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식 서울’ 보수-진보 협공 본격화
‘오세훈식 서울’ 보수-진보 협공 본격화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4.1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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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토론 4년 시정 도마 위에…논쟁 더 격해질듯

16일 밤 SBS ‘시사토론’에서 펼쳐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자 토론회는 오세훈 현 시장이 재선을 위해 앞으로 어떤 난관을 넘어서야 하는지, 어떤 쟁점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 한판이었다.

사실상 ‘1 대 3 대결’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상대 후보인 김충환ㆍ나경원ㆍ원희룡 의원(가나다 순)은 열세를 만회하려는듯 오 시장이 의욕적으로 펼쳐온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 광화문광장, 공교육 지원 정책 등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개중에는 이제껏 오세훈 시장에 무수한 비판을 제기해온 진보ㆍ개혁 성향의 야당 후보자 또는 시민사회단체 쪽과 시각이 일치하는 것도 있었지만, 한나라당 내 토론이니 만큼 예의 ‘오른쪽에서’ 날라온 문제제기가 주를 이루었다.

▲ 16일 SBS 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한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자들. 맨왼쪽부터 원희룡, 나경원, 오세훈, 김충환.

재개발, 규제 완화냐 속도 조절이냐

대표적인 것이 뉴타운ㆍ재개발에 대한 태도다. 원희룡 의원은 토론에서 “전임 이명박 시장 시절엔 뉴타운이 의욕적으로 진행됐지만 지금은 지지부진하다. 곳곳에서 재건축ㆍ재개발에 대한 주민의 열망이 표출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일방향적 규제가 심하다”고 오 시장을 공격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강남ㆍ강북의 균형발전을 위해선 고도 제한, 재산권 제한 등을 풀어야 한다”며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고려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고 맞섰다. “뉴타운이 도로ㆍ공원 같은 기반시설을 늘리는 장점도 있지만 한꺼번에 많은 주택이 멸실되면서 저소득층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재건축 연한과 용적률 완화, 뉴타운 추가 지정 등은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종합선물세트 같다. 도가 지나치다”고 역공을 펼쳤다.

그러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 조절에 힘써왔다”고 항변하는 오 시장에 대한 다른 편, 즉 진보 쪽의 평가는 그간 꽤 싸늘한 편이었다. 이를테면 2009년 한해 내내 갈등이 지속된 용산 참사에 대한 책임론이 그것이다.

주거복지 문제 전문 단체인 ‘나눔과 미래’ 이주원 지역사업국장은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현실을 도외시한 개발 정책에 소극적이나마 맞선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뉴타운ㆍ재개발 현장마다 각종 분쟁이 발생하고 때로는 전쟁터처럼 격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일선 구청의 ‘팔짱행정’ ‘장님행정’을 방치하다 용산참사를 불러왔다”고 비판한다.

공공사업, 필요한 데 돈 제대로 썼나?

토론회에서 불거진 서울시의 각종 공공사업에 대한 논란에서도 보수-진보 간의 시각차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충환 의원은 일자리 대책, 공교육 지원 정책 등을 예로 들며 “전부 예산만 들여서 해결하려 한다”고 따졌다. 가령 “서울시 예산을 보면 1인당 고용에 400만원이 들어가는데 이렇게 돈을 들여 희망근로ㆍ공공근로 같은 것만 늘리면 이를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이라 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제기였다.

나경원 의원도 “양질의 일자리가 중요하다”며 김 의원의 지적에 공감을 표하면서 “이명박 전임 시장은 경제 마인드가 있어서 성공했는데 오 시장은 각종 사업에 성과는 없이 방만하게 돈만 많이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중소 자영업자의 생존과 복지를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해서라도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이렇게 토론회 내내 사회적 약자 편에서 정책을 펼쳐온 것처럼 주장했으나, 복지 전문가들의 견해는 또 다르다. “전반적으로 핵심 사업은 예산이 소규모이거나 아예 투입이 안되는 경우가 많으며, 토목사업 위주로 복지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지원을 줄이고 정치적인 수사 중심으로 포장에 치우쳐진 행정이 대부분”(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라는 혹평까지 쏟아진다.

무상급식 논란도 마찬가지다. 토론회에서 오 시장은 경선 후보자들 가운데 저소득층 교육 복지, 공교육 강화를 가장 많이 강조한 후보였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 쪽에선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안이 바로 무상급식이다.

서울시친환경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 등 관련 단체 측은 “서울시는 재정 자립도가 가장 높음에도 전국에서 위탁급식 비율이 가장 높고 작년에는 무상급식 지원이 한 푼도 없었다. 올해 서울시 전체 예산 21조2,570억 중 무차별적으로 낭비하고 있는 예산이 6,276억원인데 이 돈만 제대로 써도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오세훈 시장 ‘소신’ 흔들리나

이제 4월 29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일까지 남은 시간은 열흘. 보수층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못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오세훈 시장이 기존 ‘소신’을 일관되게 지켜내면서 당내 다른 후보자들의 공세를 막아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토론에서도 뉴타운ㆍ재개발과 관련한 비판이 쏟아지자 “마치 내가 고도 제한이나 용적률, 재건축 연한 완화에 소극적인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이미 이에 대한 검토위원회를 만들어서 올해말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경선이 끝나면 곧 ‘본선’이다. 이때부턴 한명숙ㆍ노회찬 등 진보ㆍ개혁 성향 후보자들의 파상공세가 시작될 것이고, 경선에서 보수층 표를 의식한 어정쩡한 태도는 그대로 이들의 핵심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뉴타운ㆍ재개발뿐만 아니라 복지 정책, 무상급식 그리고 한강 르네상스 등에서 제기되는 환경 문제까지 오 시장을 괴롭힐 이슈는 무궁무진하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는 기존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낼 분이 많지만, 젊은층, 중도개혁 세력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인재는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 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진정한 시험대가 마침내 그 앞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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