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김상곤을 보라, ‘승리의 열쇠’는 그들 안에
공정택·김상곤을 보라, ‘승리의 열쇠’는 그들 안에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4.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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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선거 전망 - 후보 단일화·전교조가 승패 가를듯]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진보나 보수는 ‘난립’과 ‘분열’에 대한 매우 안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2008년 7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이인규 두 후보가 만일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공정택 후보에 2% 차 석패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듬해 4월 치러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선 보수 쪽 후보가 4명이 난립하면서 김상곤 현 교육감에 손쉬운 승리를 갖다 바치고 말았다. 

현재까지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에 등록한 사람은 모두 13명(민주진보진영 내부 경선에서 탈락한 이부영 후보 제외). 진보 성향 3명에 보수 성향 10명 등 양쪽 모두 ‘분열’, ‘난립’ 상태라고 할 만하다. 

▲ 서울시 교육감에 도전하는 후보자들. 상단 맨왼쪽부터 곽노현, 권영준, 김경회, 김성동, 김영숙, 김호성, 남승희. 하단 맨왼쪽부터 박명기, 오성삼, 이경복, 이삼열, 이상진, 이원희(이상 가나다 순).

‘난립’과 ‘분열’에 대한 안 좋은 추억 

예의 선거 초반부터 양쪽 진영의 최대 화두는 공히 ‘후보 단일화’였다. 진보 쪽은 민주노총, 참여연대, 참교육학부모회 등 1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민주진보 교육감 범시민 추대위원회’를 구성해, 보수 쪽은 300여개 단체로 이루어진 ‘바른교육국민연합’ 주도로 단일화 논의를 진행해왔다. 

한발 앞선 쪽은 진보 진영이다. 범시민추대위는 14일 곽노현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55),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63), 최홍이 서울시 교육위원(68) 세 후보를 상대로 여론조사와 시민공천단 투표 등을 거쳐 곽노현 교수를 최종 지지 후보로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낸 바 있는 곽 후보는 “MB식 교육은 명백한 역주행이고 참담한 파탄”이라며 ‘특권과 차별없는 교육’ ‘입시 사교육 없는 새로운 수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는 몇몇 주자의 불참으로 그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서울시 교육위원 등을 지낸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51), 숭실대 교수 출신의 이삼열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68)이 선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추대위를 중도 탈퇴, 독자 출마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여권 일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57)이 단일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 남승희 전 서울시 교육기획관(57), 오성삼 건국대 사범대 교수(63), 김호성 전 서울교대 총장(63) 등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를 표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나머지 권영준 경희대 교수(58), 김경회 전 서울시 부교육감(54), 김성동 전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원장(68), 이경복 전 서울고 교장(61), 이상진 서울시 교육위원(66), 이원희 전 한국교총 회장(58) 가운데서도 이상진, 이원희 후보는 상대적으로 단일화에 덜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교조 대 반전교조’ 구도 넘을 수 있을까 

현재까지 공개된 각종 기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 쪽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 3월 중순 사회동향연구소가 19세 이상 서울시민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당의 지지를 받는 교육감 후보와 야당·시민단체의 지지를 받는 후보 가운데 누구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1.3%가 전자를, 45.9%가 후자를 꼽았다. 

전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3월말 실시한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진보 성향의 친야 후보’ 지지(49.5%)가 ‘보수 성향의 친여 후보’ 지지(27.4%)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온 것이다.  

이 연구소의 김미현 소장은 “지난 해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진보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던 보수 성향의 공정택 교육감이 비리 문제에 연루된 것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조사는 앞서 사회동향연구소가 ‘전교조 출신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물은 것이다. 이 질문에는 응답자의 45.6%가 ‘지지하지 않겠다’를, 32.5%가 ‘지지하겠다’를 꼽아 여야 후보 지지 여부와 정반대의 대답을 내놓았다. 

이는 이번 교육감 선거 역시 지난 2008년 선거처럼 ‘전교조 대 반전교조’ 구도가 형성될 경우 진보 쪽이 상당히 불리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보수 쪽은 보수 진영 단일 후보의 명칭 자체를 ‘반전교조 후보’로 내걸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선출된 곽노현 교수가 비록 비전교조 출신이긴 하나 이전 주경복 교수의 경우를 봤을 때 색깔 공세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곽 후보는 이에 대해 ‘전교조냐 반전교조냐는 완벽히 가짜 프레임’이라며 사교육비, 부패 비리, 책임 교육, 창의성 교육 문제 등을 집중 부각시켜 새로운 논쟁 구도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 후보는 또 “이번 경선에 불공정성은 없었다”며, 박명기·이삼열 후보와도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명기·이삼열 후보는 ‘불공정성·편파성’을 계속 거론하며 역으로 단일화를 재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진보·보수가 어느 수준까지 단일화를 이루어내느냐,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시민의 지지가 어느 정도냐, ‘전교조 대 반전교조’ 구도를 진보 쪽 후보가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승패를 결정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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