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위안을 전하는 스노우드롭, 눈송이꽃
희망과 위안을 전하는 스노우드롭, 눈송이꽃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3.28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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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87]
▲ 눈송이꽃. [송홍선]

2008년 한반도에서 공연한 뮤지컬 중에 ‘스노우드롭(snow drop)’이 있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은행털이의 범죄를 저지른 강도들이 완전범죄를 꿈꾸며 인질을 앞세웠으나 결국 인질의 간곡한 이야기와 눈물을 통해 자신들의 죄를 뉘우친다는 이야기의 뮤지컬이다.

인질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인질이 스노우드롭의 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희망을 꽃말로 가지고 있고, 추위에 떠는 아담과 이브를 이 꽃으로 환생하여 살아남게 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질은 이 꽃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꽃이라면서 우리 모두는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너무 어리다고 전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강도들은 갈등과 고민하면서 드디어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뮤지컬의 제목은 영명의 꽃이름 그대로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이 꽃이름이 스노우드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꽃의 이름을 우리말의 ‘눈송이꽃’으로 부르고 있다.

이 꽃의 탄생화 유래담은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훔쳐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처음으로 본 꽃이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이리 저리로 헤매고 있을 때 눈이 많이 내려 추위에 거의 얼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때 그 광경을 목격한 천사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따뜻해지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위로하였다. 그리고 천사는 이들을 불쌍하게 여겨 떨어지는 눈송이로 이 꽃을 만들어 두 사람을 위로하여 주었다. 일설에는 아담과 이브가 변한 꽃으로도 전한다. 그 후부터 이 꽃은 해마다 겨울과 봄 사이에 피어났다고 한다.

또 다른 탄생화 유래담도 있다. 지상에는 알비온 왕자가 살고 있었고, 하늘나라에는 오벨론 여왕의 딸 케나 공주가 있었다. 알비온 왕자와 케나 공주는 어느덧 사랑을 하게 되었고 날이 갈수록 그 사랑은 깊어만 갔다. 이를 알아차린 오벨론 여왕은 하늘나라로 찾아와 자신의 딸을 유혹하는 알비온 왕자를 곧 하늘나라에서 땅으로 쫓아 버리고 말았다. 하늘나라 여왕에 의하여 쫓겨난 알비온 왕자는 너무도 분통하였다.

불명예를 씻기 위하여 왕자는 많은 병사를 이끌고 하늘나라로 쳐들어갔으나 신들과 싸워 이길 수가 없었다. 결국 왕자는 하늘나라 병정들에게 붙잡혀 죽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케나 공주는 너무 슬퍼서 어떻게 하건 사랑하는 왕자를 살려 달라고 어머니에게 애원하였다. 그렇지만 여왕은 딸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케나 공주는 사람을 살리는 신동(神童)의 모래 기름을 얻어 왕자의 시체에 발랐으나 왕자는 살아나지 않았다. 그러나 죽은 왕자는 한 송이의 꽃으로 변하여 환생하였다. 이 꽃이 바로 눈송이꽃, 즉 스노우드롭(snow drop)이다.

게다가 이 꽃은 유령이 나타나는 낡은 가옥에 핀다는 전설 때문에 은은한 꽃빛깔이 음침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영국에는 이 꽃이 이곳저곳에 야생하고 있는데, 일설에 의하면 옛날 어떤 수도자가 이탈리아로부터 이 꽃을 가져옴으로써 영국에 넓게 퍼졌다는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 사람들은 이 꽃으로 눈을 씻으면 눈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속신을 믿고 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설날 전에 이 꽃을 보면 새해에는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그러나 잉글랜드에서는 하얀 꽃이 마치 상주의 옷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꺼려하였으며, 이 꽃을 방에 가지고 들어오면 죽음 등 불행이 찾아오는 것으로 알았다.

유럽에서는 이 꽃이 피면 봄의 기별이 있는 것으로 믿었다. 눈송이꽃은 이른 봄에 피는 데서 ‘2월의 귀여운 소녀’의 별명이 있고, 성모마리아 축일(2월 2일)의 축제꽃이 되었다. 여기에서 순결을 상징하게 되어 수도원에서 재배가 활발하였다. 독일에서는 청춘의 상징으로 ‘눈의 꽃’ 등으로 부른다.

꽃말은 희망, 위로, 행운, 인내, 순결, 첫사랑의 한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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