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들 ‘오세훈식 서울’ 급제동?
구청장들 ‘오세훈식 서울’ 급제동?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6.0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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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21·한나라 4, 구청장 당선자 프로필 및 공약
서울지역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21곳을 가져가며 압승을 거두었다.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와 중랑 고작 4곳의 ‘텃밭’만 지킨 한나라당은, 오세훈 시장을 재선시키는 데 성공하긴 했으나 앞으로 서울시정 운영에 큰 곤욕을 치를 전망이다. 한강 르네상스, 동북권 르네상스, 서울광장 운영, 뉴타운·재개발, 기업형 슈퍼마켓 입점, 무상급식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한 민주당 후보자들의 정책·노선과 한나라당의 그것은 적지 않은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시의회도 민주당 79 대 한나라당 27로 ‘여소야대’ 형국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와 서울의 교육 정책을 협의할 총 책임자는 다름 아닌 범민주진보진영 단일후보로 나선 곽노현 당선자다.

한강 르네상스 등 ‘오세훈식 서울’ 제동 걸릴까

종로에서 승리한 민주당 김영종 당선자(63)는 건축사 출신으로 한국수자원공사 이사, 종로구 도시계획심의원회 심의위원 등을 지냈다. 그는 ‘도시디자인 전문가’임을 자임하며 “뜯고 부수는 한나라당식 개발이 아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도시 재정비’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상을 뒤엎고 중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꺾은 민주당 박형상 당선자(50)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분과위원장, 광고소비자 시민연대 대표 등 오랫동안 언론·시민운동에 몸담아온 인사다. 그는 관할 지역 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나 지역주민을 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공약해 주목을 끌었다.

역시 용산에서 이변의 주인공이 된 민주당 성장현 당선자(55)는 용산구의원, 민선 2기 용산구청장 경험을 내세우며 ‘행정학 박사’로 자신의 전문성을 알렸다. 성 당선자는 “중소기업 창업지원자금을 우선 확보하고 재래시장 시설을 현대화하겠다. 또한 이태원 관광특구, 전자상가, 용산민자역사 등은 관광쇼핑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용산 발전 공약을 내놓았다.

현직 구청장과 맞대결 끝에 전국 최초로 ‘민선 4선 구청장’이 된 성동의 민주당 고재득 당선자(64)는 “지금 성동에는 재개발·재건축 등 할 일이 태산인데 뭔가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이다. 민심을 살피니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중랑물재생산센터 주변 환경단지, 성수동 신도시 조성 등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광진에서 3파전 끝에 영광의 주인공이 된 민주당 김기동 당선자(63)는 광진구 부구청장, 서울시 공무원교육원장 등을 거친 전문 행정관료다. 그는 자신을 ‘구민과 잘 소통하는 행정 리더’라고 소개하며, 윤리행정·지식행정·현장행정·경제행정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친노 성향 후보들 대거 입성

동대문의 승자는 민선 2기 구청장을 지낸 민주당 유덕열 당선자(55)다. 유 당선자는 동대문구의 최대 현안은 ‘교육환경 개선’이라며, 5년간 804억원을 학력신장에 투자하는 한편, 무상급식 전면실시, 명문고 육성, 청소년문화센터 건립 등도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중랑에서 불과 0.3%p 차의 극적 승리를 쟁취한 한나라당 문병권 후보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현직 구청장’이다. 그는 당선 직후 가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추진해온 사업을 지속·발전시킬 것이다. 특히,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신내지하철차량기지를 경기도 지역으로 이전하고 이곳을 신개념의 업무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북에서 현직 구청장을 꺾은 민주당 김영배 당선자(43)는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 등을 지낸 ‘친노 성향’ 정치인이다. 김 당선자는 예의 “주민의 생활 속에서 주민이 삶의 주체가 되고, 주민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며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했던 시민주권의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강북에서 낙승을 거둔 민주당 박겸수 당선자(50) 또한 노무현 대통령 후보 강북갑선대위원장을 지낸 ‘친노 성향’ 인사인데, “주민의 대다수가 외지로 쫓겨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추진 단계부터 주민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되는 ‘주민참여형 재개발∙재건축’이 해법”이라며 이 지역 구민들의 개발 요구를 ‘이전 한나라당의 방식과는 다르게’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비서관을 역임한 이른바 ‘MB맨’을 큰 격차로 누른 도봉의 이동진 후보(49)는 서울시의원, 민주당 부대변인 등을 거쳐 구청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한나라당 출신 서울시장과 도봉구청장이 집권해 온 지난 8년간 강남과 강북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며 “주민이 주인되는 행복한 도봉구, 미래지향적인 도봉구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역시 노원에서 현직 구청장의 재선 저지에 성공한 민주당 김성환 당선자(44)는 노원구의원, 서울시의원,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 등 젊은 나이에 다양한 정치·행정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김 당선자의 환경교육센터 설립, 공동주택분쟁조정위원회 운영 같은 공약은 전문가들로부터 꽤 많은 호평을 받았다.

민주당 후보 중 가장 ‘급진적’이었던 후보는?

