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대학을 버리고 이제 나는 자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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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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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출판저널=정윤희 편집장] 

지난 3월 10일, 고려대 교정에 대자보 하나가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쓴 이는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인 김예슬 씨.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부제를 달은《김예슬 선언》은 김예슬 씨가 대학을 거부하기까지의 고민과 자신에게 쏟아진 수많은 물음에 대한 답을 담은 책이다.

책은 그가 대학 거부 선언 이후 저자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도대체 왜 대학을 그만두는가? ’라는 질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예슬 씨는 “대학에 갈 때는 아무도 “왜?”라고 묻지 않았다며, “왜 대학을 가는가?”는 언제부턴가 사라진 물음이 되었고, “왜 대학을 그만두는가? ”는 이상한 물음처럼 들려왔다”고 밝힌다.

130쪽 분량의 책을 통해 대학 거부를 결심하기까지 던져온 물음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저자는 우리 시대 대학과 대학생의 존재 양식에 대해, 나아가 ‘대학생 김예슬’의 문제를 넘어 ‘인간 김예슬’의 문제에 대해 끝없는 자문자답을 던진다.

“삼성과 대기업들은 창의적인 인재, 도전정신이 있는 인재, 도덕성이 있는 인재를 요구한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형 수족관 속에 길들여진 돌고래의 톡톡 튀는 재주를 원할 뿐이다. 더 높은 연봉을 흔들어 보이며 잘한다, 최고다 칭찬하면 미친 듯 춤추고 재주부리다 진이 빠지는, 그러면 더 싱싱한 돌고래로 대체되는 그 과정을 되풀이 해야만 하는 에버랜드의 돌고래. 그들이 인정하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그들이 쓸모 있다고 판단하는, 그것이 정말 인간인가? 그것이 나의 전부인가?”(46쪽)

상업성으로 치닫고 있는 대학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생각도 냉철하게 꼬집는 그는, 특히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시대 가장 끔찍한 말의 타락 중의 하나가 교육인적자원부”라고 선언한다.

“교육이 인적자원을 만들어 내는 것인가? 그것이 한 나라 교육의 최대 목적인가? 자연이 오직 자원인가. 저 강물이 생수 공장과 공업용수 자원일 뿐인가. 저 갯벌이 매립골프장 조성용 자원일 뿐인가. 저 산이 펄프용 목재 생산의 자원일 뿐인가. 여성이 성욕 충족과 아이 생산의 자원일 뿐인가. 시와 예술이 창조경영 아이디어의 자원일 뿐인가. 인간은 자원이 아니다! 나는 자원이 아니다! ”(53~54쪽)

이 책은 불편한 책임에는 분명하다. 그의 선언과 호소는 읽는 이에게 얼굴을 붉게 만들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니”라고 말하는 김예슬 씨의 용기를 읽으면서 우리의 젊음은 과연 어디로 숨어버렸는가를 자문한다.

김예슬 지음 / 느린걸음 출판사 / 128쪽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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