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자존감 회복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자존감 회복 교육이 필요합니다”
  • 이태향 객원기자
  • 승인 2010.06.04 16:3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형호 면목고 교사가 곽노현 교육감 당선자에게]
▲ 면목고 송형호 교사. ⓒ이태향

“시험 성적이 나왔습니다. 다른 아이들이나 형제자매와 비교하지 마시고 학생의 지난 성적을 기준으로 하여 단 1퍼센트라도 향상되었다면 인정하고 지지하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성적보다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대하여 먼저 깊은 대화를 나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면목고등학교 1학년 4반 아이들의 가정통신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담임교사인 송형호 교사(50세)는 공부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이유를 못 찾는’ 것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정통신문에서 학부모에게 <부모와 십 대 사이>(하임 기너트 저)라는 책을 권한다. 부모와 교사, 전문가가 함께 노력하면 아이를 잘 키우는 안정적인 세 발 자전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공부 안 하는 것보다 꿈이 없다는 게 문제

좋은 교사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아이들을 ‘그냥 좋아’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송형호 교사도 애들이 예뻐 수업 내내 웃는다고 했다.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자는 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아이들은 아픈 거잖아요. 수업을 듣지 않고 잘 때는 그만한 사연이 있는 거야. 어떤 학생도 공부를 못 하고 싶은 학생은 없어요. 공부를 안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꿈이 없다는 게 진짜 문제죠.”

그러면서 그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의 비법에 대해 얘기했다.

“잘 못한 일에 대해서는 살짝 무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대신 잘했을 때 아낌없이 칭찬해 주는 겁니다. ‘우리 OO, 오늘은 두 시간밖에 안 잤네’하는 식으로요. 교사는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뎌야 합니다. 아이들은 사실 예민하게 느끼고 있거든요. 그리고 세 시간 동안 내리 잠만 자던 녀석이 오늘은 일어나서 수업시간에 쓰는 그림카드에 빈칸을 채우고 있더라고요.”

지켜보고 공유하고…‘아이들에게 관심을’

그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청소년 정신질환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꾀병인 척하며 조퇴를 하려고 하는 것도 사실은 모두 마음이 아파서 그렇다는 것이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은 그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생이 의사냐고 물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우울한데 ‘학력신장’만을 말하는 건 문제를 은폐하는 겁니다. 현재 교육학에서 간과한 것은 병리학적인 고찰이라고 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면 그 아픈 증세들이 거짓말처럼 낫는답니다.”

그래서 그는 ADHD를 ‘관심결핍으로 인한 행동장애’라고 생각한다.

“수업시간에 떠드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속에 있는 우울을 해소하기 위한 공격성이거든요. 그런 아이들은 지켜보고, 상황을 공유하고, 그리고 좀 먹여야 돼.” 하하하 웃으며 그는 아이들 손을 잡고 “좀 먹자.”하며 매점에 가서 같이 빵을 먹는다고 했다.

▲ 가출하는 학생에게 ‘체험학습’을 권해 보라는 송 교사.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교사의 태도와 가치관은? ⓒ이태향

성취의 경험을 맛보게 하라

“문제의 키워드를 찾아도 해결의 방법을 모르는 것이 문젭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은 알기가 어렵거든요. 교사의 목표는 교실 안에서 ‘되네’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본적인 것이 의사소통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고, 학급의 사소한 일까지 함께 대화하면서 의사표시를 하게 합니다.”

아이들이 성취해보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장을 열고 친구 같은 교사가 되려고 노력한다는 그에게, 그렇게 하다가 아이들이 교사에게 함부로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물어 보았다.

“마음을 열어 놓으면 애들이 개기기 시작하지요. 하하. 잽을 날려보는 거예요. 상처받은 아이들은 또다시 상처받기를 거부하는 거지요. 나도 애들한테 펀치를 당해 봤죠. 그리고 나도 힘들기도 했습니다. 혼자 산에 올라가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그 과정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아이들의 고독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맥 빠진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그 아이 자신의 책임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이의 문제에 관해서는 부모와 교사가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리고 생활의 바탕이 되는 ‘대화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행에 젖어 절차가 결핍되는 데서 훈육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황폐해진 아이들을 돌보고 치유해야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에게 바라는 바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송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동안의 ‘줄서기 식 교육’으로 황폐해져 있는 학생들에게 ‘돌보고 치유하는 교육’을 하도록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학력만을 척도로 삼게 하기보다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할 것이고 진정한 학력신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송형호 교사는 ‘PC 활용 영어수업’에 관한 공모전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꼴찌도 공부하게 하는 영어수업의 달인으로 이미 유명한 그에게서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실 영어공부의 노하우가 아니었다. 그가 최근에 번역한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토드 휘태커 저)에서 소개하는 바대로 훌륭한 교사의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는 면목고등학교에서 가까운 아차산과 용마산에 즐겨 오른다고 했다. 전교조 교사로 해직도 당하고 복직도 하고 실력 있는 교사로도 인정받으면서 치열하게 열심히 살던 그의 몸에 적신호가 들어 온 것은 나이 마흔을 넘어서면서였다. 그때 2개월 동안 병가를 내면서 비로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그는 그 시절부터 산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늘 ‘선생의 영혼이 평안한가’에 대해 고심한다.

가출하는 학생에게 ‘체험학습’을 권한다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진을 다녀와서 그 아이 인생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unny 2012-04-14 12:54:23
중학교때 우리반 영어선생님 이셨는데... ㅜㅜ
진정한 교사가 무엇인지 느끼고, 교사가 되기로 맘먹었었는데
내년이면 저도 쌤과함께 교단에 서요 ^^ 선생님 보고싶습니다 ^^

깊고 푸른 숲 2010-06-22 09:14:36
말로 아닌 온몸으로
사랑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이루는 방법을 가르치는 참선생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