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정하연 설전, 드라마 제작환경의 병폐가 만든 코미디
조민기-정하연 설전, 드라마 제작환경의 병폐가 만든 코미디
  • 티브이데일리 기자
  • 승인 2011.04.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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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전영선 기자]

최근 인기리에 끝난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의 정하연 작가와 배우 조민기의 논쟁이 조민기의 사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논쟁으로 이미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나온 조민기의 공식 사과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먼저 공인이나 다름없는 조민기와 정하연의 태도가 문제였다.

지난 1971년부터 영화 시나리오 집필을 시작으로 드라마 ‘장녹수’ ‘명성황후’ ‘신돈’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들어낸 정하연 작가와 방송과 영화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연기세계를 구축한 관록의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번 사건은 조민기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하연 작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당시 조민기는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했어. 반성도 없고 위선만 있는 악령들로부터 탈출!"이라며 "이 세상 단 한 사람은 그것을 '완벽한 대본'이라며 녹화 당일 날 배우들에게 던져주며 그 완벽함을 배우들이 제대로 못해준다고... 끝까지 하더이다”고 정하연 작가를 비난했다.

이에 정하연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민기가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논쟁은 법적분쟁으로까지 번질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조민기의 분노는 계속됐다.

조민기는 지난달 30일에 “내가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는 엄청 최고인가 봅니다”라며 “그가 명예가 훼손됐다고 하는데, 나는 영혼이 훼손됐다. 아버지뻘 얘기하는데 우리 아버지는 그리 교만하진 않으시다”고 맞받아쳤다.

장장 6개월을 끌어온 50부작의 드라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불만을 터뜨린 배우의 태토, 자신의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의 소소한 불만 하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작가의 위압적인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조민기가 1일 보도 자료를 통해 “개인적인 넋두리”였다며 정하연 작가에게 사과했듯이 드라마 제작과정에서의 불만을 공개적으로 들먹여 공론화시킨 것은 깊게 생각하지 못한 그의 실수였다고 볼 수 있다. 정하연 작가의 대처방법도 잘못됐다. 조민기가 그렇게 불만을 제시했을 때 개인적으로 만나 오해를 풀고 원만하게 사태를 해결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은 한국 드라마 제작과정의 고질적인 문제인 이른바 ‘생방송 드라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수차례에 촬영당일 대본이 나와 배우들의 원성을 샀던 사건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는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제작방식처럼 사전제작으로 드라마를 만들어 완성도를 높이는 대안이 있긴 하지만, 사전제작은 우리나라 드라마 시장에서 큰 환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연 시청률 때문이다. 최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은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동방신기의 최강창민과 이연희가 캐스팅되며 방송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은 ‘파라다이스 목장’은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파라다이스 목장’의 마지막 방송 시청률은 8.4%. 시청률 면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반면 SBS 드라마 '싸인'은 시청률 25.5%(AGB닐슨, 전국기준)의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촬영 당일 대본이 나오고 급하게 촬영과 편집이 이뤄지면서 화면에 컬러바가 뜨고 음향이 제대로 안나오는 방송 사고를 냈다. ‘생방송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한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완성도 면에서 현격히 떨어지는 ‘생방송 드라마’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이유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시시각각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전파를 탄 후 나타나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드라마의 방향을 결정짓는 일은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작가의 존재 자체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욕망의 불꽃’의 작가와 주연배우가 설전을 벌인 이번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사람도 작가를 비롯한 스태프와 출연배우들의 몫이다. 시청자들에게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을 자신들의 하고자 했던 이야기 속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시청자들 또한 그들이 드라마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귀담아 들으려 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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