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섬에 만들어진 외래 생태계
인공 섬에 만들어진 외래 생태계
  • 박상건 섬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0.04.20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건의 ‘한강 섬을 걷다’ 3] - 난지도③

난지도에서 환경 문제로 갈등의 불꽃이 튀겨진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결과론적으로 난지도는 본디 그 시절의 꽃과 동물이 한강과 호흡하면서 서식하고 다시 인간과 공존하는 모습으로 되돌아왔고, 마침내 시민들과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서울시가 난지도를 생태공원으로 만든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공원’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그 옛날 쓰레기를 꾸역꾸역 받아냈던 것처럼, 역설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눈길과 마음을 잡아끌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꽃나무와 수풀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철새와 텃새 등 70여 종 번식

▲ 검은머리쑥새.
황조롱이, 참매 등 천연기념물과 맹꽁이, 수리부엉이 등 멸종위기의 야생동물들도 서식하고 있다. 또한 귀화종들도 생겨났다. 90년대 말부터는 외국의 동ㆍ식물들이 터를 잡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전체 식물 60종과 271종류 중 귀화종 84종류, 2003년 전체 93종과 547종류 중 귀화종 124종류로 전체 식물종이 크게 증가했다.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에 따르면, 2006년 6월부터 2007년 2월까지 모두 244과 861종의 생물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 동물은 147과 410종으로 천연기념물은 1종,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6종, 서울시 보호야생동식물은 16종이다. 조류는 철새와 텃새를 비롯해 나그네새와 길 잃은 새까지 약 70여 종이 번식한다. 또한 난지도는 이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월동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철 월드컵공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새는 말똥가리와 검은머리쑥새다. 그 외에 꾀꼬리, 파랑새, 곤줄박이, 붉은머리오목눈이도 있다. 또 두꺼비 등 양서류 7종과 쇠살모사 등 파충류 3종도 발견됐다. 물총새와 족제비, 멧돼지, 뱀 등도 서식한다. 또한 2000년부터 서울시가 꾸준히 나비를 방사해온 덕에 산호랑나비, 네발나비, 왕오색나비 등 수십 여종의 나비도 난지도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 월드컵공원에 핀 산국.
난지도에 살고 있는 식물은 망초, 개망초, 서양벌노랑이 등 귀화식물이 많고, 억새, 띠, 바위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등이다. 적응력이 뛰어난 나무들도 있는데, 아까시나무와 가중나무, 능수버들이다. 아까시나무와 가중나무는 외국에서 들어와 사람이 사는 도시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무척 뛰어난 수종들이다. 해발 98m 하늘공원 가장자리에는 미국산 딸나무, 모감주나무, 붉나무, 구기자, 층층나무, 복사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그렇다면, 나무와 꽃들은 어떻게 어마어마한 쓰레기 산 위에 자리를 잡았던 것일까.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식물들은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는 식물들이다. 아직까지 공원 토지 지반 하층부에서는 메탄가스와 침출수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뿌리를 깊이 내리는 식물들은 살 수 없다. 또한 환경복구 작업을 하면서 쓰레기더미 위로 오염방지 시설을 설치하여 그 위에 있는 나무뿌리와 접촉을 막고 있다. 아직 공원 아래쪽에 쌓여있는 쓰레기로 인한 메탄가스는 7년여 간의 안정화 사업을 통해 현재는 공정을 거쳐 주변지역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쓰레기더미에서 자라난 생명력들

아무튼 난지도에는 1,195종의 많은 동식물들은 여전히 쓰레기 위에서 굳건히 자라고 있다. 그 자체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상징하고 있음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구 온난화로 환경생태가 파괴되고 있는 요즈음에 서울 중심에 숨 쉬고 있는 또 하나의 허파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환경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 30여년 전에 이성부 시인이 노래했던 난지도에 대한 풍경의 재현이라는 사실을 반갑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난지도에 와서 / 우리나라 시월하늘 / 눈 비비며 바라보면 안다. / 아니오 아니오 / 아니오 임을 안다”라는 시 구절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더욱 아름답게 오래도록 숨 쉬는 난지도 생태공원이 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난지도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이기에 소위 ‘귀화식물’이라 불리는 외래종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귀화식물이란 단어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쓰고 있는데, ‘외래 침입 식물’을 말한다.

▲ 하늘공원 생태계 복원 관련 전시회.

2005년 서울시 생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기록 식물이라고 발표한 솜토끼풀, 사방김의털, 유럽강아지풀도 외래 침입 종이다. 외래 침입 종은 뛰어난 번식력으로 고유종을 해쳐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또한 난지도 하늘공원 가는 길에 가지런히 나있는 관목식물은 모두 조팝나무다. 생태공원을 그저 정원으로의 모습에 그치지 말고 아름다운 산으로 자생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다른 관목을 많이 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상적인 숲 계층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2005년 4마리의 너구리가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의 집수정에 빠져 폐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2004년에는 ‘안정화 공사’의 일환으로 건설된 배수로 때문에 맹꽁이와 뱀들이 집단으로 떼죽음을 당했다. 동물들의 생태통로에 열에 쉽게 달아오르는 폴리에틸렌 소재의 배수로를 설치해 벌어진 일이었다. 동물들을 더욱 배려하는 설치물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대학생, 주부 등을 통해 수시로 난지도 생태를 모니터하는 활동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겠다. 난지도에 대해 모든 시민의 관심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스스로 난지도를 아끼고 그러한 자연환경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일보다 최상의 정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 가꾸고 보존된 난지도의 모습은 이후에도 문학과 여러 예술작품을 통해 노래되고 후대에게 추억과 정겨움의 대상으로 그려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