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을 주는 복수초 “그리스신화 아도니스의 피”
복(福)을 주는 복수초 “그리스신화 아도니스의 피”
  • 송홍선 /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4.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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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3]

행복은 심신의 욕구가 충족된 상태란다. 조금도 부족한 감이 없음이다. 따라서 행복의 첫째 조건은 결핍으로부터 자유가 된다. 그런데 그것은 행복의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다. 본질적으로는 태어난 즐거움과 삶의 보람도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복은 종교, 윤리, 사회, 과학의 중심문제로서 각종 사상을 낳았다. 그것은 행복의 본질과 본성이 무엇인지, 행복의 정신적 위치가 어떤 것인지, 행복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인 문제가 유도됐다.

필자의 행복 전도사 역할은 여기까지다. 행복에 어울리는 식물을 소개하기 위해 글머리를 채우다가 그만 필자의 지적 한계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 정도에서 행복의 뜻풀이를 접고, 대신에 소개하고 싶었던 식물이야기로 들어가겠다.

행복과 부를 상징하는 ‘황금의 꽃’

복수초(福壽草)는 복을 주는 풀의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에서 특히 즐겨 부르는 식물명이다. 중국에서는 ‘측금잔화’이거나 눈 속에서 피는 연꽃이라 하여 ‘설연’이라 부른다. 복수초는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꽃의 빛깔에서 ‘황금의 꽃’이란 별명을 얻었고, 이 별명은 행복, 부, 영광을 표상하는 것으로 변했다. 꽃말 역시 영원한 행복, 추억 등이다.

▲ 눈 녹지 않은 땅에 꽃을 피우는 복수초. ⓒ 송홍선

복수초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울 근교의 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수도권에서 관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관상용으로 마구 캐갔기 때문에 이젠 쉽게 볼 수 없다. 눈이 녹지 않은 곳에서 피는 노란빛의 꽃을 도심에서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가을에서 겨울에 걸친 4~5개월 동안 지하에서 잠을 자다가 초봄에 지상으로 나오는 복수초. 잎이 진 후 휴면기간이 다른 여러해살이풀과 비슷하지만 복수초는 특별한 탄생화 유래담 때문이라니 그 신화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 황금빛 자태가 아름답다. ⓒ 송홍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아도니스(Adonis)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의 사랑과 동시에 저승의 여신 페르세포네(Persephone)의 사랑도 받았다. 때문에 아도니스는 제우스(Zeus)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심판으로 일 년에 3분의 1은 지상에서 아프로디테와 지내고, 3분의 1은 지하에서 페르세포네와 지내는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여신의 사랑보다 사냥을 더 좋아해 아프로디테가 바치는 사랑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의 노여움을 피할 수 없었다. 때문에 아도니스는 사냥하던 도중 멧돼지에게 물려 죽었다. 이때 흘린 피가 땅으로 떨어졌고, 거기에서 복수초가 자라났다. 이에 따라 복수초의 영명과 속명을 아도니스(Adonis)라 부르게 됐다.

신화에 나오는 탄생 유래는 ‘슬픔’ 

일본의 아이누족 전설에 나오는 쿠논은 하늘나라의 아름다운 여신이었다. 쿠논이 혼기를 앞둔 나이가 되었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두더지 신을 사윗감으로 선택했다. 두더지 신은 영토도 넓게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용맹으로 명성 또한 매우 높았다. 그러나 두더지 신은 정말 못생긴 추남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두더지 신과의 결혼을 피했다. 쿠논의 아버지는 사윗감으로 결정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자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딸을 복수초로 바꾸고 말았단다.

이상하게도 복수초의 꽃말과 상징이 모두 행복인데, 신화에 나오는 탄생화 유래담은 슬픔이 짙게 깔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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