서울지역 최연소 민선 구청장 기록을 세운 은평의 김우영 당선자(40)는 이미경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고,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김 당선자는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참여예산제도’를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약속하며 “사회적 약자가 정책입안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복지정책이 구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최초’의 야권단일후보였던 서대문의 민주당 문석진 당선자(54)도 예측대로 무난히 승리를 거두었다. 공인회계사로서 서울시의원 등을 역임한 바 있는 문 당선자는 뉴타운·재개발 추진 방식 전면 재검토,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입점 ‘절대 불가’ 등 민주당 후보로서는 상당히 ‘급진적인’ 공약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마포에서도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민선 3기 구청장을 지낸 민주당 박홍섭 당선자(67)는 오랫동안 행정관료로 잔뼈가 굵어온 한나라당 후보를 10여%p 가까이 따돌렸다. 그는 당인리 발전소 이전과 강변북로 일부 구간 지하화 문제를 마포의 최대 화두로 꼽으면서 “마포 주민들의 이해에 충실하고 참여를 최대한 보장해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천에서 예상을 깨고 무소속 현직 구청장과 한나라당 후보를 모두 물리친 민주당 이제학 당선자(46, 경기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는 “마지막까지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치열한 한판 승부였다”고 평가하면서 일자리 1만개 창출, 행정예산 10% 절감 등 최우선 공약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강서에서 현직 구청장을 누른 주인공은 17대 국회의원·민선 2기 강서구청장으로 많은 구민에게 익숙한 민주당 노현송 당선자(56)다. 그는 마곡지구의 성공적 개발, 신성장동력산업 첨단연구도시 건설, 지하철 2호선 지선 연장, 고도제한 완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동작·관악 등 예상대로 민주당 승리

구로의 민주당 이성 당선자(53)도 현직 구청장의 3선을 저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구로 부구청장,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을 지낸 전문 행정관료인 이 당선자는 동네 문화센터 설치, 어린이 작은 도서관 건립, 구민 오케스트라 창단, 온수영상미디어타운 조성 등의 문화공약을 대거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금천에서 치열한 3파전 끝에 최종 승자가 된 민주당 차성수 당선자(53)는 참여정부 청와대 수석,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등을 거친 친노 계열 인사다. 그의 가산디지털단지 패션·만화영화산업 메카 육성, 구청 청사 평생교육 요람 활용 등의 공약은 전문가들로부터 매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등포구의회 의장 출신의 영등포 민주당 조길형 당선자(53)는 당선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전시행정이 아닌 교육, 복지, 사람 중심의 영등포를 만들겠다”며 KTX 영등포역 정차 실현, 신안산선 도림사거리역 신설, 안양천 친환경 수영장 조성, 우수고등학교 육성 지원, 보육정보지원센터 등 10대 공약의 실현을 다짐했다.

‘남-녀 맞대결’로 관심을 끈 동작에서 15%p 이상의 압도적 승리를 거둔 민주당 문충실 당선자(60, 전 마포 부구청장) 또한 많은 도시개발 공약을 선보였다. 노량진-대방역 구간 지하화, 대방동 첨단 뉴미디어센터 유치, 수산복합테마파크 조속 완공 등이 그것이다.

야성(野性)이 강한 관악에서 예상대로 승리의 영예를 안은 민주당 유종필 후보(52, 전 국회도서관장)는 과거 민주당 대변인으로서 많은 국민에게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관악을 지식 문화의 특구로 만드는 ‘도서관 정책’과 ‘찾아가는 행정 서비스’를 최우선적인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텃밭’ 중 송파는 막판까지 고전

오세훈 시장 재선의 ‘진짜 주역’인 강남 3구는 모두가 전망했던 대로 결과가 나왔다. 서초에서 승리한 한나라당 진익철 당선자(58)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한강시민공원사업소장 등을 거친 이른바 ‘MB맨’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그는 “도시 행정 전문가로서 세계 속의 서초, 1등 서초를 만들기 위해 충심으로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남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현직 구청장의 선전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성 전략 공천’ 몫으로 입성한 한나라당 신연희 당선자(62)는 서울시 행정국장, 강북 부구청장을 지낸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그는 ‘기업하기 좋은 강남’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강남’을 건설하고 교육 명문구로서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변호사로서 서울시 지방세 심의위원 등을 역임한 송파의 박춘희 당선자(55)는 텃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민주당 후보에 3.5%p 차로 쫓기며 예상 외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당선자의 주요 공약으로는 제2롯데월드 건설 계획과 연계한 경제활성화 대책 마련, 잠실한강공원 특화사업, 문정역 일대 로데오 거리 활성화 등이 있다.

서울의 유일한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었던 강동의 이해식 당선자(46)는 한나라당 후보에 무려 20%p 가까이 앞서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오세훈 당선자의 득표율(49.9%)이 한명숙 후보(44.66%)보다 많이 앞섰던 지역임을 감안하면 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당선자는 “구정운영 방향은 중단 없는 구정 발전과 사람 중심의 가치 실현”이라며 “지하철 5·8·9호선 노선 연장 사업과 재건축·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 첨단업무단지 사업 등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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