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풍습, 전설 등에 나타난 ‘귤나무’
민속, 풍습, 전설 등에 나타난 ‘귤나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4.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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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91]
▲ 귤나무-온주밀감. [송홍선]

흔히 귤나무 종류의 열매를 귤이라 부른다. 한자로는 귤(橘)이라 쓰고, 감귤(柑橘), 밀감(蜜柑)이라고도 한다.

시면서 단맛이 있는 것을 왜 감귤이라 하고 밀감이라 하였는지는 잘 알 수가 없다. 게다가 감귤은 국어사전적으로 풀이하면 귤과 밀감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귤이 무엇이고, 밀감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나름대로 정리하면 귤은 편의상 귤 종류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고, 밀감은 제주도 등에서 재배하는 온주밀감(Unishiu orange)을 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온주밀감은 현재 한반도 서적에서 앞선 풀이와 정반대로 대부분 귤 또는 귤나무라 하고 있어 혼동이 많다.

어쨌건 귤과 밀감의 이름에 대한 정의는 여기에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다만 여기에서 전하는 귤나무 이야기는 오렌지, 온주밀감, 유자, 당유자 등 귤 종류를 통틀어 일컬을 때의 용어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정약용이 쓴 것으로 널리 알려진 ‘귤사(橘史)’에는 농민들이 귤나무를 죽여 버린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가을이 되면 관리가 직접 귤나무의 수와 나무에 맺은 열매의 수를 세고 갔다가 열매가 익을 때 찾아와서 그 수효대로 수확할 것을 강요하였다. 또한 관리를 대접할 때의 비용은 모두 귤나무 소유자에 떠 맡겼다. 농민은 이래저래 괴로움을 당했던 것이다.

▲ 귤나무-유자. [송홍선]

그래서 농민들은 귤나무가 있으면 집안이 망하는 것으로 믿어 귤나무의 싹이 돋아나면 바로 뽑아버리고, 귤나무 줄기에 구멍을 뚫어 그 속에 후춧가루를 집어넣어 저절로 죽게 하였다고 한다. 물론 이때의 귤나무는 개량하지 않은 토종 또는 재래종이었을 것이다.

중국의 ‘수신전’에 따르면, 한나라의 소선공이 죽을 때 어머니에게 유언한 대로 이듬해에 역병이 들자 환자에게 귤나무의 잎을 먹이고 물을 마시게 하여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에서 ‘귤정(橘井)’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그러나 오늘날 귤정은 뜻이 바뀌어 의사나 의원을 일컫는 말로 쓰고 있다.

한편 터키 전설에는 왕자가 그의 비(妃)를 얻고자 할 때에 귤나무가 등장한다. 터키의 한 왕자가 왕비를 구하기 위하여 길을 나서려 하자, 부왕은 왕자에게 마력이 숨겨져 있는 3개의 귤을 주면서 “이 귤을 자르면 왕비가 될 여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때 빨리 귤을 물에 담그지 않으면 그 여자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왕자는 이 말을 듣고 첫째의 귤을 잘랐으나 물속에 넣는 것을 잊고 말았다. 둘째의 귤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을 차린 왕자는 셋째의 귤을 눈을 감은 채로 잘라 얼른 물속에 담갔다. 그래서 마침내 배필을 얻게 되었다. 왕실에 들어온 왕비는 후에 칼에 찔려 죽었는데, 그때 3방울의 피가 땅에 떨어져 귤나무로 변하였다. 왕은 이 나무에 달린 귤을 따서 잘라 죽은 왕비를 살아나게 하였단다.

귤나무는 예로부터 장수를 축복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겼으며, 그 열매는 태양이나 영혼을 의미하였다. 일본에서는 액년(厄年)을 맞은 사람은 소정월 때에 마을 경계에 귤(열매)을 바치는 풍습이 있고, 귤을 구워 먹거나 껍질을 불에 태우면 얼굴이 검게 된다든지 가난하게 된다는 속신 등이 있다. 고사 성어에 나오는 귤은 화북에 나면 탱자가 된다는 말도 있다.

귤나무는 노란빛의 열매를 맺는 늘 푸른 성질에서 유래하여 고대인의 꿈이었던 장수와 행복의 유토피아 세계인 이상국(理想國)을 상징한다. 일본에서는 농사의 개시를 알리는 신성한 꽃 또는 신령을 표상한다.

꽃말은 사모함, 너그러운 마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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