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의 겨자와 갓김치로 잘 알려진 갓
향신료의 겨자와 갓김치로 잘 알려진 갓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2.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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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78]
▲ 갓. [송홍선]

갓은 십자화과(배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한자로는 개채(芥菜)라 쓰며, 겨자라고도 부른다. 향신료의 겨자와 같은 이름이다.

즉 겨자(mustard)는 갓 종류의 씨를 통째로 말린 후 가루로 만들어 물에 개어 가공한 것이다. 그런데 겨자는 드물게 일본말의 와사비(wasabi) 향신료와 동일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러나 와사비는 겨자와 다르게 고추냉이의 뿌리줄기 부분을 말려 가루로 낸 것을 물에 개어 가공한 것이다. 따라서 향신료 겨자의 빛깔은 노란빛이지만 와사비의 빛깔은 녹색을 나타낸다.

갓은 휘발성의 매운맛이 특징이다. 갓 종류의 씨로 만든 겨자의 매운맛 성분은 시니그린(sinigrin)인데, 이 성분은 50~60℃ 이상이면 불활성화 되어 매운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끓는 물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에 섞어야 한다.

게다가 겨자는 공기에 노출되면 매운맛 성분이 날아가므로 남은 겨자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나라 때의 ‘신수본초(新修本草)’에서 갓의 씨가 큰 것은 약으로 쓰며, 씨가 작은 것은 향신료로 쓴다는 기록이 있다.

▲ 갓. [송홍선]
갓은 예로부터 식용이나 약용으로 많이 이용했다. 갓은 기원전 1500년 무렵의 고대 이집트 문헌에 마늘, 양파 등과 함께 약재로 소개돼 있다.

한반도 등의 동양권에서는 구토, 기침, 냉통, 옹종, 어혈에 썼으며, 민간에서는 갓의 씨를 갈아서 물에 개어 정수리에 붙이면 코피를 멈추게 하는 것으로 믿었다.

또한 갓은 삶아 먹으면 기(氣)와 풍(風)을 발하며 생식을 할 경우에는 단석(丹石)을 발한다. 그리고 신경의 사기를 없애고 귀와 눈을 밝게 하며 폐를 통하게 함은 물론 위를 열어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식료본초’에는 갓을 먹으면 기와 풍이 동하나 날것을 약으로 먹으면 결석이 생기며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옛 사람들은 갓을 토끼고기나 붕어고기와 함께 먹으면 해롭기 때문에 이를 금기하는 풍속도 있다.

갓을 대표하는 요리는 갓김치이다. 그 중 갓쌈김치는 주로 전남 지방에서 갓잎을 주재료로 하여 담근 김치의 하나인데, 특히 해남지방의 것이 유명하다. 담그는 법은 옛 책의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 산림경제(山林經濟), 규합총서(閨閤叢書) 등에 전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 때부터 갓을 이용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어린이들은 갓김치가 씁쓸한 맛 때문에 잘 먹지 않는다. 때문에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몸에 좋다고 무작정 먹게 할 수가 없다. 이럴 경우는 갓김치를 그냥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로 만들어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갓은 드물게 날것으로 쌈을 싸 먹기도 한다. 비빔밥을 해서 함께 먹어도 좋다. 갓에 된장을 넣고 밥을 쓱쓱 비벼 먹어도 맛있고 무침을 해도 입맛을 돋우기 때문에 함께 먹으면 좋다. 잎이 큰 것이 좋고, 잎이 작고 털이 많은 것은 날것으로 먹기에 불편하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갓을 먹고 태어난 아이가 대리석의 요정으로 환생한 인도의 전설이 있다. 인도의 어느 농부는 사원 주위를 지나가다가 빈터의 넓은 땅을 보고 놀랐다. 그는 그 땅을 일구고 갓씨를 뿌려 가꿨다. 자식이 없었던 농부는 부인과 둘이서 밭을 일구고 갓을 가꾸는 일에 열중했다. 부부는 갓을 가꾸고 캐어다 팔면서부터 생활이 점차 윤택해져 갔다.

이들의 식단에는 매일 갓 요리가 준비됐고 언제나 맛있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농부의 아내는 아이를 갖게 됐다. 아이가 없었던 부부는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부부는 갓을 즐겨 먹었기 때문에 아기를 잉태할 수 있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덧 어여쁜 소녀로 자라난 아이는 갑자기 대리석으로 변하고 말았단다.

갓의 꽃말은 무관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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