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고 나무에 피는 연꽃 모양의 꽃, ‘목련’
봄을 알리고 나무에 피는 연꽃 모양의 꽃, ‘목련’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3.17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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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84]
▲ 목련. [송홍선]

두보의 시에 ‘신이(辛夷)의 첫 꽃이 이미 떨어지는데/ 우리도 더불어 젊지는 않구나’라는 시구가 있다. 여기에서의 신이는 목련을 의미한다.

목련은 처음에 신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목필, 북향화(北向花), 신이 등으로 부르게 됐다. 구분하자면 목련(木蓮)은 식물명이고, 신이는 한자명 또는 생약명이다. 목련은 나무에 피는 연꽃을 뜻한다. 이는 꽃의 모양이 물에 피는 연꽃의 꽃과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 같다.

꽃눈의 붓 모양을 뜻하는 목필의 이름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별칭의 북향화는 목련(특히 백목련)의 꽃봉오리가 주로 북쪽을 향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리고 백목련을 영춘화라고 하는 것은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자목련을 망춘화라 부르는 것은 봄이 거의 끝나는 4~5월에 피기 때문이다.

별칭의 북향화와 관련한 전설이 있다. 옛날 옥황상제에게 귀여운 공주가 있었는데, 그 공주는 얼굴이 백옥같이 희고 아름다웠으며 마음씨도 비단결같이 고왔다. 공주는 오직 북쪽 바다의 무섭고 사나운 신을 사모했다. 왕은 그런 공주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나 공주는 아무도 몰래 왕궁을 빠져 나가서 북쪽 바다의 신을 찾아갔다. 그런데 북쪽 바다의 신은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다.

공주는 이 사실을 알고 실망한 나머지 검푸른 바닷물 속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러자 바다의 신은 공주를 가엾이 여겨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고, 죽은 공주의 명복을 비는 뜻에서 자기 아내에게 극약을 먹여 죽게 한 후 공주의 무덤가 옆에 나란히 묻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은 너무나 슬프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두 사람의 무덤에 목련을 심었는데, 공주의 무덤에서는 백목련, 신의 아내 무덤에서는 자목련이 피어났다. 이상하게도 공주의 무덤에서 핀 목련은 모두 북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한편 사랑하던 낭군의 무덤이 북쪽에 있다고 해서 모두 북쪽을 향하고 있다고도 전한다.

▲ 백목련. [송홍선]

옛 사람들은 목련의 가지나 잎을 신에게 드리는 제사 때에 썼다. 나무껍질은 차로 달여 그 물을 마시기도 한다. 농촌에서는 꽃이 아래로 향하면 비가 자주 오고, 위로 향하면 맑은 날씨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목련은 꽃이 아름다워 정원의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 기른다. 뿐만 아니라 나무의 결이 치밀하여 기구, 건축재 따위로 쓴다.

꽃은 향수의 원료로 이용하며, 꽃망울과 나무껍질은 한약재로 사용한다. 꽃망울을 약으로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이었다. 중국에서 시작됐다.

한방에서는 축농증 등 콧병에 이 약이 아니면 한약 투여가 소용없다고 할 만큼 귀중한 약재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비후성 비염에 걸린 100명을 대상으로 이 약을 시험했는데, 2년이 지나자 콧속 공기의 소통이 원활하고, 두통이 없어졌으며, 콧물이 줄어들고, 염증과 비대증상이 없어졌다는 임상보고가 있다.

목련은 관세음보살을 상징함과 아울러 사랑과 존귀함을 표상한다. 특히 꽃망울은 깨끗하고 우아하며 청순함을 나타낸다. 옛 시에서는 이 꽃을 사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두보는 ‘신이(목련)의 첫 꽃이 이미 떨어진다’라고 읊어 영화(榮華)의 덧없음을 표현했다.

또한 옛 시에는 ‘중이 세속을 떠난 것을 목련꽃으로 인해 후회하더라’는 구절도 있다. ‘목련꽃이 지고 나서 살구꽃이 난다’라는 시의 한 구절은 이 나무의 빠른 개화시기를 나타낸다.

그리고 백목련의 꽃봉오리는 대체로 북쪽을 향하는데, 이는 임금님에 대한 변하지 않는 충절의 표상이란다. 꽃말은 숭고한 정신, 자연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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