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럼으로 이용한 호두, 풍요와 다산 상징
부럼으로 이용한 호두, 풍요와 다산 상징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2.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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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79]
▲ 호두나무. [송홍선]

호두과자는 겨울철의 길거리 간식으로 즐겨 찾는 먹을거리 중의 하나이다. 호두과자는 호도과자라 부르기도 한다. 호두와 호도를 구별하지 않고 이름하고 있지만 보통 쓰는 이름은 호두이다.

그렇다 원래 이름은 한자의 호도(胡桃)가 맞지만 이것이 우리말로 변한 것이 호두이다. 따라서 호두와 호도는 둘 다 맞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호두(호도)는 열매를 뜻하고 있어 그 식물을 지칭하는 호두나무와 약간 다르게 쓰기도 한다.

한반도의 호두 명산지는 천안 지방이다. 천안시 광덕면에서 생산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광덕면의 호두나무는 지금부터 700여년 전 고려시대 중엽에 광덕면 대덕리 출신의 고관인 유청신(柳淸臣)이란 사람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에 그 열매를 가지고 와서 그곳에 뿌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옛 사람들은 호두를 늘 손으로 만지고 비비면 건강에 좋다고 하여 크기가 같은 것 2개를 골라 한손으로 2개를 마찰시켜 소리가 나도록 주물렀다. 임산부는 태어날 아기의 지능을 좋게 하기 위하여 호두를 먹었는데, 이는 그 생김새가 사람의 뇌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호두 속에는 여러 가지 영양소, 특히 양질의 단백질과 소화 흡수가 잘 되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어서 매우 좋은 식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 호두나무. [송홍선]

또한 호두는 부럼의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한민족은 정월대보름날 새벽에 부럼을 깬다고 하면서 딱딱한 열매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부럼은 밤, 호두, 잣, 땅콩, 은행 등의 견과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부럼 풍습은 벽사와 기복(祈福)에서 생긴 것이다. 부럼은 대개 자기의 나이 수대로 깨물기도 하나 어르신은 이가 단단하지 못하므로 몇 개만 깨문다. 그리고 굳은 껍질의 과실을 깨물면서 ‘무사태평하고 부스럼 하나 나지 맙소서’라고 축원한다.

부럼 풍습은 부스럼 방지의 목적이 있지만 일설에서는 이를 굳게 하기 위한 하나의 주술로 여기기도 한다. 부럼에 관한 기록은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 ‘경도잡지’ 등에 나타나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그해 처음으로 열린 호두를 최고신 제우스에게 받쳤고, 북유럽신화에서는 여신 이즌이 호두로 변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로마 사람들은 결혼식 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신랑 신부에게 호두를 던지는 풍습이 있다.

또한 호두의 잎은 성체제(聖體祭)의 잎장식으로 쓰는데, 이는 성모마리아가 베들레헴으로 가는 도중 호두나무가 비를 막았다고 하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호두 속살은 딱딱한 껍데기에 싸였으므로 생명 또는 불멸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결혼식이나 크리스마스에 풍요나 다산의 상징으로 호두를 갖도록 하였다. 또한 호두는 껍데기가 단단하나 속살이 부드러워 성현(聖賢)의 품성에 견주기도 한다.

호두의 겉껍질은 하늘을 뜻하는 것이고, 우리가 만지는 호두의 딱딱한 껍질은 땅을 상징하며, 그리고 속의 연한 부분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우리 인간을 표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호두에는 천지인(天地人) 3재가 모두 들어 있는 귀한 과실로 여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호두는 2개의 방으로 되어 있어서 인간도 음양, 즉 남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잘 표상하고 있다. 따라서 호두는 천지인, 음양 모두를 나타내고 있는 과실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주술력이 있는 것으로 신성시하는데, 만성절(11월1일) 때 연인이나 부부가 함께 모여 파티를 열고 놀이가 절정에 이르면 각자 준비한 호두를 활활 타는 불에 던지는 풍습이 있다.

호두를 불에 던졌을 때 그것이 조용하게 타면 사랑이 이어지거나 결혼생활이 편안하고 그것이 터져 벌어지면 싸움이 일어난다. 오스트리아의 처녀들은 이 나무에 막대기를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막대기가 가지에 걸린 자가 그해에 결혼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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