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나무즙)은 식물의 뿌리에서 줄기를 지나 잎으로 향하는 물을 통틀어 일컫고 있다. 큰 나무일수록 잎이 많고 증산이 왕성하므로 수액의 양이 많은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나무줄기에서 위로 상승하는 양은 식물의 종류, 계절, 날씨에 따라 차이가 있다. 수액의 상승통로는 주로 물관부의 물관 및 헛물관이다. 따라서 줄기의 중심부보다도 주변부가 통로가 된다.

수액의 상승력은 잎에서 물이 증산되는 데 따라 밑의 물을 빨아올리는 힘과 뿌리로부터 위로 밀어 올리는 힘에 의한다. 예전부터 세면 화장이나 기침약으로 이용되는 수세미오이의 물은 그 줄기를 지상 50cm 정도 되는 곳을 잘라 뿌리압(근압)에 의하여 나오는 즙을 채취한 것이다. 층층나무도 초봄에는 뿌리압이 높아 가지를 꺾으면 수액이 흘러 떨어진다.

수액의 성분은 대부분이 물이지만 뿌리에서 빨아올린 무기이온 등이 녹아 있다. 게다가 수액은 물과 함께 영양분의 일부가 줄기 위로 운반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잎이 나오기 직전의 낙엽수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나무는 북미 동부에 많은 설탕단풍나무이다. 3～4월에 설탕단풍나무 줄기의 옆에 구멍을 뚫어 유출하는 수액을 모아 시럽을 만든다. 이것은 설탕(자당)의 원료로 사용한다.

캐나다에서 전하는 설탕단풍나무의 수액유래는 이렇다. 남편이 사냥해 온 사슴을 요리하던 아내가 끓일 물이 없자, 설탕단풍나무에 구멍을 뚫어 그 구멍에서 흘러나온 수액으로 고기를 익혔다. 그러나 아내는 고기가 너무 탄데다 딱딱하여 먹을 수 없음을 알고 당황했다. 남편은 그래도 딱딱한 고기를 꺼내고 먹었다. 그리고 남편은 그 고기가 달콤하고 맛이 좋아 아내를 칭찬해 주었다.

핫케이크에 잘 어울리는 메이플 시럽(maple syrup)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이 꿀을 끓이는 동안 그 둘레에 모여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풍습이 있다. 그리고 메이플 시럽의 원조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이라고도 하는데, 그들은 설탕단풍나무에서 꿀을 채취하는데. 이때에 자작나무 껍질로 통을 만들어 썼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잘 알려진 메이플 시럽(단풍나무꿀)은 곡우물이다. 이 물은 주로 고로쇠나무 줄기에서 채취하지만 이 나무는 단풍나무 종류의 하나이다. 최근에는 산간 마을에서 고로쇠나무 이외에 단풍나무, 자작나무류 등의 밑동 상처에서 나오는 물을 채취해 먹고 있다.

곡우물은 일명 ‘거자수’라 하고 곡우(음력 3월 중순, 양력 4월 중순) 때에 주로 채취하기 때문에 ‘곡우물’이라 하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곡우 때가 아닌 경칩 전후인 양력 2월말에서 3월 중순에 채취하는 경우가 많다. 채취방법은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등의 1m 정도 높이에 채취용 드릴로 1～3cm 깊이의 구멍을 뚫고 호스를 꽂아 흘러내리는 물을 통에 받는다.

민간에서는 곡우물을 마시면 고부간의 갈등으로 생긴 속병이 치료된다고 믿고 있다. 한방에서는 단풍나무에 상처를 내어 흘러내린 즙을 풍당(楓糖)이라 하여 위장병, 폐병, 신경통, 관절염 환자들에게 약수로 마시게 하고 있다. 즙에는 당류 성분이 들어 있다.

단풍나무의 목재는 고급 가구의 재료가 되며, 장작은 불똥이 튀지 않고 불꽃의 빛깔이 아름다워 응접실의 화로에 이용된다. 한반도 사람들은 봄에 단풍나무 수액을 뽑아 먹고,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물든 산으로 단풍놀이를 간다.

동양에서는 ‘단풍나무 궁궐’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궁궐에 이 나무를 많이 심었다. 캐나다에서는 이 나무의 잎을 국기에 넣어 낭만적이고 예술적이며 정서적인 뜻을 나타내고 있다. 전설에는 어느 공주가 죽고 난 후 그녀의 무덤가에서 자라난 나무가 단풍나무이다. 꽃말은 자제, 염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