘천안함 침몰사고’(19.4%)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세종시 수정 논란’(17.8%), ‘무상급식’(12.4%), ‘한명숙 전 총리 수사 및 재판’(9.4%) 등을 들었다. ‘4대강’이나, ‘세종시’, ‘무상급식’, ‘한명숙 전 총리 수사 및 재판’은 유권자들의 ‘가치판단’만 남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 사태진전이 유동적인 ‘천안함’과는 비교가 안 된다. 변수로 따지자면 ‘천안함’ 변수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야권으로서는 천안함 변수에 대응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군 당국의 미숙한 초동대응의 문제점과 미심쩍은 행보가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엽적 변수일 뿐이다. 사고원인 규명이 진행됨에 따라 야권으로서는 정치적 공세를 펼 수도 있겠으나, 사안의 성격 자체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외부충격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에는 북한 공격설 등에 힘이 실리면서 야권에게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크다.

물론 정부 여당으로서도 딱히 이 사고를 ‘호재’로 활용할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중한(?) 행보가 그 부정적인 파장을 적지 않게 막아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사고원인 분석에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군 당국이 사고조사를 주도하고, 그 정보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고원인이 6․2지방선거 전에 명쾌하게 해명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그렇다면 6월 지방선거 때까지는 이른바 실종자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사고원인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거나, 혹은 현재 유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외부피격설’이 현실화될 경우 전반적인 여론의 흐름은 확실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더라도 북한에서 공격한 것이 아니냐는 쪽으로 잡혀갈 개연성이 커 보인다. 야권으로서는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으로서는 그런 분위기만으로도 보수층 결집에 유리한 정황으로 활용할 소지가 적지 않다.

▲ 천안함 함미 인양 MBC 뉴스속보 화면.

한나라당에 유리한 천안함 쓰나미 효과

무엇보다 여권으로서는 ‘천안함’ 쓰나미에 다른 불리한 쟁점들이 희석되는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른바 ‘봉은사 외압 사건’이나, ‘세종시’ 문제, 그리고 6월 지방선거의 주요쟁점으로 떠올랐던 ‘무상급식’ 같은 문제들이 천안함 침몰 사고와 함께 정치적 쟁점에서 멀어진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야권으로서는 ‘천안함 정국’을 압도할 별도의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야권의 현실을 보면 딱히 그 돌파구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우선 소재의 측면에서 그렇다. ‘세종시’ 문제는 이미 그 효과가 거의 반영돼 있는 상태인데다가 민주당 등 야권이 승부처로 보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그 정치적 반작용 때문에 섣불리 대들기도 힘들다. 예상과 달리 6․2지방선거의 주요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4대강’ 문제에서도 민주당 등 야권은 주변세력으로 맴돌고 있을 뿐이다. ‘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복지문제가 야권으로서는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선 도전 출사표에서 드러난 것처럼 야권이 독점하기에는 어렵게 돼가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불러온 ‘한명숙 효과’도 더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야권이 유권자들에게 강력하게 호소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라고 한다면 MB정권 견제론에 화답하는 ‘야권연대’일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한 서울시교육감 야권후보 단일화는 일부후보의 이탈로 그 효과가 반감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런 점에서 야권으로서는 의미있는 진전이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함께 교육감선거에서는 수도권 벨트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은 곧 인천은 물론 전국 교육감선거의 향배를 좌우하는 ‘정치적 뇌관’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네거티브 전략이 야권의 카드?

반면 정작 본게임인 지방선거와 관련한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는 지리멸렬하다. 이른바 ‘4+4’ 야권연대 협상시한인 15일,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물론 협상시한은 더 연장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중심축인 민주당이 과연 야권연대를 이뤄낼 의지와 지도력을 갖고 있는지 의심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도부의 정략적 접근과 리더십 파탄으로 내부갈등에 휩싸여 그것을 수습하기도 벅찬 형편이다. 이대로라면 설령 막판 조율이 이뤄진다고 해도 조악한 ‘누더기식 연대’로 끝나기 십상이다. ‘감동의 연대’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서울이나 인천, 경남 등지에서 여권후보와 유력한 야권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로 좁혀지거나 역전되고 있다. 야권으로서는 희망을 가질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야권의 역량이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MB정권에 대한 ‘민심의 분노’와 후보 개개인의 ‘매력’ 탓일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설령 야권이 수도권과 영남권 일부에서 승리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정작 배는 침몰하는 가운데 요행히 몇몇 승조원들이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선거 패턴으로 보았을 때 2002년 대선 이후 주요선거에서 그 승패는 어느 한 쪽이 잘해서가 아니라, 한 쪽이 잘못한 것에 대한 표심의 응징으로 나타나곤 했다. 여당이나 야당 모두 지리멸렬한 정치적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6월 지방선거 또한 이런 패턴이 재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야권으로서는 그것이 희망사항이겠지만, 천안함 변수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전통적으로 진보 개혁진영의 승리는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열정의 동원’ 없이 이뤄진 적이 거의 없다.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기본적으로 보수에 잘 먹히는 카드다. 지난 미국 대선도, 일본 총선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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