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 꽃 피고 죽는 조릿대, 복조리 재료로 이용
평생 한 번 꽃 피고 죽는 조릿대, 복조리 재료로 이용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3.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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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81]
▲ 조릿대. [송홍선]

조릿대는 넓은 의미로 대나무 종류이다. 그러나 왕대, 솜대, 죽순대 등의 대나무류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릿대는 대나무류보다 키가 작고 굵기도 역시 가늘다. 대나무류는 60~120년에 한 번 꽃이 피지만 조릿대는 5~30년에 한 번 꽃이 핀다.

대나무류와 조릿대는 꽃이 피는 시기가 크게 차이를 보이지만 이들 모두는 평생 단 한 번 꽃이 피고 꽃이 피고 나면 말라죽어 버리는 공통점이 있다. 조릿대의 꽃이 피는 습성은 좁은 면적에서 꽃이 피는 경우와 넓은 면적에서 꽃이 피는 경우가 있는데, 소규모의 개화에서는 조릿대가 잘 말라죽지 않으나 대규모의 개화에서는 집단적으로 말라죽는다.

참고적으로 대나무류의 개화 원인은 주기설과 환경설이 있다. 주기설은 대나무류 고유의 성질이나 속성에 의하여 꽃이 주기적으로 피는 것이고, 환경설은 양분의 결핍, 탄질소률, 기후의 건조 등 외부 조건이나 영양상태가 개화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인데, 어느 설이 결정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 조릿대. [송홍선]

조릿대는 겨울철 포유동물의 먹이나 은신처로 매우 중요한 식물이다. 팬더는 주로 중국 북서부 지방과 티베트 동부 지역의 해발 1800~4000m의 높은 지대에 있는 조릿대 숲에서 살고 있는데, 이 팬더의 주된 먹이가 바로 조릿대이다.

또한 아프리카 마운틴고릴라 역시 숲속에서 조릿대를 먹이로 생활하고 있으며, 일본의 산악지대에 사는 사슴도 눈 덮인 겨울철에는 주로 조릿대를 먹이로 하고 있다. 이처럼 조릿대는 전 세계적으로 포유동물의 먹이 또는 피신처를 제공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섣달 그믐날 자정이 될 무렵이면 어둠 속에서 복조리를 파는 소리를 어김없이 들을 수 있다. 정월 초하룻날 새벽에 조리를 사 두면 1년 내내 복을 받는다는 데서 이 조리를 복조리라 불렀다. 복조리는 여러 개를 묶어 반 귀퉁이나 부엌에 매달아 두었다가 쓰며 조리 속에 돈이나 엿을 넣어 두면 더욱 좋다고 한다.

조리란 대나무를 가늘게 쪼갠 대오리를 엮어서 만든 쌀을 이는 기구를 말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작은 대나무가 조릿대이다. 곧 조릿대는 복조리를 만드는 재료였던 것이다.

조릿대와 관련한 전설도 전하고 있다.

이성계가 조선을 창건하자 목은 이색은 조선의 정사를 외면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고려를 잃은 괴로운 심정을 시로써 달랬다. 어느 날이었다. 이색은 배를 타고 여주로 휴식하러 갔다. 이색이 여주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제자들은 모두 강변으로 나와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서로가 인사를 주고받는 중에 갑자기 경기도 관찰사가 이태조의 어주(임금이 보낸 술)를 받들고 왔다고 강변에서 알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관찰사를 모두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어떤 사람은 이색에게 그 술(독배)을 받지 말라고 간청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색은 태연하게, “어찌 천명(天命)을 의심하겠느냐. 그대로 마시련다”하며 조릿대의 잎으로 막은 술병마개를 손수 빼어 강물에 던졌다.

그리고는 “내가 평생에 사욕이나 권욕으로 살았다면 이 조릿대의 잎이 그대로 강물을 표류할 것이고, 그러지 않다면 가까운 곳에 가서 붙어 뿌리를 박고 무성하게 자랄 것이니 그렇게 알라”하며 그 술을 마시고 세상을 떠났다. 이색이 말대로 조릿대는 그 후 강변에 붙어 무성히 자라 조릿대 숲을 이뤘다고 하나 1968년 대홍수에 씻겨 나가 지금은 흔적도 없다.

한편 조릿대는 번식력이 강한 늘 푸른 식물이라는 점에서 영생과 불변을 상징한다. 섣달그믐날에 복조리를 만드는데서 행복을 표상하고, 겨울철의 동물 먹이로 많이 이용되는 데서 보호, 생명을 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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